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117

117
어둠 궁전으로 향하던 철갑 제일기사는 남쪽 변두리에 있는 그림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알단의 화가들이 마을 진입로에 무언가 열심히 그리고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보니 이미 마을 안쪽 길은 갖가지 그림으로 뒤덮여 있고 죽은 지 오래된 금속나무 밑 둥을 파내어 만든 집들도 모두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화가들 중 한명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는 철갑 제일기사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우리의 작품이 마음에 드십니까?”
“예, 정말 아름다운 그림 들이로 군요”
“하하하, 지금 그린 그림들이 다 마르려면 당분간 길옆으로 다녀야 합니다.”
“길에도 그림을 그리다니....... 저는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방식입니다.”
“우린 그릴 수 있는 모든 것에 그림을 그립니다. 집에도, 지붕에도, 공해라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물감은 모두 천연재료로 만든 것이라 시간이 지나면 모두 분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죠. 그렇게 그림이 사라진 곳이 우리의 새로운 그림 공간이 됩니다.”
“아주 잘 그려진 그림이 그렇게 사라지면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우린 자신의 생각을 화폭에 담아내는 것 자체를 즐기고 있답니다. 우리들 중 아무도 영원불멸의 진리를 터득한 마우스는 없습니다. 아마 수많은 시간이 흘러 그런 깨달음을 얻는 마우스가 나타나면 자신이 득한 것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불멸의 붓을 들겠지요. 이쪽으로 오십시오.”
화가 마우스는 철갑 제일기사를 마을 중간에 있는 광장으로 인도했습니다.
때론 현란하기도 하고 때론 소박하기도 한 다양한 그림들이 마을을 뒤덮고 있습니다. 광장 가운데에는 표면이 아주 매끄러운 하얗고 평평한 큼지막한 돌이 놓여져 있습니다.
“이 돌이 바로 영원불멸의 진리가 담겨질 돌입니다. 우린 이 영원의 돌에 그릴 수 있는 깨달음을 찾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 그려진 모든 그림들이 바로 그런 깨달음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을 붓으로 표현한 것 이지요”
“그런 그림이 그려진다면 모든 마우스들이 이 곳을 찾아오겠군요?”
“하하하 그러한 때가 오늘이 될지 수 만년 후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 어둠나라 마우스는 아니신 것 같은데.......?”
“예, 저는 빛의 나라에서 온 철갑 마우스입니다.”
“그런 모습으로 돌아다니면 위험 합니다. 성내로 들어가면 검은 반점이 있는 마우스들만 있습니다. 검은 반점이 없으면 붙잡혀 성 밖으로 쫓겨나지요.”
“저도 검은 반점이 있으니 그럴 염려는 없을 것입니다.”
“하하하, 옆구리 부분에 그려진 검은 반점은 벌써 반쯤 지워 졌는데요?”
이 말에 화들짝 놀란 철갑 제일기사는 옆구리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런, 들키고 말았군요?”
“그러니 쫓겨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성내에 들어가 본적이 있으신가요?”
“예, 대부분 우리가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지만 일부 우리 마을에서 자생하지 않는 식물로 만든 천연 염료를 구하기 위해 가끔 들리곤 합니다.”
“화가님은 검은 반점이 전혀 없으신데...... 쫓겨나지 않으셨나요?”
“우린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한 화가 마우스는 물감 통에 있는 붓을 들어 자신의 몸에 검은 반점을 그려 보였



2004-03-09 02:33:10 (220.116.161.193)

'이야기와 시 > 이야기 초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5  (0) 2005.10.25
116  (0) 2005.10.25
118  (0) 2005.10.25
119  (0) 2005.10.25
120  (0) 200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