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게 되면 공식처럼 반복되는 행사가 있습니다. 권력이 지향하는 방향과 이미지가 일치하는 각 분야의 사람들을 발굴해서 전면에 내세우는 영웅 만들기죠. 형식적으로 나마 군부 독재를 종식시킨 김영삼 문민정권은 새내기 그룹을 하루아침에 국민가수로 만들었었습니다.
"난 멈추지 않는다"라는 곡을 불렀던 그룹 잼 이었는데요. "이제 다시 시작해..."라는 가사가 문민정부의 출범과 묘하게 어우러져 상당한 인기를 끌었었습니다. 1992년 12월에 민자당 대표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김영삼 후보가 당선되었고 잼의 1집 "난 멈추지 않는다"가 1993년 초에 발표되었습니다.
기획되어 의도적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고 필요에 의해 지원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명박 정권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을 집중적으로 내세우고 있는듯 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이명박 정권이 지향하는 정치적 방향성이 감지되는 데요. 너무 종교쪽으로 치중해 국론을 분열시킬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만의 주특기가 아니죠. 정치분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나라가 미국입니다. 슈퍼맨으로 패권을 과시하고 람보를 통해 미국의 힘을 만끽하며 약소국 시청자에게 의식적 패배까지 조장해 내는 그 치밀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내년초 오바마 정권이 출범하는 동시에 여러 분야에서 신성이 나타나고 쓰러졌던 영웅들이 부활하면서 침체된 자본주의에 활기를 불어넣는 심리적 연출이 점쳐집니다. 한국과 다른게 있다면 알맹이는 전혀 없고 그저 입으로만 희망을 가집시다 수준을 넘어서는 소기의 실질적인 결과물까지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요.
문제는 이러한 결과물들이 경제위기를 타개할 만한 규모의 파급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생명공학등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어내고 IT등 기존 분야에서 재추진력을 끌어낸다고 해도 이번 경기침체는 감당하기 힘들만큼 거대한 안개속 덩치로 공포스러운 위협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상은 실질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정상으로 걸어 올라가 사진한방 찍는다고 거대한 에베레스트가 정복당하는 것이 아니듯 영웅들을 만들어 자잘한 경기부양으로 가로막아 봐야 경기침체 쓰나미를 멈춰 세울수는 없을 겁니다. 문민정부의 보여주는 정치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상기해 보면 금방 결말을 알수 있습니다.
오바마의 미디어 정치가 본격화 된다면 자본주의 무대위의 화려함을 유지하기 위한 소품 태우기라고 봐야할 겁니다. 다음에 등장해야 할 배우에게 제공할 소품이 사라질 즈음 연극이 멈추어 버리겠지요. 미국의 퇴보와 함께 그 정상에서 열연했던 영웅들의 정치역할도 같이 침몰하는 장면을 관람하게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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