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203

203
노를 저어 호수 가운데 있는 섬에 배를 댄 제일기사들은 생명의 나무가 수만년의 수령을 말해주며 거대한 줄기로 힘차게 솟구쳐 있는 섬 중앙으로 걸어갔습니다.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현기증이 날 정도라 줄기를 타고 올라가려던 은빛 제일기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박쥐 제일기사를 쳐다보았습니다.
“자네의 비행술 외에는 저 꼭대기까지 올라 갈 방법이 없겠어”
빛의 나라 최고의 비행 능력을 가진 박쥐 제일기사지만 가까이서 본 생명의 나무는 젊은 패기를 압도하며 거대한 위용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도는 해 보겠는데..... 너무 기대는 말라고”
날개에 힘을 주어 땅을 박차 오른 박쥐 제일기사는 중감 쯤 날아올라 가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두 번을 더 쉰 끝에 생명의 나무 꼭대기에 이르렀습니다.
더없이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앉는 이 곳에는 잔가지들이 엉키고 엉키어 넓은 평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를 뚫고 높이 솟아오른 줄기 아랫부분에 축 늘어져 있는 가지 끝에 커다란 로얄메탈이 한 개씩 달려 있습니다.
쭉 세어보니 모두 일곱 개나 됩니다.
그 바로 위 알 마우스 족들이 잉태되어 태어나던 생명의 가지들이 황금 빛 잎들을 바람에 부딪히며 박쥐 제일기사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로얄메탈을 자세히 살펴보던 박쥐 제일기사는 그 아래쪽에 숨어 있는 것처럼 눈에 잘 띠지 않는 곳에 로얄메탈이 달려 있는 가지와 같은 모양이긴 하지만 짧은 길이에 어울리지 않게 서너 배는 굵은 이상한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황금빛 잎들을 들추어내고 이 가지를 들여다보니 열매가 달려 있던 꼭지가 아직 붙어 있습니다.
“이상하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열매는 하나도 없는데... 로얄메탈이 달리는 곳인가?”
로얄메탈의 크기는 박쥐 제일기사만 하지만 무게는 자신의 몸무게에 다섯 배에 버금갈 정도로 상당히 무겁다는 것을 직접 살며시 들어보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무거운 열매를 어떻게 저 아래로 내려 보내지?”
방법을 생각하며 하늘을 쳐다보던 박쥐 제일기사의 눈에 언뜻 붉은 광채가 스치듯 지나갑니다.
“응? 저게 뭐지?”
붉은 광채가 발생한 곳을 다시 쳐다보았지만 하늘로 솟은 생명의 나무줄기 끝부분엔 황금빛 잎들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을 뿐입니다.
“내가 잘못 보았나? 붉은 빛을 뿜어낼 만한 것이 없는 듯한데...”
이렇게 생각 하면서도 다시 한번 위를 올려다보았는데 황금빛 나뭇잎을 뚫고 붉은색 광채가 박쥐기사의 눈을 이끌었습니다.
“저게 무엇일까?”
재빨리 날아오른 박쥐 제일기사는 생명의 나무 끝 제일 높은 가지에 열려 있는 붉은색 열매를 발견했습니다. 이 가지 또한 아래에서 보았던 짧고 아주 굵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저런 열매에 대해서 들어 본적이 없는데. 정말 온화하고 아름답군”
보석같이 붉게 빛나고 있는 손가락 마디만한 작은 열매가 보는 이의 마음을 아주 평온하게 만들어 줍니다.
자신도 모르게 열매로 손을 뻗던 박쥐 제일기사는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한 후 은빛 제일기사가 기다리고 있는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2004-03-09 02:10:17 (220.116.161.193)

'이야기와 시 > 이야기 초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  (0) 2005.10.24
202  (0) 2005.10.24
204  (0) 2005.10.24
205  (0) 2005.10.24
206  (0) 2005.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