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설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김위원장 사망시 남한 주도의 통일이 급격하게 이루어 지거나 북한이 와해되어 중국에 흡수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더군요. 북한이 그정도로 형편없는 체제였다면 일극패권 완성을 바라보는 세계최강 미국과의 핵협상을 끌어올 수 있었을까요?
한 사람의 능력는 그 호적수로 가늠해 볼 수 있는데요. 조직이나 국가의 능력을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주국 미국과 수십년 앞서 야구를 도입한 일본 및 아마최강 쿠바를 꺽고 올림픽 금메달을 딴 한국야구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그때문입니다.
미국이 이런저런 기술적 문제라며 지저분하게 북한을 대하는 면모를 보면 그만큼 대하기 껄끄러운 상대를 만났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이라크를 공격할 때 기술적인 문제 운운하는 한치의 망설임이 있었던가요? 함상폭격을 생중계 하며 전광석화 처럼 스포츠경기 즐기듯 일방적으로 놀았던 미국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군사무력이 결코 동북아에 머무는 우물안 파괴력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상황을 살펴야 할것입니다. 미국의 세계패권을 흥정대상으로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은 북한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할경우 조선말기의 국제정세를 오판해 식민지로 전락했던 어리석음을 다시 저지르게 될테니까요.
북한을 지지하는 쪽이나 지지하지 않는 쪽이나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이 어떤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그럴것 같지 않군요. 현실적 실리를 추구하는 협상의 정치력을 발휘해온 김정일 위원장의 조기사망은 그동안 눌려왔던 북한군부의 강력한 대외정책을 불러올겁니다.
이렇게 될 경우 아직 경제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북한은 무력 하나로 급팽창해 나가며 거기에 소요되는 경제력을 점령지에서 벌충하게 되겠지요. 경제력 없는 무력의 확장은 제국적 수탈을 수반합니다. 경제력까지 갖춘 제국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자국의 경제를 점령지와 나누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북한이 경제력을 갖춘 상태에서 권력의 변화를 맞이하느냐 아니면 무력만 갖춘 상태에서 권력구도가 바뀌느냐에 따라 동북아는 물론이고 세계패권의 진행방향이 갈리게 됩니다. 지금까지 보여왔던 김정일 위원장의 정책은 경제력까지 다 갖춘후 다음을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경제력 선확보 정책은 타도 제국주의를 내세운 북한의 국가정체성에 부합합니다. 만약,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군사무력 하나만 앞세울 경우 해봐야 남한과 일본을 점령해 경제적 과실을 빼내가는 제국주의로 갈 수 밖에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겠지요.
따라서 북한의 타도 제국주의 노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나 반북노선을 견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이 바라는 북한의 역할에 김정일 위원장의 정책 노선이 아닌 조기사망후 전면에 나설 북한군부의 제국주의 무력정책에 환호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김정일 위원장이 조기에 사망하고 북한군부가 집단지도 체제로 전면에 나서 가지고 있는 무력을 욕심대로 휘두를 경우 최소한 한국과 일본은 그 영향권 내로 단시간 내에 편입되게 될겁니다. 이건 한미일 삼국이 결코 바라는 방향이 아니죠.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악화는 보수들의 지옥이지 환영할 일이 아닙니다.
더 나아가 북중러 삼국동맹을 부활시켜 공산주의 진영의 세계정복을 선언하면 유럽까지 불안해집니다. 북한이 한일을 집어삼키며 동북아를 넘어 태평양으로 진출하고 중국이 동남아를 점령해 들어가고 러시아가 구소련 지역을 재병합 하면서 유럽으로 뻗어가면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란이 중동지역의 맹주를 선언하고 남미와 아프리카에 또다른 이란이 나타나게 되면 자본주의는 심리적 공황에 빠져들어 자멸해 버립니다. 국제교역은 급격히 위축되고 자본상위국들의 부동산은 붕괴하고 교역불안에 따라 급감된 수요에도 불구하고 석유에너지와 자원가격이 폭등하겠지요.
미국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반론을 제기하실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부도직전의 경제력으로 삼대핵강국을 상대해 모험을 걸 수 있을까요? 단순히 북중러 삼국동맹이 공산주의 부활을 선언하기만 해도 제삼세계 전체가 가세해 하루아침에 거대한 세력군을 형성하게 될겁니다.
중국이 미국에게 코 꿰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주도의 자본주의 몰락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순간에도 미련하게 발을 담그고 있을까요? 북한군부가 전면에 나서면 그것이 곧 자본주의에 결정타를 날리는 신호탄이 될것이고 그 순간이 또한번 배신해 제자리로 돌아간 중국을 목격하게 되는 때일겁니다.
이렇게 되면 또다시 제국주의를 기반으로 한 반복된 질서를 맞이하게 될 뿐입니다. 좌파성향의 북한지지자들에게는 명분없는 결과가 되겠지요. 마찬가지로 반북성향의 보수들도 할 말이 없을겁니다. 자기들이 바라마지 않던 결과가 자본주의 미제국을 대체하는 공산주의 제국들의 패권시대일 뿐이니까요.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고 어떤 이념성향을 가지고 있든지 간에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은 이제 인류사의 진행방향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보수적 공산당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나빠지기를 학수고대 하겠지요. 영광스러운 과거를 복원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가정해 보면 미국또한 객기 부릴때가 아니지요. 하루라도 빨리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의 경제력을 끌어올리는 데 노력을 해야 할겁니다. 김정일 위원장 사후에도 그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인물이 나올수 있을까요? 북한은 군인이 아닌 정치인이 또다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없는 체제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공산주의 제국연합의 도래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입니다. 북한이 경제력까지 갖추어 그 자생력을 바탕으로 국제질서를 만들어 갈 때 지구의 모든 나라들이 각각의 이해관계를 평화적으로 나눌수 있겠지요. 이 기회를 놓친다면 한미일이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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