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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현실적 통일의 길

국제도로 순찰대(International Highway Patrol)

그날 밤 늦도록 토론이 벌어졌다. 시작은 국제조사단 보고서 합의였다. 국제도로 회원국 전체에 보내질 내용이라 문구 하나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리비아 내정불안, 마약밀수가 원인이라는 내용은 유럽연합의 반대로 누락되었다. 저유황 경질유를 빼앗기 위해 리비아 침략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원유에 포함되어 있는 유황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탈황시설이 필요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리비아의 저유황 석유 의존도가 높았다.

금융산업 비중이 높은 영국은 탈달러 석유결제 움직임을 막기위해 리비아를 공격했다. 석유기축 달러를 지켜야 하는 미국이 앞장선 침략이었다.

강대국들의 산업화 봉쇄정책에서 벗어난 아프리카 연합을 꿈꿨던 카다피는 악마로 규정되었고, 그것이 친미진영 국민들의 인식으로 자리잡았다.

외교부 소속이었기 때문에 한국 조사단 두사람은 유럽연합이 북한 노부부 사건의 원인인 리비아 내정불안 기록에 반대하는 이유를 알리 없었다.

생각없이 즉각 동의한 한국 조사단에게 시선이 쏠렸다. 출범초기 분란이 생기는 걸 꺼린 러시아, 중국 조사단도 욱하는 표정을 누르며 동의했다.

분위기가 싸늘해지자 유럽측 조사단이 화제를 돌렸다. 소형전기차를 만드는 북한의 대형트럭은 모두의 관심거리였다. 엔진소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전기차 일텐데 소형전기차, 드론을 충전해 주며 일주일 이상 작동하는 것이 가능한가? 내부의 각종 관제지휘 장치는 24시간 켜져있었다.

차체구조상 바닥에 초대용량 배터리가 깔릴 공간이 턱없이 모자랐다. 크기도 그렇고 엔진룸에 배터리를 장치하면 무게중심이 맞을리 없었다.

내부장치, 탑승인원 무게를 가볍게 이기며 거침없이 미끄러져 나가는 출력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오리무중이었다. 장작불 처럼 의문이 피어올랐다.

추정되는 것은 초소형 원자로 였지만 누구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적인 보고서를 썼는데 부담스러운 주제였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기술을 저평가 하는 것이 남한 외교부의 정서였고, 러시아와 중국은 친북 연장선에서, 유럽연합은 미국의 입장에서 같은 자세를 취했다.

남북관계가 풀리긴 했지만 남한의 이행속도는 부진했다. 북한의 희토류, 자원소재가 절실한 전기차 분야 외에는 기술적 이행지연 상태였다.

북한이 개발한 기기통합 자율주행 OS는 소형 전기차에만 설치되었다. 호환핑계로 스마트폰, 컴퓨터에 설치하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정찰드론, 폭격드론이 시작단추 하나로 자율기동 하는 화면을 눈여겨 보았던 남한 조사단의 안색이 어두웠다. 더 충격적인 장면이 어른거렸다.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두번째 트럭 운전석에 아무도 없었다. 소형 전기차에서 볼수없었던 인공지능 수준의 자율주행 통제였다.

하부경제로 삼으려 북한과의 자체OS 협력에 어깃장을 놓은 결과가 남한의 기술적 낙후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체제경쟁 열세에 놓인 기분이었다.

크기가 작은 폭격드론의 막강한 화력도 이야기 거리였다. 한번의 편대비행으로 군부대 하나를 초토화 시킬수 있는 위력이 동영상에 담겨있었다.

내부보고서를 따로 만드는 것이 지침이지만 과정을 거치며 차포가 떼어지는 것이 남한의 관행이었다. 이번 보고서로 남한이 변화할수 있을까?

민간교류를 억제하며 자본관계 발전에만 열심인 남한은 대외종속을 심화시키고 있었다. 정보시장, 일자리 창출에 절실한 독자OS를 걷어찬 것이다.

자기분야의 시장에서 추가이익을 창출해 가는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이 되기위한 절대무기는 독자성이다. 남한사회의 종속성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