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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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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사로잡힌 듯 부릅뜬 두 눈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비비는 이미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었습니다.
앞발과 뒷발은 얼마나 격렬하게 뛰어 다녔는지 껍질이 벗겨지고 피투성이가 되어 있습니다.
“동일시 할 대상이 없어진 본능이 비비의 죽음을 불러왔군... 삶의 목적을 상실한 본능만큼 커다란 공포를 맛보는 경우는 드물지...”
“결군 개체를 무시하는 동질화 본능이 스스로를 미치게 만들고 죽음으로 내몬 것이로군 그래...”
씁쓸한 표정을 지은 철갑 제일기사가 비비의 독이 뭍은 검을 비비의 주검에 가져다 대었습니다.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사라진 비비의 처절했던 모습은 측은한 동정심을 일으켰습니다. 하루 사이에 칼날의 반이 녹아 검은색 독이 뚝뚝 떨어지는 못쓰게 된 검들을 사막의 모래 속에 깊이 묻었습니다.
“정말 불쌍한 생명체로군. 생명의 다양성을 못 견디어 하더니 종말엔 자신의 존재조차 거부할 수밖에 없는 태생이 잘못된 비극을 운명으로 살아야 하다니...”
아침식사를 든든히 마친 기사들은 여분으로 준비해온 검들과 필요한 장비들을 챙긴 후 바위 계곡에 들어갔습니다. 어제의 싸움터에 도착해 보니 비비의 시체와 쓰러져 있던 나무들이 흔적도 엇이 사라져 있습니다.
“허허, 비비들의 결벽성이란... 깨끗이 청소해 두었군 그래”
철갑 제일기사와 푸른 기사가 앞장서 숲 속으로 들어서니 예상했던 대로 갈색 비비들이 앞다리와 뒷다리에 걸쳐 펼쳐진 날개를 이용해 빙빙 돌며 활강해 내려와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땅을 박차 오른 푸른 기사가 나는 듯 나무 밑둥을 발로 차며 닥치는 대로 비비들을 베어 내렸습니다.
그 사이 풀숲 속에 숨어 공격할 기회를 엿보던 흰색 털을 가진 독 있는 비비들을 철갑 제일기사가 베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무려 10M를 전진하는 동안 한 번도 땅에 발을 딛지 않은 푸른 기사는 나 줄기를 차고 건너편 나무에 도달해 다시 발을 튕겨 이동하며 비비들을 낙엽처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한편 아기마플을 안은 박쥐 제일기사를 세 방향에서 호위하며 전진하는 세 기사도 푸른 기사와 철갑 제일기사가 미처 제거하지 못한 비비들을 베어가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무려 500M를 전진해 탁 트인 잔디밭을 만난 기사들은 재빨리 잔디밭 가운데로 달려가 경계태세를 갖춘 후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들이 지나온 금속 나무숲에는 바닥을 가득 메운 갈색 비비들 위에 드문드문 흰색 비비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다이아몬드 제일기사가 말했습니다.
“내 평생 이렇게 많은 살생을 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 도대체 몇이나 죽였는지 헤아릴 수가 없군”
이렇게 말하는 사이 군데군데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비비들이 꿈틀거리다가 흰색 비비의 맹독 손톱에 몸이 닿아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전방을 살펴보니 1KM 정도 펼쳐진 금속나무 숲 뒤로 끝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큰 산이 잔디밭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큰 산이 얼마 남지 않았군. 아기 마플의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했어. 무슨일이 었어도 오늘



2004-03-09 02:07:16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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