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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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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이렇게 물감 칠을 하면 완전히 검은 마우스가 되지요”
“그것이 지워지지는 않습니까?”
“아까 일정한 시간동안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한 일년 동안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 기간 내에는 우리가 만든 특수 세척제가 아니면 물로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 쪽으로 와보십시오”
철갑 제일기사의 몸에 적당히 검은 반점을 그려준 화가 마우스는 자그마한 유리병을 건네주었습니다.
“이것이 특수 세척제입니다. 검은 반점이 필요 없어지면 이 것으로 닦아 내십시오”
“정말 감사합니다. 요긴하게 쓰이겠군요. 그런데 저 물감과 세척제를 더 얻을 수 있겠습니까?”
“아 물론이지요. 우리 그림 마을엔 쓰고도 남을 만큼 많으니 필요한 만큼 가져가십시오.”
다섯 명의 정찰대가 사용할 만큼의 양을 얻은 철갑 제일기사는 배낭을 다시 꾸리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어둠 궁전으로 향했습니다.
이틀을 더 걸어 어둠 궁전에 도착한 철갑 제일기사는 삼엄한 경계에 혀를 내두릅니다.
중무장한 검은 마우스들이 곳곳에서 초병을 서고 있고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십여 명의 병사들이 성벽 외곽을 이동 정찰하고 있습니다.
화가 마우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성벽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요새로 돌아갈 뻔 했으리란 생각에 돌아갈 때 작은 보답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상대로 별 제재 없이 성문을 통과한 철갑 제일기사는 푸른 마우스가 일러준 동남쪽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어둠 궁전 외곽 성벽엔 푸른 마우스 말대로 성벽을 넘어온 장미 넝쿨이 땅에 닿을 듯 늘어져 있습니다. 밤이 되길 기다린 철갑 제일기사는 장미 넝쿨을 타고 성벽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날카로운 장미 가시 때문에 생각보다 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손발에 상처가 늘어갑니다. 중간 지점에서 잠시 숨을 고른 철갑 제일기사는 장미 줄기를 세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우주의 빛과 어둠이 교차 이동하지 못해 생긴 낮과 다름없는 백야라 장미 가시의 배열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올라가는 속도를 줄이고 장미 가시를 피해 손발을 옮기니 가시에 찔리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성벽위로 오르는데 성공한 철갑 제일기사는 상처투성이인 손발을 내려다보며 통증을 참기위해 기를 끌어 모았습니다.
빛의 나라에서 제일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체력뿐만 아니라 뛰어난 검술과 판단력, 폭넓은 지식과 일반 마우스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내력까지 갖추어야 가능합니다.
그런 제일기사인 자신이 탈진 직전까지 가서야 성벽에 오르는데 성공한 것을 되새겨 보니 장미 넝쿨이 천혜의 침입 차단 장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왕궁의 경비가 결코 허술한 것이 아님을 안 철갑 제일기사는 아침이 오기 전에 서둘러 성벽을 내려와 장미 정원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시간을 허비한 끝에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아낸 철갑 제일기사는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일단 발끝의 감각만으로 계단을 더듬어 내려온 철갑 제일기사는 귀를 기울여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후 배낭에서 발광 다이아몬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관측 요새에서 출발할 때



2004-03-09 02:32:53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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