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계약의 현주소
법과 그 집행이 공정할 경우 세상은 교과서 처럼 잘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법을 제정하고 운용하는 것은 권력다. 다툼이 치열해 질수밖에 없고 투자한 만큼 뽑아내려는 보상심리가 발동하는 것을 막을수 없게된다. 사적분야의 법이라 할수있는 계약도 마찬가지다. 권력이라는 법주도권에 해당하는 것이 계약주도권이다. 어느 한쪽이 우월적 지위를 획득하는 순간 현실은 교과서를 뛰쳐나가게 된다.
갑의 횡포
계약 주도권자의 밀어내기 매출, 장기어음 발행, 제반비용 떠 넘기기,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흔히 말하는 갑의 횡포다. 이러한 거래 관행에 대해 사회적 공분이 만들어 지고 공권력이 개입하고 있으나 개선가능성은 희박하다. 갑의 우월적 지위(인지도, 신뢰도, 평승이익)가 횡포를 감수해도 될만큼 절실하게 필요한 을이 모든 분야에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경쟁사회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월적 불성실
국가사회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단계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효과와 부작용, 실현 가능성등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수있는 단계가 어디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제질서, 국가질서, 시장질서 모두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데 완전한 평등이라거나 공정 또는 민주적이라는 관념적인 접근으로 바로잡을 수 없는 복잡다양성이 있다.
국제사회, 국가사회, 시장이 만들어 내는 법과 계약은 동등할수가 없으며 갑의 횡포에 의지하는 을이 공존하고 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수많은 관계를 획일적으로 재정렬 할수가 있을까? 책상위의 도식적 접근은 그나마 기능하고 있던 기존질서 마저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어느 단계에 질서의 관문을 설치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실질적인 접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단계가 질서의 관문일까? 이미 만들어진 법과 계약이 계속해서 불이익이 된다면 을은 해당질서 안에 존재할수 없게된다. 계약이 깨지게 될 것이고 공권력 또는 질서주재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 단, 을의 자발적 계약이었다면 판단착오를 비판해야 할 것이고 갑의 강압적 계약이었다면 탈불법적 비난과 조치가 뒤따르면 된다. 물론, 갑을 조치할 능력이 있다면 말이다.
모든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것은 계약을 종료시키는 또는, 종료될때 저지르는 갑의 불성실이다. 을의 계약이행에 따른 이익을 획득한 후 자기이행을 끝없이 미루고, 일방적 조건 변경으로 계약을 파기시키고, 사적이익으로 빼돌린 후 자신의 회사를 파산시키는 것을 우월적 불성실이라고 말할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행해지는 우월적 불성실 또한 수없이 많다.
이익이 줄어든다고 해도 계약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정도가 유지되는 한 갑의 횡포가 을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갑에 대한 을 자신의 계약관계를 기업매도, 계약포기등으로 청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의 우월적 불성실은 을이 예측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벌어져 수많은 2~3차 피해자 까지 양산하고 있다.
바로 이부분이 공권력등 질서주재자가 개입할 수 있는 단계다. 이미 이루어진 계약에서 갑의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국제사회, 국가사회, 시장의 질서를 지속시키는 방법이다. 우월적 불성실을 제거하는 질서관문을 만들어 자율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가장 확실한 효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치는 국제사회, 시장질서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성을 가져야 한다. 제3세계가 우월적 불성실의 대명사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연합을 비난하며 나름의 결속을 다져가고 있다. 경제거래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모색하고 있는 만큼 지켜볼 일이다. 한국경제에 장치할 질서관문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그 필요성이 발생할 때 써볼까 한다. 단, 북미평화협정-남북관계 개선이 없는 자본주의는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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