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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정치언론

대선과 이회창의 삼고초려

이회창의 삼고초려

 

세번 찾아가 제갈량을 얻었다는 유비와는 다르게 박근혜를 삼고초려 했던 이회창 후보가 끝내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것을 두고 박심을 얻는데 실패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더군요. 언론이 일부러 그러는 건지 아니면 모르고 그러는 것인지는 몰라도 너무 단편적인 시각입니다.

 

박근혜는 한나라당 내부 경선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영남의 민심 방향타를 거머쥐고 있는 상징입니다. 그러한 박근혜를 찾아갔다가 소박을 맞았다는 것은 표면일 뿐이죠. 만나줄리가 없다는 것을 이회창 후보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전날까지 갔었던 것은 영남이 보아달라는 것입니다.

 

영남의 보수적 성향은 아직도 가부장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그런 영남의 후보로 나서서 두번의 대선을 치루었던 연로한 이회창 후보의 세번방문이 딸같은 박근혜를 만나지도 못했다는 모양새가 가지는 의미는 간단한 것이 아닐겁니다. 여기에 이명박 후보의 광운대 강의 동영상이 합해진 지금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않지요.

 

영남 뿐만이 아니라 장유유서에 여필종부 정서가 아직 남아있는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에게는 이회창 후보의 삼고초려가 동정심을 넘어 자신들의 사회적 대접에 대한 누적된 욕구불만을 보상하기 위해서는 같은 처지인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작동하게 될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서민층 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사회적 박탈감이 짖누르고 있던 정치적 욕구가 찾는것은 늘 자신들의 처지와 동일시 되는 후보였습니다. 상대적 약자로 평가되는 후보에게 이들의 표가 쏠려가는 것은 이러한 심리적 작용이 있기 때문이죠.

 

감성정치의 대표적인 사례인 노무현의 눈물광고는 바로 이러한 유권자의 표심작동을 교묘하게 활용한 것입니다. 지금 대선판에서 그러한 정서적 접근을 가장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이 이회창 후보입니다. 삼고초려 또한 그러한 전략에서 행해진 것이고 상당한 표를 확보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감성정치

 

유권자가 가장 바라는 내심...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효과적인 득표의 한 방법입니다. 전통보수의 득표전략이 이것이었었죠. 박정희 전대통령의 막걸리 정치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것을 제대로 차용했던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서민적인 외모와 어투였었지요. 사실은 법조 기득권이었는데 말입니다.

 

이익정치

 

유권자의 실제이익을 제시해서 표를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뉴타운과 대운하 공약등으로 부동산 고공행진 기대심리를 끌어들인 이명박 후보가 대표적인 이익정치 사례죠. 지난번 대선때 행정수도 이전공약으로 충청도의 표를 확보했던 노무현 대통령도 이익정치를 병행했었습니다.

 

감성적 유권자 對 이익추구 유권자

 

이번 대선은 이러한 두가지 정치전략이 뚜렷하게 구분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아무리 노무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운다고 해도 검찰까지 모호한 판정으로 돕는 모양새를 보여주며 노명박이라는 의혹까지 받고 있기 때문에 그를 약자로 판단해 지지하는 감성적 유권자는 그리 많지 않을겁니다.

 

있었다고 해도 스스로 BBK를 설립했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는 광운대 강연 동영상이 모습을 드러낸 시간을 기점으로 대부분 이회창후보 쪽으로 쏠렸을 겁니다. 이회창 이외에 감성적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정치적 모습을 보여준 후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리적 유권자중 부동산등 목전의 개인이익이 아니라 장기적 국익을 중시하는 유권자들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요. 이들은 반 이명박 표심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한반도 대운하를 막기위해 전략적인 판단을 하게 되겠지요.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막기위한 대안으로 정동영과 이회창을 꼽고 각자의 판단에 따라 두 진영으로 흩어졌을겁니다. 이렇게 국익추구 유권자들을 나누어 가진 정동영 이지만 이사람은 유권자를 감동시키거나 표심을 움직이게 만들 정서적 접근이 전무한 정치행태를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정동영 후보는 반한나라 성향의 표와 국익추구세력 일부에 국한된 득표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화물림 여론조사가 아닌 유권자의 성향으로 분석해 볼 경우 이번 대선은 감성정치 대표주자인 이회창 후보와 이익정치 대표인 이명박 후보의 대결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와 투표율의 명암

 

투표율이 높아질 경우 어느 후보가 유리할지 가늠해 보는 것도 좋을겁니다. 지난번에 비해 10%이상 저조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있었지만 이것이 실제를 정확하게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여론조사에 응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서민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회양극화로 인해 집전화를 통해 여론조사에 응할 수 있는 서민가정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들의 감성표 십중팔구가 이회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은 숨겨진 투표율이 드러날 경우 여론조사가 허구에 가깝다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됩니다.

 

기독교계의 표심은 상후하박형

 

또한 장로로써 기독교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명박 후보의 장점이 상후하박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제가 접한 밑바닥 민심입니다. 같은 종교계라고 해도 거기에는 부자교회도 있고 가난한 교회도 있기 마련입니다. 잘사는 신도도 있고 못사는 신도도 있지요.

 

제가 접했던 작은교회의 분위기는 이회창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서민들의 교회는 재벌교회와 정치적 지지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이명박 후보의 뉴타운등 부동산 정책은 전세금 상승과 내집마련 기회의 박탈 내지는 불가능이라는 불이익이기 때문일 겁니다.

 

현재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부동산 보유계층과 기독교 신자율을 더한 수치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내의 기독교 신자가 대략 25%선 이라고 하더군요. 이중 15~18%만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성인일 겁니다. 여기에 한나라당 지지층과 유택계층이 더해져 40~50%라고 했던 것이겠지요.

 

마지막 지지율이 38%정도 였습니다. 여기서 광운대 동영상 이후 4~9% 소폭 하락했다고 하니 대략 29~34%가 됩니다. 그러면 기독교 표가 4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셈이죠. 기독교계의 계층분포가 정확하게 나온것은 아니지만 서민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못되어도 60%는 되지 않을까요?

 

이 중 어느정도가 이탈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기류로 볼때는 절반이상이 이회창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서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노무현 정권 출신의 정동영 후보는 쳐다 보지도 않더군요. 그러면 이명박 후보의 실제 지지율은 최소 20%에서 최대 27%가 됩니다.

 

일반 하부신도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심중을 그대로 드러내기 힘들겁니다. 직책을 가지고 교회를 끌고가는 사람들이야 대형교회에 직간접적인 이해관계를 맺고 있어 적극적으로 장로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겠지요. 하지만 이들의 정치전도에 일반 신도들이 반대되는 심중을 이야기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따라서 기독교계의 지지율은 경제력 상층부로 갈수록 몰표가 나오고 하부층으로 갈수록 이회창 이탈표가 많아질 것이 분명합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숨겨진 여론이 표면으로 드러나며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않습니다.

 

영광도 없고 승자도 없고

 

이번 대선은 상황에 따라 패배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추락정치의 전형을 보여줄수도 있을겁니다. BBK로 인해 국민 절반이상이 여차하면 비토해 버릴지도 모르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를 맹비난하며 불가론을 외쳐왔던 다른 후보들은 단일화를 외면한 이명박 당선의 절대공신이 되는 셈입니다.

 

현재 정치권에 몸담았던 모든 인물들이 가장 무능하고 오만한 모습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치욕이 되겠지요. 만약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예정된 특검이 이러한 정치적 고려로 타협을 모색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권을 바꾼게 아니라 노무현 정권의 무능을 5년간 더 연장하는 동업자 정신이 발휘되겠지요.

 

누가 당선되든 그저 한국 정치의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확인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겁니다. 오늘을 시작으로 정치에 대한 환상이 제거되었으면 합니다. 불세출의 영웅이 출현해서 모든것을 해결해 줄것이라는 기대심리도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영광스런 승리를 바란다면 유권자 스스로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견제와 균형과 협력의 주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언론과 사회 상층부에 기대어 판단하는 정치행위가 만들어낸 결과가 바로 오늘이라는 것을 직시하고 냉철한 투표를 하는 것만이 개혁이고 전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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