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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국제외교

패권의 시소타기

호랑이 우화

 

이란이 20% 농도의 우라늄 생산에 성공했다는 선언과 함께 언제든 80% 이상의 무기급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20%는 핵발전에 사용할 수 있는 농도입니다. 물론, 원자로에 투입되는 원료이기 때문에 핵잠수함등에도 이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발표를 통해 이란을 이끌고 있는 수뇌부의 전략을 엿볼수가 있는데요. 곧바로 무기급 농축으로 가지 않고 20%에 선을 그은 것은 핵기술 확보 행보를 단계별로 나누어 미국을 자신들이 원하는 위치로 유인해 내겠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옛 이야기 중 "떡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하는 소리로 아낙네가 넘어야 하는 고개마루 마다 나타나 명분을 쌓았던 호랑이가 생각나는 행보입니다. 즉, 이번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핵무기 보유를 자제하겠다는 의중을 선포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계철선 또는 연좌제

 

군사적 용어로는 인계철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용어로는 연좌제라고 합니다. 북한의 핵기술 제공에 의해 핵무장을 향해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는 이란 및 제삼세계 국가들의 상호 관계에는 군사적 인계철선 또는 정치적 인계철선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공공연한 사실로 확정된 북한과 이란 사이의 핵협력은 한가지 확실한 마지노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자체 독자적 핵실험을 하지 않은 이란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이것이 구소련 붕괴시 도입한 것이든(물론, 핵반감기에 의해 현재까지 작동한다는 보장이 없지만...) 북한이 제공한 것이든 연좌제가 성립됩니다.

 

대한민국이 북한을 공격하거나 북한의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인계철선에 엮이듯 북한 또한 이란이 현재 시점에서 핵을 사용할 경우 그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가 없게 됩니다. 이란의 20% 농축 선언과 80%는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주장은 이 인계철선 즉, 북한이 연결되는 연좌제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비독자적 핵무기의 종속성

 

이란 처럼 북한의 기술제공을 기반으로 핵을 확보한 나라는 위와같은 핵기술의 연좌제 속성 때문에 핵보유 선언을 제약받게 됩니다. 한국이 미국이 허락하는 선에서 핵과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통제받듯이 이란도 아직 완전히 독자적인 단계로 진입한게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결정에 의해 이란의 핵보유 선언이 가능할 것이라고 짐작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북한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듯한 이란이고 보면 이미 확보한 것을 적당한 시기에 알맞은 방법으로 꺼내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발표한 20% 농축은 이미 그 이상의 진전이 있다는 움직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바로 다음 단계인 80% 무기급 농축은 기본적으로 끝냈다고 평가해야 할텐데요. 더욱 중요한 것은 이란이 과연 농축 다음 단계 어디까지 도달해 있는가 하는 것일 겁니다.

 

고난의 핵 스무고개

 

미국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공멸을 감수하고 서라도 무제한 사용하고도 남을 국가나 세력이 대량살상 무기를 보유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힐러리 국무장관이 테러단체로 제한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란이 핵을 보유한 채 대북 종속성에서 벗어나 통제를 받지않게 되는 상황일 겁니다.

 

이란의 20% 농축 선언은 미국이 넘어가야 하는 첫만남 고개마루에서 떡하나 내놓으라는 주문입니다. 다음 단계는 80% 농축이고 그 다음 단계는 핵실험이 되겠지요. 북한이라는 호랑이에게 온갖 떡을 다 준다는 공약으로 무사히 넘어 가는데 성공한 출구 코앞에 이란이라는 호랑이가 떡고개를 또 늘어놓고 있는 셈입니다.

 

가지고 있는 떡을 다 주고 결국 목숨까지 내준 우화속 아낙네 보다 미국이 훨씬 현명했지만 다음 호랑이가 어떤 떡고개를 꺼내들지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란이 핵실험을 하면 그 즉시 북한의 통제에서 벗어나 독자적 핵행보가 가능해 집니다. 공약을 이행하거나 이범호가 이핵호로 변신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겠지요.

 

주) 이범호 = 이란이라는 아직 평범한 호랑이, 이핵호 = 이란 핵호랑이...

 

패권 시소타기

 

이란이 핵보유국으로 변신하면 그즉시 세계증시가 요동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중동패권이 불확실해 지고 그것으로 인해 달러의 지위도 휘청거리게 되겠지요. 즉, 이란의 이번 20% 농축 선언은 이러한 저승고개가 있으니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살아나갈 생각을 말라는 외교적 언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과 이란의 행보는 미국이 911 무역센타 쌍둥이 빌딩처럼 하루아침에 붕괴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시소타기 처럼 미국이 연착륙하는 동력으로 자국들이 이륙상승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판단하고 있는듯 한데요.

 

이러한 패권 인수단이 어느정도 규모인지 현재는 아직 불투명 합니다. 막연히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유력한 남미, 동남아의 미얀마, 아프리카의 어느 곳이 추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한 조짐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전쟁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실망하시겠지만 현재의 판세는 패권 시소타기가 흐름인 것 같습니다.

 

싸우는 고래 사이의 한국은

 

이런 시기에 한국의 선택은 따로 있을수 없습니다. 싸움에서 떨어져 나오거나 한쪽 고래의 아가리에 가까우면 그쪽 비위를 맞추며 변화의 추세에 순응해 갈수밖에요. 어느쪽과 더 친하고 어느쪽과 척을 져야한다는 소리는 국가가 움직여야 하는 현실을 모르는 주장일 뿐입니다.

 

다만, 대한민국이 국운을 걸고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 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이 선택은 국가 단위에서 해야 하는 것이고 그 결정은 민의를 묻는 국민투표로 합의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이끌어 왔던 주체들의 국제정세 인식이 중요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도층의 선택이 곧 그 자신들의 명운을 결정하는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스스로 살길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버릴 것인지 하는 선택권을 역사가 지도층에게 최후의 기회로 부여하고 있는데요. 되도록 현명한 선택을 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무사하게 시대를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홍익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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