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들여다보는 기사들을 보면 한가지 사안을 참으로 다양하게 조망해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개중엔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예상도 있고 어떤것은 희망사항 고사지내는 것도 있구요.
그런데 이걸 읽는 시간에는 어떤 기사가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지요. 결국 속는셈 치고 그럴듯한 자기 내면의 바람에 가까운 기사를 담아두곤 합니다. 사학법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도 연례행사를 치루고 있더군요.
반노측 에서는 레임덕을 들고 나오고, 친노진영 에서는 즈려밟아 주시옵소서가 대세네요. 그런데 다양성 측면에서는 좀 미흡합니다. 모두가 이쪽 저쪽의 이해관계로 버무리기만 하지 제 세력간의 미묘한 화학적 변화는 생각도 안해보네요.
노심은 노무현 대통령이 잘 아는 것이고 정심은 정동영 의장이 가장 잘 알고있겠지요. 이걸 들여다 보는 사람은 독심술이 탁월한 겁니다. MRI도 판독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요.
그래서 언론이나 정치 평론가들이 즐겨쓰는 방법이 바로 좌뇌나 우뇌를 찍어 한쪽만 제시하는 겁니다. 그럴 경우 예측이 틀려도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지요. 우리는 왼쪽 계산만 분석한 것이고 저친구들은 오른쪽 감성만 분석한 것일 뿐이다.
레임덕으로 오리탕을 끓이고 있는 부류는 권력학적 계산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기들 희망으로 부채질을 해보는 것이지요. 조금만 삐그덕 하면 뒤뚱거렸다고 손놀림이 빨라집니다. 오리는 점퍼도 안벗은 것 같은데...
진달래 꽃을 감상하는 부류는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한 집권여당의 개혁선명성을 강조합니다. 그런다고 반 개혁적 역겨움이 사라질리 없는데도 착각을 하지요. 사학법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모르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정치는 감정적 사치가 아닙니다.
사학법에 대한 한나라당 지도부의 일차적 대응은 엄동설한 장외투쟁 이었습니다. 이명박 시장은 남의집안 일로 치부해 버렸구요. 이 두 세력을 비교해 보면 사학법이 가지는 의미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사학의 불투명성은 개혁을 거론할 정도로 폐쇄적이지요. 학생들이 납부한 돈이 어떻게 쓰여지는 지 드러나지를 않습니다. 한마디로 비자금 조성하기가 건설사 서러울 정도라는 겁니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이런저런 비 공식적 정치자금이 차단되어 버렸습니다. 예전처럼 기업에 손벌리기도 힘들지요. 때문에 야당에게 남아있는 정치자금 텃밭은 사학이 유일합니다.
아니면 자자체를 장악해서 서울시의 뉴타운 같은 이권사업을 통해 떡고물을 챙기는 방법밖에 없지요. 막대한 이권사업에는 깨끗한 행정이 자리하기 힘듭니다. 양윤재 서울시 부시장이 구속된 것이 이러한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표를 위시한 한나라 지도부는 이번 지자체선거에 소요될 정치자금을 조달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막강한 위치에 있는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가 대권경쟁자 이기때문에 지자체의 협조를 바라기 힘든 상태지요.
오히려 서울시장 후보에 당선된 오세훈 후보를 이명박 시장이 독자적으로 미는 형국입니다. 중앙당의 권한은 대폭축소되고 정치자금 조달의무만 떠안는 처지로 전락해 버린겁니다. 정당의 권위도 해체되어 가는 중입니다.
결국 평년작을 해도 공은 지자체장과 나누어 가져야 하고 흉작이면 중앙당이 고스란히 욕얻어 먹는 계륵이 된 것이지요. 문제는 정치자금 입니다. 여당의 사학법 강행은 야당의 정치자금을 원천봉쇄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죠.
때문에 한나라당에서 '야당탄압, 야당 죽이기'라는 볼맨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박근혜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지자체선거는 물론 대선을 치루어낼 정치자금원이 사라질 처지라 물불가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여당에게 양보를 주문한 겁니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일 이유가 없다는 건데요. 또한 이번 선거에 진퇴를 걸어놓은 정동영 의장에게 퇴로를 열어 준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현재의 추세대로 진행된다면 정동영 의장은 선거결과의 책임을 지고 이선으로 후퇴해야 할겁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고로 한발 물러선다면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 의장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안을 호기좋게 거절해 버리더군요. 나름대로 계산한 승부수가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렇다면 이 승부수는 무엇일까요? 초반부터 부패정치 심판론을 내세웠으니 실마리는 여기에 있을겁니다.
지금 진행중인 현대그룹 비자금 사건도 정치자금 부분으로 방향을 틀고 있지요? 설에 의하면 이회창 대세에 순응해서 한나라당에 보험을 들었었다고 하더군요. 정몽준의원의 결별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답니다. 형님이 그만두라고 했다더군요.
그만큼 캐면 캘수록 한나라당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겁니다. 물론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자 신흥정권에 다급한 구명로비를 했었을 테지요. 그러면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겠습니까? 모르긴 해도 노무현 직계라는 사람들에게 집중되었을 겁니다.
여당의 입장에서는 부패정치 심판론으로 갈수록 대통령과의 차별화와 함께 한나라당 입지를 축소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겁니다. 그러니 양보할 수 없겠지요. 사학법 양보하면 현대그룹 비자금을 터뜨려도 그놈이 그놈이라는 소리만 들을테니까요.
헌데 왜 여당은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고 할까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대통령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물귀신은 여당입니다. 뭐하나 제대로 해놓는게 없어서 대통령이 임기내에 했다고 자랑할 거리가 별로 없지요.
여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옹립하기는 했지만 그 순간 여당과 대통령은 갈라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주 강력한 대통령의 권한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입지가 튼튼하면 할수록 차기 후보에 대한 영향력은 막강해 지지요.
때문에 당권파는 대통령의 실적으로 평가될 만한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딴지를 걸어 버리지요. 그래야 자신들이 대권을 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그러면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후보를 결정해 버릴테니까요.
그 결정적인 균열이 바로 정세균 전 의장의 산자부장관 발탁입니다. 당권파는 정세균 의장을 이번 지자체선거의 결과에 대한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한마디 상의도 없이 장관으로 발탁하자 불쾌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었지요.
그리고 유시민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에 대한 극렬했던 반발이 그 연장선에서 읽혀집니다. 유력했던 천정배 의장을 개혁법 딴지걸기로 끌어내린 수법으로 다른 인물들을 제거하려 했던 꼼수가 무력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지루했던 물밑 발싸움이 서서히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드디어 여당 당권파가 전면에 나서서 승부수를 띄우고 있습니다. 부패정치와의 대립각으로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지켜보아야 하겠지요.
이번 지자체선거가 그 분수령이 될것 같습니다. 천신정이라는 트로이카가 당과 검찰과 국회정보위를 장악해서 나오는 작품이 그럴듯한 것이라면 박수를 쳐주겠지만 아직은 조금 못미덥습니다.
지금까지 뜸을 들일대로 들여온 이상 이번에는 무언가 확실한 하나를 내놓아야 할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실망한 표심이 두번다시 쳐다보지도 않을겁니다. 낭떠러지를 기어오를지 아니면 고양이가 될지 궁금하군요.
이번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더군요. 여당이 발상의 전환만 한다면 지자체선거에서 벌벌기는 무능력에서 벗어날 방도가 없는것은 아닐겁니다. 그런 인물이 있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중 하나입니다. 정치는 드라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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