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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역사문화

직업의 스승역할...

무작위로 들어오는 일들을 관리하기 위해 외부로 돌아다녀야 하는 업이다 보니 가끔 인터넷에 벌여놓은 논쟁을 마무리 하지 않는 결례를 범하기도 합니다. 차량이 뜸한 밤 시간이나 휴일이 이동하기에 더 편한 터라 일정을 늦추어 잡는 습관이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정즈음에 글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업에 대한 호불호야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어떠한 작용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은 그리 일반화 되지 않은것 같습니다. 하루에 서너분 이상의 고객을 만나는 생활을 십수년 하다보니 직업이 나자신에게 선사한 진짜 선물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만나거나 거래관계에 있는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지 않는 기본적인 거리를 경계선으로 설정하고 사는데요. 일을 마칠때까지 한시간 정도의 대화시간이 주어지고 제가 일하고 있는 분야의 지식이 필요한 고객들의 자발적 호응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중엔 펀드 매니저 수준의 주식관련 전문가들도 종종 있습니다. 덕분에 그분들 자칭 시간당 수백만원 짜리 투자 특강을 공짜로 듣는 행운도 누리게 되더군요. 처음에는 열을 들으면 한두개 정도 머리에 담았는데 이것이 십수년 반복되면서 경제의 흐름을 대충 따라갈 정도의 식견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분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주식투자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아예 쳐다 보지도 말라는 한마디 였습니다. 초기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머리속에 투입되는 수천명의 살아있는 지식이 누적되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말이 투자지 그 내면을 해부해 보면 개미들 돈털리는 도박판일 뿐이죠.

 

국가간의 패권경쟁이나 개인간의 투자경쟁에는 정보의 불확실성을 누가 운영할 수 있는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됩니다. 현재 군사패권과 경제패권을 동시에 쥐고있는 나라가 미국인데요. 이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따라 경제질서가 변화하고 현물시장이 요동치는 정보 불확실성을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내부정보를 십분 활용해서 전세계의 투자시장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것이 땅짚고 헤엄쳐온 미국 금융산업의 경쟁력 이었습니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느곳에서든 전쟁을 일으킬 수 있고 끝낼 수 있었던 호시절이 북핵과 그 무력의 확산으로 가로막힌 지금 경제위기에 기우뚱 하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닙니다.

 

세상공부를 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합니다. 책을 읽어 지식을 넓히는 방법이 있고 벽을 바라보며 심안을 키우는 방법도 있고 스승을 찾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직업이 만들어준 공부방법이 가장 으뜸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일생동안 머리속에 정리해 둔 지식의 정수를 단 한시간만에 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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