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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경제복지

집중폭우가 가르쳐준 현실

얼마전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거래처에 들렸습니다. 아직도 수해를 완전히 복구하지 못해 곳곳에 물건을 널어놓고 있더군요. 쏟아붇는 빗물이 거주민들의 바쁜 마음을 비웃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었습니다.

 

그런데 작은 우산을 받쳐든 여자아이가 밝은 얼굴로 횡단보도를 건너더군요. 그 아이 만큼 어른들의 마음도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비록 수해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지만 낙심한 마음에 뾰족한 수가 나는것이 결코 아니겠기에...

 

현재의 기상이변 진행상태로 볼때 한강제방이 무너지면 그대로 잠겨버리는 한강 이남지역과 한강 이북지역의 저지대는 언젠가 한번 커다랗게 침수당할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일본처럼 대규모 저수시설을 만들어 완충시킨다면 피할 수 있는 자연재해이지만 정치권 하는짓 보면 기대난망 입니다.

 

 

양평동을 떠나 역삼동을 들리게 되었습니다. 거기는 주행하기가 상당히 쾌적 하더군요. 도로상태가 그야말로 최상급 입니다. 상당한 양의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흠집하나 나있지 않았습니다. 돈 많은 지역의 도로는 역시 다르더군요.

 

강남에서 일을 끝내고 동호대교를 넘어왔습니다. 거기부터 도로가 달라지더군요. 평소에도 그랬었지만 비가 좀 많이 왔다고 지반이 꺼진 부분이 드문드문 있어 피해가기도 하고 서행하기도 했습니다. 강남등 일부 부유한 지역을 제외한 서울전역이 그렇지만 서울 밖으로 넘어가면 더 심합니다.

 

애초에 지반을 제대로 다지지 않고 대충 조성한 비포장 도로에 아스팔트만 얇게 입힌것이 현재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도로 인프라입니다. 독일의 아우토반 처럼 수백년을 갈 수 있는 기초위에 포장을 한 것이 아니라 비만 많이 오고 차량통행이 많아지면 부실해지는 지반에 포장만 요란하게 만든...

 

현재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붇고 있고 이것도 모자라 민자까지 유치해 가면서 도로를 증설하고 있지만 이것이 과연 몇년이나 버틸 수 있는 제대로 된 도로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국가의 관리능력이 단 이삼년만 마비 되어도 한국의 도로망은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도로는 차량통행을 방해하고 유지보수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골치거리로 전락하게 될텐데요. 오늘 북한의 비포장 도로사진을 보았습니다. 그 정도의 도로기반 이라면 포장을 할 경우 상당한 내구력을 가진 도로가 될수 있습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경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경제력이 뒤처진 북한의 비포장 도로는 당장 포장할 경우 남부럽지 않은 포장도로가 될 수 있지만 남한의 부실도로를 제대로 개선하려면 아예 전체를 뜯어내 버리고 지반부터 다시 다져야하니... 이럴경우 서너배의 공사비가 들어가야 하겠지요.

 

강남의 도로만 튼튼하면 뭐할까요? 그이외 도로의 맥이 끊겨 버리면 그저 외딴섬으로 전락해 버릴텐데... 참으로 어리석은 나라입니다. 이러고도 북한보다 낫다는 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실공사... 부실기업... 이런소리 많았듯이 부실국가라는 소리도 나올때가 되어가는 군요.

 

우리사회의 부실인프라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부실이 존재하지만 아직 붕괴하지 않아 제기능이 유지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삼풍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절단나고 IMF로 경제가 반토막났듯 국가인프라가 무너지는 것을 국민들이 체험해야 하는 것인지... 정치... 이놈이 바로 부실의 근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