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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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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하나의 은하계를 눈 깜짝할 사이에 붕괴시켜 버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장치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쭈어 보겠습니다. 제가 아는 한 북극 행성에는 이 곳처럼 아름답고 풍요로운 곳이 없습니다. 왜 이곳에서 살지 않고 저 척박한 땅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입니까?”
“이 곳은 푸른 마우스 탐험대가 처음 발견한 곳입니다. 만약 그들이 이 곳에 안주 하거나 외부로 나가 버렸다면 저쪽 지하세계는 검은 마우스들의 마수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 후손들은 당시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며 평생을 장차 태어나 이곳으로 흘러 들어올 아기 마우스들과 지하 세계로 본의 아니게 떨어지는 마우스들을 구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그 분들에게 경외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이 검은 마우스가 탄생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건너편 공동에 있는 검은 마우스들이 수명을 다하면 그때 저 곳에 있는 중금속 나무를 멸종시키고 모든 공동을 영구 폐쇄 시킨 후 이 빛의 공동으로 이주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이 곳에 대해 어느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열매들을 보십시오.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을 한다든지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하지 않아도 자연이 주는 혜택 속에 풍족함을 만끽하면서 살수 있는 낙원 이지만 지상에 있는 모든 마우스들이 들어와 살 수 있는 무한한 공간은 아닙니다. 이 곳을 알게 된다면 누구나 오고 싶어 하겠지요? 그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하고 질시와 반목, 그리고 소외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북극 행성을 전쟁으로 몰아갈 것입니다. 그래서 검은 장군이나 나나 이곳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아 하는 것입니다.”
“깊으신 뜻 명심하겠습니다. 제 생명을 구해주신 은혜....... 기회가 된다면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이 빛의 나라로 무사히 돌아가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바른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아져야 지상 세계에서도 북극 행성의 대자연이 전해주려 하는 자애로운 충고를 깨달을 수 있을 텐데.......”
“.....”
“이 방향으로 계속 앞으로 걸어가면 다시 한번 절벽을 만나게 되는데 그 절벽 중간 부분에 외부로 나가는 통로가 있습니다. 우리는 조상님들의 유훈을 이루기 위해 지하 공동에서 사는 것입니다. 누구든 이곳을 차지한다면 단숨에 어둠나라를 장악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이 마련됩니다. 백색 마우스 같이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세력이 이곳을 차지해서 강대해 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지하 낙원을 바깥세상에 비밀로 하는 것입니다. 부디 잘 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약 삼일동안 빛 공동을 살펴본 금빛 제일기사는 절벽 중간에 나 있는 통로를 따라 지하 세계를 벗어났습니다.
밖에 나와 보니 겹겹이 쌓여있는 커다란 바위틈이 입구인지라 길을 알고 들어오지 않는 이상 지상세계에서 찾아 들어가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더구나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상당수의 검은 군단이 주둔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어 들키지 않고 빠져 나오는데 사흘이나 걸렸습니다.
“검은 장군도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곳이로군......”
은빛 제일기사와 번개 계곡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금빛 제일기사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2004-03-09 02:33:24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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