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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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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으로 비비들을 돌파해야 하늘 바로 아래에 있다는 하늘 연못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 텐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기마플의 이마를 짚어보며 큰 산을 올려다 본 박쥐 제일기사가 아직도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는 비비들의 시체로 뒤덮인 숲 속을 돌려다 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간단한 식사로 체력을 보충한 기사들은 다시 대형을 갖추고 숲으로 진입했습니다.
이번엔 철갑 제일기사가 공중을 맡아 나무를 차오른 반탄력으로 쏟아져 내리는 갈색 비비들을 도륙하기 시작했습니다.
땅 위에 있는 흰색 비비들을 닥치는 대로 베어 나가는 푸른 기사의 절제된 움직임 하나하나가 검과 어우러져 양손에 거머쥔 쌍검이 현란한 빛 무리를 뿌리며 지나간 자리엔 미처 눈을 감지 못한 흰색 비비들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쓰러져 있습니다.
치명적인 급소만 그어 나가는 푸른 기사의 검은 그 빠르기와 정확함이 한결같아 어디를 공격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멀쩡해 보이는 흰색 비비들을 나무토막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나머지 기사들은 두 기사가 휩쓸고 간 뒤를 곧바로 따라가며 남아있는 비비들을 제거하는 와중에도 피 한 방울 흘러나오지 않는 깨끗한 시체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기가 막힌 솜씨로군... 검신합일의 경지가 이토록 대단한 것인가?”
무려 세 시간 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 숲을 벗어난 철갑 제일기사와 푸른 기사는 예상했던 하얀 비비들의 삼각 대형을 만나자 마자 단도를 꺼내들어 제일 앞장서 달려오고 있는 대장 비비를 향해 던졌습니다.
양쪽에 포진해 두 기사를 향해 달려들던 대장비비들은 빠른 속도로 마주 달려오며 던진 두 기사의 단도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가슴에 그대로 맞은 채 앞으로 쓰러졌습니다.
대장비비가 엎어지자 나머지 비비들도 동시에 앞으로 쓰러지는 동작을 취합니다.
불과 3M 전방에서 무방비 상태로 엎어져있는 비비들을 향해 몸을 날린 두 기사는 간단히 검을 휘둘러 비비 열다섯 마리를 간단히 해치우고 뒤이어 달려오는 다음 삼각대형을 같은 방법으로 제압했습니다.
아직 숲을 빠져 나오지 못한 박쥐기사 일행은 남아 있던 비비들을 제거하며 앞선 두 기사들의 뒤를 빠른 속도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숲에 있는 비비들을 모두 제거했다고 생각한 기사들이 막 숲을 빠져 나가려는 순간 금속나무 위에서 하얀 비비 한 마리가 푸른 발톱을 곧추 세우고 소리 없이 활강해 내려와 박쥐 제일기사를 덮쳤습니다.
다른 세 기사들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비비의 푸른 발톱이 아기마플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칼을 뽑을 여력이 없어 뒤돌아 막아서며 아기마플을 땅위에 내려놓는 박쥐 제일기사의 등에 가 닿아버린 상태였습니다.
곧이어 펑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박쥐 제일기사가 있던 자리를 뒤덮었습니다.
잠깐 방심한 사이 단 한 마리의 예기치 못한 기습이 박쥐 제일기사와 아기마플의 목숨을 앗아가자 넋을 놓고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최전방에서 흰색 비비들과 사투를 벌이느라 뒤돌아 볼 겨를도 없는 푸른 기사와 철갑 제일기사는 아직 이 사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공격해 들어오는 비비들을 향해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잠시 후 검은 연기가 걷힌 자리엔 놀랍게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는 박쥐 제일기사가



2004-03-09 02:07:02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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