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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정치언론

김한길이 경악한 이유...

김한길 원내대표의 발등찍기가 조소로 잊혀져 가고 있군요. 그가 경악했던 진짜 이유를 알면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것 같은데요. 김한길은 멍청한 사람이 아닙니다.

 

한나라당의 지자체장 공천비리는 박근혜 대표의 말대로 소속 국회의원 절반을 털어버릴 각오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물론 열린당도 깨끗하지 않지요. 민주당은 사무총장이 직접 박스떼기를 했더군요.

 

얼핏 보기에는 열린당의 호재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열린당의 내부 사정을 살펴보면 이것이 당권파에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당권파는 당선가능성에 무게를 둔 전략공천을 주장해 왔었습니다. 때문에 상향식 공천원칙을 지키려는 일반당원들과의 마찰이 계속되어 왔지요.

 

이번 공천비리 문제는 상향식 공천씨스템의 안정성과 정당성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한나라당에서 공천비리가 불거졌지만 정작 당권을 위협받는 쪽은 어이없게도 열린당이 된 것이죠.

 

그러니 얼마나 경악했겠습니까? 이 사태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면 일반당원과 상향식 공천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유시민계파에게 주도권을 넘겨줄 수 밖에 없었으니...

 

이번 지자체장 공천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닙니다. 여기서 상향식 공천이 굳어지게 된다면 다음 국회의원 선거때 당권파의 입지가 심각하게 흔들리게 되지요. 당원에게 칼자루가 넘어가는 겁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내다 설익은 썬데이 서울을 꺼내든 것입니다. 경악할 비리를 공개하겠다는 예고는 공천비리에 쏠리고 있는 부담스러운 시선을 돌리기 위한 방편이었지요.

 

이렇게 시간을 벌어놓지 않았다면 당원파에서 상향식 공천을 내세우며 칼을 빼어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뭔가가 더 있다고 하니 섣부르게 나서다가 된서리를 맞을 것 같아 멈칫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놓고 뒷심없는 이명박 시장의 별장연회를 발표했던 것입니다. 그것도 일요일을 택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언론이 쉬고있는 틈에 당사자들이 입을 맞추고 나오지요.

 

만일 평일에 발표했었다면 서울시로 몰려간 기자들에게 해명을 하느라 다른사람들과의 의견조율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으로 깊은 배려가 있는 경악스러운 발표였습니다.

 

소위 개혁을 한다는 사람들이 한나라당의 공천비리에는 거품을 물면서도 김한길 원내대표의 계파를 위한 이적행위(?)에는 관대하더군요.

 

객관적인 입장에 있어야 이런게 잘 보이는 건가...? 김한길이 한 수 위라서 그런건가...? 아무튼 누구 형편없다고 평하는 사람치고 자만심 대신 실리를 얻는 사람은 없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