역사를 둘러보면 패권의 전환기에 흥하고 망하는 국가들의 유형이 비슷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습니다. 기존 패권국이나 이를 넘어뜨리고 등장하는 신흥 패권국이나 서로 자웅을 겨루는 사이이니 세의 흐름을 놓칠리는 없지요.
문제는 그 주변국들 입니다. 기존 패권국에 끝까지 매달리다가 된서리를 맞는 나라가 있고 발빠르게 한다리 걸치다가 승패가 갈리면 완전히 갈아타는 나라가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세운 국가중 조선은 패권갈아타기에 여러번 실패를 했습니다.
명청 교체기에 명나라에 대한 과도한 외교집중으로 신흥강국인 청나라의 침략을 받는 빌미를 제공합니다. 또한, 국력이 급신장한 일본을 경시하다가 임진왜란을 당했지요.
이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조선말에는 세계정세를 두루 살피지 못해 결국 일제에 합방되어 버립니다. 외교라는 측면에서, 중소국이라는 측면에서 조선은 처지에 걸맞지 않는 허세와 명분을 찾다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세를 믿고 큰소리를 치려면 일단 상대국 보다 우위에 선 국력을 바탕으로 나서야 하는데 왜라고 내려다보며 일본을 경시하다가 임진왜란을 당하고 한일합방을 당했지요.
또한, 명나라를 극진히 모시자며 은혜를 운운하는 친명파들에 의해 외교의 균형이 철저하게 무너져 망국의 명분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명분이란 강대국이 자국의 힘에 권위를 세우고자 할 때 찾는 것입니다. 조선은 명분을 찾을 능력이 없었습니다.
한번 약소국이 영원한 약소국이라는 법칙은 역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번 강대국이 영원한 강대국이라는 법칙도 없지요. 스스로 강대국이 아니라면 이러한 역사의 철칙을 뼈속에 새겨서 처신해야 하는 것이 조선을 반면교사 삼아야 할 한국의 처지입니다.
그렇다면 왜 패권전환기에 실수를 하는 나라가 계속 생기는 것일까요? 다름아닌 국가사회 내부에 장치된 이해관계의 관성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명나라라는 뒷배를 업는데 성공하는 세력은 이것을 기반으로 내부권력을 굳건하게 다질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툭하면 은혜를 입에 담는 것입니다. 뒷배 덕분에 얻어지는 권력과 이익이 너무나도 달콤하기 때문이지요. 이들 입장에서는 그 상태로 천년만년 갔으면 좋겠다고 기도를 하겠지요.
그런데 청나라라는 신흥강국이 등장합니다. 이 시점에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친명파와 외교적 균형을 찾으려는 반대세력간의 다툼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역사는 지는해를 부여잡은 기득권들이 이기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구축해 놓은 권력의 힘은 언로와 인적세력과 사회구성원의 의식에 대한 영향력 면에서 신흥세력을 압도하고도 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나라가 뭐하는 나라여? 하는 사이에 패권이 뒤바뀌고 혹독한 댓가를 치루게 된 것이지요.
이제 북한에 대해서 정확한 개념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북한은 하나의 국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는 외교적 관계죠. 엄연히 다른 나라입니다. 그 나라가 핵무장을 했다면 신중해 져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자세입니다.
물론, 미국과는 달리 우리 민족이 세운 나라이기 때문에 좀 특별하기는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민족이 세운 두개의 다른 나라가 남북한이다'라고 인식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개념입니다.
북한이 핵무장을 했다는 것은 핵을 보유하지 못한 한국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나라의 군사력이 급부상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양 별거 아니여를 연발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갑니다.
이미 우리 정부와 미국조차도 뒤늦게 인정한 북한의 핵보유 사실을 공식언론 보다 앞서서 이야기 하는 행동에 사실적 근거를 제시하라는 소리는 누구나 다 인지할 수 있는 사태의 종결지점에서 신문이나 얌전하게 받아보라는 소리와 다름없습니다.
이거 조선시대의 친명 세력들과 좀 비슷하지요. 청나라의 급부상을 입막고 귀막고 코막으며 은혜갚음의 기도만 올리다가 수많은 민초들을 청나라의 말발굽에 내어준 기득권 보전형 사대정치의 판박이 입니다.
스스로 사대주의자가 아니고 기득권 옹호론자가 아니라면 언론이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북한의 실체를 들여다 보려는 일부의 노력에 딴지를 걸지 마십시오. 이들의 역할이 어떠한 역사적 기능을 하고 있는지 숙고해 보세요.
때가 어느 때인데 걱정론자들이 우려하듯 뿔달린 빨간 도깨비를 만들겠습니까?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해도 믿을 사람이 또한 얼마나 되겠습니까? 한 국가가 영속하기 위해서는 사회내부에 최소한의 일부분은 열려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전부 틀어 막으려 한다면 조선의 오류를 답습하게 될겁니다. 국가사회 내부의 관성은 패권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촉각을 말살하려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한번 계산을 해보세요. 핵을 가지지 못했던 과거의 북한대 미국의 대결과 핵을 가진 북한과 미국의 대결은 분명 많은 변화를 몰고옵니다. 패권의 구도와 기울기가 변화하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미국이 아무리 핵개발을 억제한다고 해도 첫번째 핵무기를 개발하기가 힘들지 두번째 부터는 벽돌 찍어내기 처럼 쉬워집니다. 그래서 공식자료에 의한 북한의 핵무기가 한두기에 그친다고 해도 이것이 시사하는 결과는 엄청난 것입니다.
여기에 미사일 개발능력까지 확인되었습니다. 사정거리와 핵탄두 탑재능력이 안된다고 해도 미래시점에서는 가능해 지겠지요. 북한의 시간은 에너지가 없어서 잠만자고 있을까요?
여기까지 생각해 보면 북한은 분명 군사력 면에서 패권국에 근접해 가고있습니다. 이미 그렇게 되었다는 비공식 정보도 있고요. 일본을 왜라고 폄하하던 조선처럼 북한이 별거 아니라고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겁니다.
북빠라고 비아냥 받는 사람들이 왜 비공식적인 정보와 조짐을 보고서 그 이면을 확인하려고 하겠습니까? 다소 거슬리는 논조가 있더라도 그 분석에 건질만한 정보가 있다면 이것을 취하면 될일입니다. 기분으로 정보를 취사선택 하시나요?
다시한번 말하지만 북한은 엄연히 다른 나라입니다. 핵을 정점으로 군사력의 완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와 휴전선으로 대치하고 있다면 우리는 북미간의 패권향방에 촉각을 세우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남북한의 경제력 차이를 가지고 이미 싸움은 끝났다고 진단하는 분들이 계신데, 이 분들은 경제의 개념을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경제라는 것이 평시경제만 있는것이 아니지요. 전시경제도 있습니다.
국제교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이 과연 전시에도 현재의 경제력과 물자확보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현대전은 대량파괴와 대량살상이 전쟁 결과의 기본입니다. 어느나라가 산업시설이 초토화 될 한국을 지원할까요?
미국이 그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우리에게 남는것은 부채밖에 없겠지요. 북한과 싸우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능력을 정확하게 진단해서 그에 걸맞는 외교전략을 펼치는 것이 냉철한 행동이지요.
국내의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시각을 보이시는 분들도 국제관계,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개념부터 틀어놓고 시작하더군요. 감정을 장악하고 있는 주입식 교육에서 탈출하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격변기 입니다. 경제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한반도는 북핵이라는 변수가 하나더 있습니다. 다른나라에 비해 한가지 숙제가 더 있는 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국가를 보전하고 구성원을 보호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친북이냐 반북이냐를 따지는 행동은 해법을 모색하는 다음 단계를 차단해 버리는 조선시대의 오류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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