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만사/국제외교

역사의 태풍

통신과 위성이 발달하지 않은 시기에 거대한 자연변화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미세한 증상을 관찰해야 했었습니다. 새나 곤충이 갑자기 사라지고 떼를 지어 이동하기 시작하거나 안나타나던 동물이 여러 곳에서 출몰하는 경우 무슨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본능적 예감까지 작동 합니다.

 

생명체의 집단이 만들어낸 자연을 읽을때 미시적 현상으로 거시적 움직임이 밀어내는 변화를 감지해서 알아차릴 수 있듯이 국가들이 모여서 어우러지고 있는 국제사회 또한 미시로 거시를 감지해 낼수가 있습니다. 어떠한 것이든 비슷한 유형으로 분류해 동일해법 대입으로 풀어낼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강력한 자연현상중 하나인 태풍은 국제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움직임을 적합하게 분석해 볼 수 있는 사회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태풍으로 국제질서의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각국의 동선 및 그에따른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풍이 사람의 눈으로 감지할 수 없는 태양열에 의한 기후변화로 발생하듯 국제사회의 질서변화도 패권을 다투는 나라와 그 주변국들의 외교정보 관계자가 아니면 발견하기 힘든 물밑에서 시작됩니다. 이 시기에는 해당현상에 접근하는 정보 자체가 철저히 비밀로 숨겨져 일반인들이 가까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변화의 기반이 만들어지는 시기 즉, 강력한 바람과 폭우가 보여지기 시작하는 단계로 진입하면 태풍을 만들어 가고 있는 나라 반대쪽에서 여러가지 설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저것은 그저 회오리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일시적 현상일 뿐 국제사회를 변화시킬 만큼 강력한 현상이 아니다"라고 축소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일기예보와 아주 비슷 한데요. 바람이 약간 강해서 회오리 바람으로 발전하겠지만 금방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확정적으로 이야기 합니다. 모든 나라가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일기예보의 특징이 있죠. 틀릴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예보주체의 희망이 담기기도 한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그러다 태풍의 구체적인 모습이 보여지고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하면 갖가지 분석과 전망을 통해 진행방향 어느쪽이 피해를 입고 어떤 곳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되는지 설명을 하기 시작합니다. 태풍의 오른쪽이 풍속이 강하고 비가 더 많이 내리기 때문에 피해가 클 것이라는 상식도 곁들이곤 합니다.

 

이러한 자연현상을 국제사회로 가져와 북핵을 바라보면 그림이 한눈에 그려집니다. 가장 안전한 태풍의 눈은 한반도, 안전반원인 태풍의 왼쪽에 있는 것은 제삼세계 및 북한과 보조를 같이하고 있는 나라들이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위험반원인 오른쪽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한반도에 있지만 되도록 멀리 떨어져 나가려고 하는 남한은 상황에 따라 태풍의 눈을 벗어나 위험반원인 오른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국제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태풍의 진원지는 북한입니다. 미국이 그 인력에 끌려들어 갈 정도이고 국제사회가 한반도로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습니다.

 

태풍의 진원지... 이게 태풍의 눈이죠. 북한이 처음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이것이 나비의 날개짓 이었습니다. 그 미시적 현상이 태풍으로 확인이 되어 세계각국이 안전반원인 왼쪽을 향해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것과 맞물려 북한의 화폐개혁 및 3일후 예정된 미국의 방북을 앞두고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나비를 쳐다볼 시기가 아닙니다. 징조를 통해 예측하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결과가 쏟아져 나오는 역사의 태풍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가시화 되기 이전엔 징조를 통해 느껴야 했지만 태풍이 휘감아버린 지금은 눈으로 현상을 확인해야 하는 때인 것입니다. 그래서 태풍의 눈은 고요합니다.

'세상만사 > 국제외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권의 시소타기  (0) 2010.02.12
단순화의 함정  (0) 2010.01.27
그림자 보기(방문자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  (0) 2009.11.14
핵군축의 의미  (0) 2009.10.19
물밑 평화상  (0) 2009.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