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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경제복지

약수터 한미 FTA

가끔 약수를 뜨러 갑니다. 계곡 중간자락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곳인데 물맛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죠.

 

지난 일요일에 그곳에 갔었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께서 서너통에 물을 담고 계시더군요.

 

제가 도착하자 금방 끝난다며 미안해 하시길래 인사치례로 몇마디 건네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땅이 좋아서 이렇게 맑은 물이 나는데 전부다 아파트 짓는다고 뒤집어 놓는 통에 걱정이라며 말문을 여시더니 담담한 어조로 뼈있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렇게 땅을 버려 놓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고... 가장 중요한게 먹고사는 일인데 지금 다 버리고 나서 나중에 어떻게 살려고 하는지 걱정이시랍니다.

 

그곳의 야트막한 개울에는 꽤 많은 물고기들이 평화롭게 헤엄치고 있어 볼때마다 흐뭇했는데 어느날 아이들 둘이 아버지와 그 물고기들을 잡더랍니다.

 

가끔 그런일이 있어 그러려니 했었는데 아래로 내려가며 물이 고여있는 곳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마리도 안남기고 모두 잡아올려 한마디 하셨답니다.

 

그렇게 다 잡아가면 어떻게 하는가, 무얼 하려고 물고기를 잡아 가시는 건가요? 아이들 아버지는 들은체도 안하더랍니다.

 

대신 입을 연 아이들의 대답이 걸작이더군요. 관상용으로 기르는 수입 물고기 먹이로 잡아간다고 했다네요.

 

외래 자연산물을 집안에서 감상하기 위해 토종 물고기 씨를 말리는 걸 가르치는 아버지가 무슨 자연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

 

그 세부자가 물고기를 싹쓸어 담기위해 약수터에 비치된 바가지를 모두 깨뜨려 놓았답니다. 엄연한 공공기물 인데 말입니다.

 

그 아주머니의 질책이 듣기 싫어서 그랬는지 깨뜨린 바가지를 대충 던져놓고 휑하니 가버렸다네요.

 

그분이 물을 다 뜨시고 인사를 한 후 아들과 함께 내려가신 뒤 물을 받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이시기에 그리 짧은 말씀으로 한미 FTA에 대한 개념을 단번에 정리해 주고 가셨을까...

 

외래산 관상용 물고기, 보기좋아 기분좋은 그 물고기가 외국 자본을 아닐까... 그 자본들은 이땅에서 어울리지 않아 실속없는 파괴력만 보여주지는 않을런지...

 

발목에 차는 야트막한 계곡물에 옹기종기 노닐던 토종 물고기는 우리의 농민, 서민, 먹거리, 소비자, 유권자의 권리는 아니었을까요?

 

그 아버지와 아들 둘은 자신들의 신분과 대외적 체신과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공공의 바가지로 퍼내는 정치권, 경제계, 사회지도층등이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