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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국제외교

힘(무력)의 속성

북한의 노동신문이 2월 1일자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성명을 인용해 북한의 경고를 남한정부가 계속해서 외면할 경우 군사적 충돌은 물론이고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일당지도체제인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의 기관지라 사실상의 정부성명인 노동신문의 2차경고입니다.

 

북한의 1차경고에 대해 남한은 "상투적 협박" 또는 "버티기 전략" 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며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한층 강도가 높은 반응이 나온 것인데요. 핵무장 이전의 북한과 핵무장 이후의 북한을 같은 관점으로 바라보는 남한측의 오류는 왜 발생을 할까요?

 

이제 한반도에서 북한과 미국은 군사적으로 동등한 균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핵이라는 공멸무기가 대칭을 이루는 한 북한도 미국도 핵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주한미군의 지상군을 대폭 줄이고 공군과 해군위주로 재편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2007년초 기준 남한의 병력은 65만, 주한미군은 3만명, 북한의 병력은 105만명 정도였습니다. 주한미군의 일방적 핵우위가 사라진 지금 지상군을 대폭 증원해야 정상적인 대응일텐데요. 미국의 대북한 대응이 소극적으로 변하는 와중에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강경성명은 서로 연관관계가 전혀 없을까요?

 

국가간의 움직임을 보면 어느쪽이 더 아쉬운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일방적인 움직임에 비난을 하면서도 뒤로 협상지속을 모색하고 있는것이 미국입니다. 두차례에 걸친 북한군부의 대남 강경성명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그렇더군요. "도움이 안되지만 비핵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가 전부입니다.

 

핵협상 기싸움에서 계속 밀려나가고 있는 미국과 여전히 과거와 똑같은 엄포일 뿐이라는 남한정부의 상반된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왜 이명박 정권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을까요?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협상차질에 미련스럽게 매달리고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을겁니다.

 

이명박 정권은 국제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것을 해결할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신뢰도 심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을 불과 일년전에만 했었어도 747공약 같은 장미빛 자승자박은 자처하지 않았을 겁니다. 발등의 불끄기도 급급한 상태죠.

 

약점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인수위가 천금같은 정권장악 기회를 날려버렸고 소고기 수입문제로 촛불과 씨름하다가 취임덕에 걸려버렸습니다. 집권하자마자 레임덕... 여기에는 대선 최대의 문제로 불거졌던 BBK사건이 만들어낸 불신이 가장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선거에서는 이겼지만 신뢰감 확보에서는 완패를 당한겁니다.

 

한나라당 대표인 박희태가 만들어 냈다는 총체적 난국에 어울리는 총체적 레임덕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여기에 결정적인 한방을 북한군부가 꺼내든 상태입니다. 만약 북한의 군사력 이동이 감지되고 미사일 발사가 연이어지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아도 한국경제는 치명타를 받게 됩니다. 자본의 대탈출이 시작되겠지요.

 

경제에 살고 경제에 죽는게 바로 대한민국 대통령의 운명입니다. 보리고개를 넘기게 해준 박정희 전대통령이 지나친 독재에도 불구하고 평가받고 있는 것이 바로 경제 때문입니다.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김영삼 전대통령이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있는 것도 경제 때문이구요. 이명박 대통령의 비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북한의 대북태도 전환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낮을겁니다. 정치인으로서 털어서 먼지한톨 나오지 않는 인물이라면 강단있게 국익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지인지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가야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과정을 다지지 못한 결과는 신기루에 불과한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대남 강경태도를 끝까지 밀어부친다면 그것은 남한 내부에 북한에 대해서 보다 전향적으로 나올수 있는 권력을 조기에 부상시키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누가 대박을 맞게 될지는 말하기 그렇지만 머지않아 눈치빠른 철새들이 정치둥지를 옮기기 시작하겠지요.

 

북한은 핵무장이 만들어낸 힘(무력)이 강력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기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군부의 분출력을 억지로 누를경우 내부의 갈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시기에는 외부로 폭발시켜야 하는데요. 그 희생양으로 선택된 것이 이명박 정권인것 같습니다.

 

어느 국가나 내부에 축적된 힘을 다스리기 힘들어 질때 외부로 눈을 돌립니다. 임진왜란이 그래서 일어났다고 하더군요. 일본내부의 갈등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고 합니다. 핵무장에 성공한 북한은 과거의 북한이 아닙니다. 반드시 외부로 힘을 뻗어내야 하는 강력한 관성에 돌입해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힘(무력)의 속성을 무시한다면 커다란 댓가를 치루게 될것이 분명합니다. 일단 분출한 힘은 승리라고 하는 내세운 주장에 합당한 전리품을 챙겨야 방향을 틀게 될텐데요. 북한군부의 연이은 성명서에는 이러한 것을 원하고 있다고 쓰여있는 것 같습니다. 중간에 끼어 고개를 숙이지 못하는 약자의 비애가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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