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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전략전술

정치 - 그 최후의 전장

6. 현상의 이면

 

사람이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은 시공의 제약을 받는다. 우리의 의식은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생각들이다. 제국기업에 대한 국내외 평가가 그러했다.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기업이라는 호평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실망할 것이다. 좋다거나 나쁘다는 것으로 판단할 경우 어김없이 받아 들여야 하는 결과다. 세상을 볼때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호감이나 거부감을 정보 도입부에 장치할 경우 우리의 인지회로는 감정선을 타고 주관으로 흘러가 버린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제국기업이 종전협상에 반대하지 못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아가 종전협상에 힘을 보탤수 밖에 없는 사정을 꿰둟은 이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종전을 위한 전략처장의 구상은 여기에 닿아 있었다. 제국기업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국의 전략은 단순했다. 먼저 물량을 쏟아부어 적을 초토화 시킨후 진격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물량공세에 맞대응 할 수 있는 나라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습관처럼 굳어져 버렸다. 강국이 전시경제로 돌입하기 이전까지는 이것이 제국몰락의 일등 공신이 될 것이라는 걸 아무도 몰랐었다.

 

승승장구했던 물량전략이 처음 고배를 마신게 강국과의 전쟁이었다. 전시경제를 통해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을 모두 쏟아부은 강국이 처음으로 제국과 물량전쟁으로 맞섰다. 분석가들은 모두 제국의 우세를 점치고 있었다. 인적, 물적 자원이 열세인 강국이 제국의 생산력을 넘어설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에는 결정적인 오류가 있었다. 물량대 물량만 보았기 때문이었다. 전쟁 초기엔 제국의 무기성능이 가장 좋았다. 생산자가 주장한 성능과 제원이 한번 입증되자 그때 그랬으니 지금도 변함 없을 것이라는 습관성 맹신이 관성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열개를 연구해도 그중 일부만 성공할 수 있는게 무기개발 이었다. 실패를 거듭 보완해 완성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전쟁이 시작되자 무기수요가 폭증했고 아직 미완의 무기들까지 전쟁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물량공세를 전제로 한 전략이다 보니 제성능을 발휘하지 못한 무기들도 그냥 묻어가 별탈이 없었다. 

 

이렇게 되다보니 기업들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이익을 위해 존재하고 있었다. 실제 결과보다 높은 성능과 제원을 주장했고 심지어 실패한 무기들의 재고처분 까지 서슴치 않았다. 실전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어도 정치권과 군상층부에 적당히 찔러주면 그만인 관행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야전사자들이 버티고 있었지만 공군이나 해군, 기갑쪽은 이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었다. 게다가 퍼붇고 진격하는 전략 탓에 정확도나 파괴력이 모자라도 별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무지막지 하게 쏟아 붇다보니 잘못 날아간 무기가 다른 오발탄의 표적을 대신 때려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강국과 물량전쟁이 시작되자 제국군은 늘 그러했듯 자신있게 무기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방을 거듭할 수록 제국이 밀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같은 공격이 이루어 질때는 어느쪽이 더 정확하고 빠르게 많이 파괴할 수 있는가가 승패를 가른다.

 

전시경제로 들어간 강국은 기업의 이익단계가 배제되어 있었다. 국가의 자산을 하나로 보다보니 무기를 제대로 생산해야 이익이었다. 불량품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생산단계에서 표시한 성능과 제원이 보장되고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동급 제국무기들의 떨어지는 성능과 제원을 압도하고 있었다.

 

제국이 열번쏘아야 제거되는 동일 표적에 강국은 대여섯번만 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일반경제를 꾸려가는 국가와 전시경제를 꾸려가는 국가의 무기는 이렇게 질적인 차이가 날수밖에 없었다. 목숨으로 버티는 강국의 정신력에 밀렸다는 핑계로 둘러댔지만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강국이 생산한 물량의 제원과 성능까지 맞비교 하자 엄청난 결과가 나왔다. 제국의 전력에 결코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국은 이때부터 강국과의 충돌을 피했다. 강력한 전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제국 무기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걸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부실하지는 않았지만 미달되는 무기를 팔아먹는 땅짚고 헤엄치는 돈벌이에 전략적인 판단으로 정도껏 경영한다는 제국기업이 사실상 앞장서고 있었다. 이런 이익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점령지 관리를 느슨하게 할 수 있었다. 권력과 이익을 동시에 추구해 온 것이 제국기업인 것이다.

 

우국이 전시경제라는 패를 들고 나오자 제국기업은 급소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주변 국가들이 모두 전시경제로 돌입할 경우 제국의 무기수준으로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국이 멸망하거나 기업들의 기만이 드러나 권력을 잃게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것이 제국기업이 중립적인 처신으로 신흥정당에 돛을 달아준 이유였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이다. 제국기업 또한 보여지는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있었다. 전략처장은 이것을 살피고 있었다. 모든 요소들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 보며 필요한 곳에 더하고 덜어 종전을 끌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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