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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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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을 철저히 없앤 후 물방울 마우스들이 새로 포집해준 공기방울 다섯 개를 얻어 타고 수중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난생 처음 구경하는 수중 세계라 보이는 하나하나가 모두 경이롭습니다. 수중마을 또한 오색찬란한 발광 다이아몬드들이 곳곳을 비추고 있어 바깥세계와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 사는 마우스들답지 않게 모든 물방울 마우스들의 표정이 너무도 어두워 보입니다. 까닭을 물어보니 수만년 전 멸종된 것으로 알고 있던 악귀들이 나타나 호수 전체를 초토화 시키고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주 식량원 이던 수중 어장이 파괴되고 거대한 포식가인 악귀들에 의해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들이 그들의 입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푸른 마우스의 숙소를 같이 사용하게 된 제일 기사들은 저녁 식사 후 수중마을에서 주요 직책을 가진 물방울 마우스들과의 대책회의에 초청을 받아 참석했습니다.
물방울 원로는 악귀에 관련된 이야기를 태고 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차근차근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국왕이 된 일대 어둠 왕을 도와 백색마우스들을 제압하고 국가의 초석을 다진 건국 영웅들은 나라가 안정기에 접어들자 어둠나라 곳곳을 찾아 남아있는 백색마우스 족과 맹수들을 퇴치하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마우스인 그들이 마지막으로 들린 곳이 바로이곳 수중마을입니다.
다만 죽음의 평원에 있는 지하공동만은 그 몇백년 후에 발견되어 건국 영웅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때까지 수중마을은 악귀들의 세상이었습니다. 거대한 악귀들은 주체할 수 없는 포식 성으로 바위 틈새로 피하지 못한 모든 생명체들을 잡아먹은 후 먹을 것이 없어지면 서로 잡아먹는 공포스러운 사투를 연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물 밖으로 쫒겨 나다시피 한 물방울 마우스들의 도움을 받아 수중마을로 들어온 일곱 푸른 기사들은 무지개 빛 극 초미립자 검으로 어떤 무기로도 뚫지 못했던 악귀들의 급소인 명치를 공격해 하나 둘씩 제거하기 시작했습니다. 물 반 악귀 반이었던 호수는 일곱 기사들의 활약으로 눈에 띠게 거대한 포식자들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년 후 마지막 남은 악귀를 추격하던 기사들은 호수와 바닷물이 만나 경계를 이루는 동굴에 도착했습니다.
이 수중 동굴은 지상의 하나 동굴과 함께 어둠나라 외부로 나가는 단 둘밖에 없는 관문이었습니다.
바다로 통하는 수중동굴 입구에서 멈춘 제일기사 일행은 선뜻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내부의 동정을 살폈습니다.
거의 모든 악귀들을 물리쳤지만 지금 그들이 쫒고 있는 시조 악귀는 몸 크기가 보통의 두 배가 넘습니다.
게다가 어디서 나타나는지 조차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신출귀몰한 잠행 술로 예기치 못한 기습을 해오곤 해서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발광 다이아몬드로 동굴 입구부터 꼼꼼히 살펴보며 중간까지 진입한 푸른 기사들은 동굴의 직경이 시조 악귀의 몸 둘레보다 약간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동굴 모든 곳을 칼로 긁어보며 확인하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시조악귀의 잠행 술이 그 큰 덩치로도 가능한 것은 바로 주변 수초나 암석들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보호색 때문입니다.
호수 바닥이나 수초들 사이에 있으면 마치 거대한 바위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 입니



2004-03-09 02:29:48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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