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테러를 지원하는 악의 축으로 북한을 맹비난 하면서도 핵협상에 나섰었습니다. 테러지원국... 미국에겐 양날의 칼인데요. 이것으로 협상이 시작되고 중간 거래가 일차적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중국, 러시아는 테러지원국이 아닌데 북한은 테러지원국...
즉,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가 전세계의 테러단체와 즉시거래가 가능하다는 게 미국주장의 주장입니다. 북한에 전면적인 핵포기를 강요하고 있는 논리도 거기서 나옵니다. 그러면 북한이 가진 핵무기는 테러단체와의 거래에서 포함될까? 아니면 제외될까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것 자체가 북한의 핵실험으로 자충수가 되어버렸는데요. 북한이 실질적인 테러지원국이든 아니든간에 국제사회가 낙인을 찍은이상 북한의 모든 무기는 테러단체와 거래를 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이죠.
테러지원국 이라는 낙인이 왜 문제가 될까요? 미국과 국제사회가 수십년동안 테러지원국으로 선전해준 덕에 모든 테러단체들이 북한과의 거래가 가능하다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어디에 있는 테러단체라도 북한 하면 테러지원국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테니까요.
즉, 가만히 앉아 있어도 싫다고 해도 북한의 무기를 사기위해 테러단체들이 몰려들어 간다는 것이죠. 이 테러단체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핵가방 같이 최소한의 부피로 최대한의 정치적 효과를 얻어낼수 있는 대량살상 무기입니다. 이런거 하나면 그들이 증오하는 대상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상황에서 최소량의 중성자 핵실험이 실시된 것은 그 뇌관을 타격한 것입니다. 미국에게 최강의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테러단체들에게 뿌리칠 수 없는 뇌쇄적 매력을 흩뿌린 셈이죠. 중성자 핵가방 테러의 정치적 효과는 낙진을 수반해 끝없는 비난에 시달려야 하는 일반 핵과 다른 선택적 명분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실험이 단행되었다면 미국이 받는 압박강도는 상대적으로 덜했을 겁니다. 정상국가군에 속한 나라가 핵무기를 테러단체와 거래하려 하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에서의 퇴출을 자처하는 거니까요. 그만큼 정치적인 무기이기도 하지요.
만약 북한이 정상국가군에 있었다면 핵실험으로 전방위의 경제봉쇄를 당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받았을 겁니다. 민생이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치면 흉흉해 질 수밖에 없죠. 정권이 위태로워 질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20년동안 제재란 제재는 다 받아 잃을게 하나도 없는 무제동 상태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담 때문에 능력이 있어도 핵무장을 못하고 있는 나라가 즐비하죠. 한국과 일본도 마음은 굴뚝인데 눈치만 보고 있는데요. 어이없게도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낙인이 이러한 후폭풍을 사전에 제거해준 셈입니다. 거품 남발로 경제가 몰락직전에 놓였듯 대외군사 정책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죠.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끌 경우 최소한 한두개의 테러단체나 테러를 불사하는 국가가 북한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곤궁해 지면 질수록 북한이 테러단체나 국가들의 핵무기 판매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낮아지죠. 미국에 대한 대량살상 무기테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핵을가진 북한을 토끼몰이 한다며 즐거워 했는데 알고보니 그 막다른 골목이 미국 코앞에 있었다는 것이지요. 북한의 고강도 압박으로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테러지원국 해제에 서명을 했지만 길게 본다고 해도 미국이 질수밖에 없는 구도로 진행된 것이 북핵협상입니다.
이쯤되면 생각이 좀 달라지게 됩니다. 도대체 어느쪽이 토끼몰이를 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중국과 러시아에 정성을 쏟아 북한을 포위하려는 정책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나름 압박이 될것이라고 생각했을 텐데요. 거꾸로 토끼몰이 당하고 있는건 아니었는지 걱정이 되더군요.
북한의 외교전략을 보면 60년 연륜이 축적된 노회함 이상의 완벽한 수순을 읽을수 있습니다. 남한처럼 대통령 바뀌면 꼭대기에서 말단까지 죄다 바꾸어 버리는 하루살이 관료의 나라가 아니더군요. 아무리 미국이 치밀한 체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한분야에서 일생을 보내는 저들의 경지를 넘어설수 있을까요?
다른것을 다 떠나서 생사를 건 외교전쟁을 치루는 체제의 측면에서 따져볼 경우 북한을 따라갈 수 있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북한이 자력으로 일극패권 완성을 눈앞에 두었던 미국의 압박을 풀었다는 엄연한 결과를 앞에놓고 남한의 초라함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어 씁쓸한데요.
10년전의 정권교체로 국가조직 전체가 뒤집어지는 물갈이가 있었고 이번 정권교체도 어김없는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이러한 난장판을 북한과 비교해 보면 참으로 한심하죠. 남한은 그잘난 밥그릇 뒤집고 뒤집다가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60년을 추월당했습니다.
건국 60년을 입에담기 민망한 처지죠. 베짱이는 베짱이의 운명이 따로 있습니다. 안보를 노래로만 부르고 국방을 춤으로 때워온 지금 전가의 보도같던 국가보안법도 미국이라는 뒷배경을 상실해 버렸습니다. 이제 탱크몰고 올라가자는 정신나간 사람들이 꼬리를 잔뜩 말아올릴 시간이로군요.
이제부터 남한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것 뿐입니다. 과도하게 기댔던 미국에서 중심을 옮길 때가 되었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통합의 정치력이 필요하죠. 이명박 대통령이 이것을 해낼수 있을까요? 우측깜박이를 켜놓은채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진짜 노명박이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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