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로 예정되어 있던 김대중 전대통령의 방북이 6월로 연기되었습니다. 오는 5월 31일이 지방선거일 입니다. 여당을 거들기 위한 속보이는 방북이라는 소리가 상당히 큽니다. 언론은 이러한 야당의 반대를 의식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김대중 전대통령 입장에서 바라볼 경우 딱 맞아떨어지는 정확한 분석은 아닌것 같습니다. 늘 그래왔고 누구나 인정하듯 이번 지방선거 또한 야당의 압승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여당이 선전하기 힘든 선거를 거들어 방북을 강행할 경우 어떠한 결과가 벌어질까요?
김대중 전대통령 최고의 업적은 햇볕정책이고 이것이 퇴임한 이후에도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라한 성적표가 예상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북을 한다면 선거결과가 김대중 전대통령의 방북성과를 부인하는 후순위로 작용하게 될겁니다.
따라서 지방선거 이전에 북한을 방문한다면 김대중 전대통령의 햇볕정책 자체가 부정되는 위기에 봉착할 수 도 있을겁니다. 대북온건노선 전체를 지방선거의 낮은 지지율에 결부시키려는 야당의 여론공세에 휘말려들 가능성이 높지요.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은 이러한 문제를 의식해서 방북시기를 미룬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지방선거 이후에 방북해서 정국주도권을 잃어버린 여당의 활로를 틔워주는 역할도 염두에 두고 있을듯 합니다.
아마도 야당측은 방북시기를 연기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적당히 반대여론을 조성해 놓았다가 지방선거로 주도권을 휘어잡은 후 햇볕정책 자체를 공략해 들어가려고 했을텐데요. 잠자코 있다가 6월로 연기하자 방북반대 목소리를 내고있는 이회창 전총재의 행보가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4월 방북은 득이 되지만 6월 방북은 실이된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여당의 전략을 보면 고육지계도 아닌데 이것저것 하나씩 차례로 떼어주는 몸보시를 하는 듯 합니다. 선거때마다 악수를 두어 탄핵으로 얻은 과반을 허물어 버리고 내부 주도권 다툼으로 핵심지지층을 들어내는 자충수가 늘 있어왔습니다.
여당이 노릴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은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입니다. 경기도는 진대제 장관이 도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는 절묘한 궁합을 이루고 있어 가능성이 높지요. 강원도는 대북온건노선이 가져다주는 과실이 직접 떨어지는 곳이니 수월할 듯 하구요. 충청도 또한 행정수도로 얻어놓은 인심이 소기의 성과를 가져다 줄것입니다.
그 이외에 한나라당 강세지역은 명함 내밀기도 힘들것이고 민주당 텃밭은 합당론자인 정동영 의장이 신사협정을 맺어야 할 곳이라 쳐다보지도 못할 것 같습니다. 호남은 지방선거 패배책임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합당카드로 내밀 보험이니 마지노선이라는 족쇄를 차는 곳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평년작 이상의 성과를 얻지 못할경우 여당 지도부는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이걸 눈치챈 김근태 최고가 당의장 경선때 양심세력 대통합론과 백의종군론을 들고 나온것입니다.
최근 NSC기밀문서를 폭로한 최성 의원은 정동영 의장의 방미를 수행했던 사람입니다. 이종석 신임 통일부 장관이 곤혹스러워지는 문건이죠. 나아가 남북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 하는 정동영 후보의 일본기자클럽 회견은 대북정책 영향력 상실을 우려하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방북일정을 앞당겨 놓기에 충분했었습니다. 문건폭로 사건을 자주파와 동맹파의 대결이라고 하던데 정치적 동선이나 득실을 따져보면 딱히 그런것도 아닌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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