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의 속성은 바다를 건넌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물론, 귤이 탱자되듯 개판이 되기도 하지만 미국 정치의 내면을 언론들이 제대로 해부하지 않아 고상해 보이는 것 뿐이지요.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미국 정치판을 들여다 봐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도찐개찐입니다.
지루했던 경선과정이 끝나고 드디어 오바마가 민주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피부색을 차별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명을 전제로 제가 오바마에게 붙여준 별명이 "검은장군"입니다. 전환기를 맞이하는 미국의 내적변화가 흑인 대통령 후보를 배출하는 절묘한 구도속에 탄생한 정치 흑진주죠.
지향하는 정치적 방향성은 정 반대이지만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걸어온 대선과정과 집권 이후의 처지가 흡사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미국정치는 대한민국 반발자욱 뒤에서 따라왔고 그렇게 가게 되어있습니다. 다잡았던 대권을 허망하게 놓친 박근혜를 따라간 힐러리가 이것을 입증하고 있죠.
그동안 세계변화를 주도했던 미국이 한반도에 추월당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부터죠. 한국정치를 보면 미국정치의 미래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뒤따라 올만큼 가장 앞에서 달리고 있는 정치선진국이 대한민국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보잘것 없는 한국이 세계정치의 방향타가 된 그 발판이 어디에 있을까요? 정치란 현실적 힘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선두주자가 될수없는 속성을 가집니다. 한반도가 세계최고의 군사무력을 올라탔기 때문에 정치최고가 된 것입니다.
오바마의 선택
오바마는 민주당 지지자의 절반 이상을 등에업은 힐러리의 부통령 지명요구 압박을 일축하고 상원 외교위원장인 바이든을 선택했습니다. 민주당의원 보좌관들이 대규모 투자관련 정보수집차 방북했었다는 설이 있는데요.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상원 외교위원장 바이든입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매케인이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며 미국의 경제활로를 스스로 막아 버리는 군사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과 정 반대의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루지아 사태를 촉발시킨 샤카슈빌리 대통령이 미국의 체니 부통령이 공들여 놓은 장학생이라고 하더군요.
체니가 그루지아를 통해 러시아를 건드리며 매케인을 거들고 나선 것이죠. 같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체니의 움직임을 해석할수도 있겠지만 좀 더 엄밀히 따져 들어가면 꼭 그런것만은 아닙니다. 차기정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경우 가장 불안에 떨 사람이 바로 체니거든요.
부시야 아버지의 뒤를 이은 대통령으로서 최대한의 신분이 보장되는 일류가문 방패덕을 보겠지만 체니는 처지가 다릅니다. 이라크 침공이후 가장 많은 혜택을 거저 주웠던 군수업체 헬리버튼의 사장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말이 많았던 만큼 공화당의 차기집권이 가장 절실한 사람은 뭐라해도 체니죠.
이러한 배경 때문에 미국의 외교정책이 꼬여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루지아는 북핵해결 이후에 건드려야 하는 후순위 패감이었습니다.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제국주의 미국과 뒷거래를 해왔던 구소련의 후신 러시아는 말이 통하는 상대지만 북한은 타도미제를 부르짖는 이질적 존재입니다.
미국이 러시아와 척을 진다고 갑자기 북한과 친해질수도 없는 마당에 대화로 해결이 가능한 러시아의 뺨을 때린것은 전략적 상식을 내팽개친 자충수죠. 북한 하나로도 버거운 마당에 러시아까지 적으로 돌린것은 미국전체의 전략적 움직임이라기 보다 체니를 중심으로 한 네오콘만의 생존전략으로 봐야겠죠.
이러한 정치적 배경을 살펴보면 미국 대선고지가 어느쪽에 가까운지 가늠해 볼수 있을 겁니다. 현재 오바마를 2%정도 추월하며 매케인이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굳어져 공화당 후보가 또다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외교정책의 방향과 전략적 타당성에서 미국 전체의 이익공약수를 도출해 가고 있는 오바마 진영과 네오콘의 생존꼼수가 지뢰밭을 만들어 가고 있는 매케인 진영의 승패는 이미 갈렸습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일은 11월 4일입니다. 10월 중순쯤 건드렸어야 할 그루지아 패감을 날려버린 것일 뿐입니다.
물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뒤로 미루어 10월 중순에 터뜨리기 위한 꼼수일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란이 공화당의 집권연장을 바랄까요? 미국이 예상했던 대응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부시정권의 대중동 외교정책을 파산시켜 버리는 도발을 감행할 경우 매케인은 내부에서 칼침맞는 비운을 겪겠지요.
오바마의 바이든 선택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정치자금이죠. 힐러리는 바이든과의 정치자금 경쟁에서 패해 부통령 기회까지 날려버린 것입니다. 안일하게 경선기간 진 빚을 갚아달라고 투정을 부리는 동안 바이든은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기회 확보를 위해 보좌관들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미국 정치권이 나서서 만들어 가는 투자기회라면 그 규모가 몇몇 다국적 기업의 움직임을 넘어서는 거대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을 겁니다. 경제난에 침몰해 가고 있는 미국경제의 활로를 모색하는 고충도 깔려있겠지요. 투자여건이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기업자본들의 유일한 희망일 수 있습니다.
대선은 경선기간이 초라해 지는 거대한 규모의 정치자금이 소요됩니다. 그 실탄 싸움에서 오바마가 한판승을 거두었다고 봐야겠지요. 내전으로 치닫지 못하는 그루지아 사태로 미국의 군수산업이 벌어들일 수 있는 자본획득 기회는 바이든의 경제정치에 매달린 매미일 뿐입니다.
그동안 군수산업이 만들어낸 불확실성과 결탁한 금융자본들은 주식등으로 땅짚고 헤엄치며 석유에너지 투기로도 재미를 보아왔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과 주식은 꺼지기 시작했고 그 염려로 석유에너지 투기가 공멸을 부를 가능성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터라 이탈이 불가피한 상황이죠.
이제 군수산업이 국지적 불안전성으로 이끌어가던 금융경제의 방향이 해체되고 심리적 불안감을 최대한 해소해 경제적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실물경제의 깃발이 올라가야 하는 막다른 골목입니다. 그 길목에 바이든이 서있었고 이것을 선택한 것이 검은장군 오바마입니다. 대화를 좀 아는 사람이죠.
미국 대선이 북한 손바닥에
미국의 대통령은 북한이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길목에 자리한 북한이기도 하고 군사무력의 실체를 완전히 드러내 달러패권을 종식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일극지위가 무너지면 달러가치는 곤두박질 치겠지요.
북한의 이해관계에 좀 가깝게 걸어가고 있는 오바마가 그래서 유리할 겁니다. 매케인은 불가능의 장벽을 목표로 설정해 한물간 미국패권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매케인에게 "미국의 패권은 기울었다. 지금 해야할 것은 재건이지 집착이 아니다"라고 오바마가 한마디 한것인데요.
현재 미국경제의 여건상 세달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미제국의 댐 여기저기에 구멍이 날텐데요. 네델란드 어린이가 전부 달려가 주먹으로 막아준다고 해도 구하기 힘든 지경이라는 것을 알수있을 만큼 선거에는 악재로 작용하게 될겁니다.
경제가 이렇게 망가진 상태에서 대북 강경책이 북한의 초강수를 이끌어 내어 외교정책까지 파탄나면 부시는 공화당을 완전히 말아먹는 제2의 김영삼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체니는 물론이고 부시 자신까지 퇴임후를 걱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부시는 점점 몸을 사리게 되겠지요. 체니만 몸달고...
이코노미 프론티어(Oh ! frontiernomics)
뉴 프론티어로 재미본 것이 케네디 대통령입니다. 서부개척기의 황금시대를 다시 열겠다는 젊은 정치인의 패기에 열광했던 미국은 아직도 케네디를 잊지 못하고 있더군요. 그 계보를 이어가겠다며 나선 오바마는 피부색만 다를뿐인 케네디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경제를 살린 클린턴까지 버무리면 완벽한 대권상품이 되는데요. 위에서 살펴본 대로 경제적 해법을 심도있게 모색해 가고 있는 중이고 미국경제의 위기또한 경제대통령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바마가 이기려면 케네디와 클린턴을 믹서기에 넣고 갈아마셔야 할겁니다.
이 둘을 완벽하게 합체시키는 구호가 "이코노미 프론티어"입니다. 미국은 꾸준히 자본주의의 변경을 확장해 왔습니다. 탁구외교로 중국을 끌어들이고 구소련까지 무너뜨렸죠. 그렇게 자본주의의 위기를 돌파해 왔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북한에게 일극완성을 저지당하며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클린턴이 대화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것을 뒤엎은 부시가 8년의 실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또다시 북한을 인정해야 한다는 쳇바퀴였습니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자본주의의 경계를 완전히 개척해야 미국경제의 활로가 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알릴 필요성이 크죠.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맥아더의 말이 생각나는데요. "자본주의는 죽는다. 다만, 늦출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맥아더가 안죽었나요? 미국은 아직 그 착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바마가 이코노미 프론티어로 그 꿈을 연장시킬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 집니다.
'세상만사 > 국제외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의 흑심... (0) | 2008.09.18 |
---|---|
공산주의 제국연합을 원하는가? (0) | 2008.09.11 |
일극붕괴 = 다극화 (0) | 2008.08.21 |
지상최고의 핵우산 보유국 (0) | 2008.08.07 |
한국의 위기, 일본의 기회 (0) | 2008.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