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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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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를 따라가려면 한두 해는 더 있어야 하겠어”
태산같이 느껴지던 두 기사의 검세를 시전 한 은빛 기사는 검신합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기쁨을 무덤덤한 미소로 대신했습니다.
자신을 쳐다보며 빙그레 웃던 은빛 제일기사가 이상한 바위로 올라가 안으로 사라지자 깜짝 놀란 비비는 전후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습니다. 해치를 단단히 잠근 은빛 제일기사는 자리에 주저 않으며 말했습니다.
“비비가 깨어났는데... 슬슬 관찰을 시작 해야지”
이 말에 철갑 제일기사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합니다.
“음, 비비에 대한 분석이 다 되었네. 아까부터 자네의 행동을 몰래 따라 하던데”
“그래? 어쩐지. 그 녀석을 쳐다본 순간 묘한 동질감을 느꼈었거든?”
“비비의 가장 뛰어난 장점은 거의 동시에 행해지는 모방 능력이야. 쉽게 말해 만일 검을 잡을 수 있어 자네와 대련 한다면 자네가 비비에게 시전하는 모든 발검을 동시에 자네에게 시전할 수 있다는 뜻이야. 마치 거울 앞에서 움직이면 거울 속에 있는 내가 그대로 따라 하듯이”
이번엔 푸른 기사가 보완 설명을 해줍니다.
“아까 비비에게 돌을 건졌을 때 돌에 맞딲뜨린 비비만 피해야 하는데 한 마리가 피하는 행동을 하자 모든 비비가 따라서 튀어 올랐었습니다. 또한 이 곳에 있는 모든 돌과 나무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나무에 숨어있던 비비들을 처치한 후 예전에 죽어있던 나무를 살펴보니 밑둥에 극소량의 비비의 절독이 인위적으로 투입되어 고사 시켰음을 발견했습니다. 결국 비비들은 모방을 통해 일체화되는 단계를 넘어, 다른 생명체들이 다양한 개체를 통해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반면 모든 개체의 형질과 외부 환경의 모든 것을 하나로 통일 시키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은빛 제일기사가 푸른 기사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말씀대로 비비들의 모든 행동을 되짚어 보니 그러한 본능을 읽어낼 수 있을 것 같군요”
이 말에 철갑 제일기사가 빙그레 웃으며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대상이든 가장 강력한 장점이 최대의 약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장점의 이면에 숨어있는 약점을 발견해 내는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면 완벽에 가까운 상대를 만날수록 의외의 허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비비들 또한 이러한 법칙에서 벗어 날 수는 없습니다.”
“천하무적인 비비의 독이 푸른 기사와 철갑 제일기사의 검에 묻어와서 오히려 비비들을 검은 연기로 만들어버렸으니 일리있는 말이지”
금빛 제일기사가 한마디 했습니다.
그러자 철갑 제일기사가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자네 저 금속 과일을 손이 아닌 발이나 입으로만 먹을 수 있겠나?”
“? 먹을 수는 있겠지만 무척 불편하겠지?”
“그럴 거야, 만약에 말 일세 자네 손톱에도 비비와 같은 맹독이 묻어 있다면 어떠한 점이 불편할까?”
“닿는 것 마다 검은 연기가 되거나 녹아 버릴 터이니 손으로는 적을 공격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을 것 같은데”
“두발만 가지고는 나무도 올라가지 못하겠지?”
“아! 그렇군, 나무위에 숨어서 공격하려던 비비들은 모두 독이 없는 비비들 이었어”
“그래, 정말 나무위로 올라가지 못하겠군, 앞발로 나무를 잡는 순간 나무가 녹아버릴테니”



2004-03-09 02:07:45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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