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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전략전술

정치 - 그 최후의 전장

- 후기 -

 

화두를 던지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 중립 동기들은 눈을 붙여야 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참 힘솟을 나이인 어린 장교들은 편해지자 더욱 활기차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실전을 거친 혈기가 거침없이 포부를 분출하는 용광로와 같았다.

 

열기가 진정되자 침묵을 지키고 있던 전략이 입을 열었다. "중립동기들은 우리들이 가지게 될 힘을 제대로 알고 스스로 다스릴 수 있을만큼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아... 우국 내부와 주변국가들에 비하면 커다란 힘일수 있겠지만 강국에 대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찬물을 끼얹는 전략의 소리에 좌중이 잠잠해 졌다. 중립동기들이 강국의 주인사상을 이야기 해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강국에 버금갈 만큼 철저하게 힘을 쌓을 여건이 못되면 전쟁을 생각하지 말라는 강력한 권고였던 것이다. 여의치 않으면 물러나는 것도 방법이라던 전략처장의 생각과 맥이 닿는 부분이었다.

 

물은 자신의 힘을 과신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과소평가 하지도 않는다. 현재의 힘 그대로 상황과 여건에 하나로 합체하는 것이다.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어린 장교들의 힘이 대단한 것이었지만 강국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것을 살피라는 것이 중립동기들의 조언이었다.

 

자신이 있는 곳에 매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물은 전체에 작용하고 있는 압력에 충실하다. 계곡이나 호수 그 어디에나 하나의 압력인 중력이 늘 존재하고 있다. 국가를 살필때 몇몇 나라만 보는게 아니라 모든 나라들이 뿜어내는 압력을 종합해 하나로 보는 시각이 필요한 것이다.

 

"힘이 있든 없든 그것을 국제정세 전체와 맞물려 판단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힘을 가졌다고 섣불리 움직일 이유도 없지만 없는힘을 가지기 위해 경솔하게 움직일 필요도 없다는 결론이 나오지... 전체를 보고 그 속에서 마땅하게 움직이라는 것이 이번 자리가 말하고 싶은 핵심일거야..."

 

현재의 인류자산을 보전할 결정력을 가지지 못한 힘으로 움직일 경우 결과는 뻔했다. 자신의 일부인 인명과 물자를 공격하는 자해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없는 힘을 무리해서 갖추려는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다른 곳에서 완전한 결정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잘하게 움직이면 분란을 만들어 파괴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인체를 보면 그 기능이 다양하다. 어느 하나가 없어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워 진다. 그렇다고 서로 역할을 다투지 않는다. 자기 자리에서 합당한 역할에 충실하는 질서가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근본이다. 전쟁도 마찬가지다. 움직여야 할 곳이 있는 반면 그자리에 있어야만 되는 곳도 있다.

 

너도나도 심장이 되려 한다면 어느곳이 길비뼈가 되고 살갓이 되어 기능하게 만들어 줄까? 무엇이 발톱이 되어 다리 전체의 힘을 지탱해 줄수 있을까? 그냥 있어야 되는 곳은 마땅한 곳에서 묵묵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 자체가 전체의 힘을 훼손하지 않는 지름길이다.

 

물은 때와 위치와 역할을 안다. 멈추어야 할 때 멈추고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며 마땅한 자리를 받아 들인다. 한방울로 떨어져 나간다고 푸념하지 않으며 거대한 바다의 흔적없는 일부가 된다고 투덜대지 않는다. 물 자신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 한방울의 물도 물이고 바다 전체도 물이다. 개체를 말하기도 하지만 전체를 뜻하기도 하는 것이다. 전체와 하나... 이것을 제대로 안다면 강국이 움직이는 것도 움직이는 것이요, 우국이 정지하는 것도 그 흐름의 일부인 것이다. 그러면 제국이 파괴되는 것도 아픔이 된다.

 

나눈다는 것은 같은 것을 제외한 그 다름을 보는 것이다. 물을 나누면 한방울 한방울의 시공이 다를뿐 본질은 같다. 시공이 다르다고 그 흐름이 변할까? 흐르는 본질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국제정세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자신의 위치가 보일 것이다.

 

이세상 모든 것은 불가분이다. 다르지만 같다. 그대는 왜 불안한가? 왜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가?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을 전체와 분리해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와 분리된 하나는 전체와 함께 할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내것이 아닌 것이고 그래서 불안한 것이다.

 

세상의 주인이 되어라... 세상의 흐름이 내것이라고 생각하라...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이들도 똑같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져라... 그러면 남 위에 군림할 생각을 버릴수 있을 것이다. 위도 아래도 아닌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대는 진정 세상의 주인인가? 홍익을 말하고 있는가? 그대가 등떠밀고 있는 그 자리에 솔선해서 올라가 안전한지 보여주어야 따르는 이가 생기는 법이다. 지뢰지대임이 뻔한데, 탐지제거도 하지않았는데 등떠밀려 걸어나갈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대가 등떠밀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주인인데 누가 종이 되려고 하겠는가? 주인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래라 저래라 할수있는 대상이 아니다. 남에게 권하기 이전에 자기 마음의 주인이 먼저 되어야 한다. 내 마음의 움직임이 주인됨인지 아닌지 그것을 살펴야 할 시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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