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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전략전술

정치 - 그 최후의 전장

3. 제국의 그림자

 

추모객 행렬은 끝이 없었다. 번갈아 행사장을 지키던 야전사자들은 국립묘지 밖으로 이어지는 인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일렬로 늘어섰다. 헌화를 마친 추모객들을 향해 일제히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는 야전사자들의 마음이 아낌없이 전해지는 장면이었다.

 

소년병들이 안가에 도착할 무렵 바닥난 꽃바구니 속에 숨어있던 직선장군의 권총이 추모객에 의해 발견 되었다. 행사장을 지키고 있던 병사가 권총을 확인한 후 야전사자들 앞으로 들고왔다. 틀림없는 직선장군의 권총이었다. 행사장은 흥분반 놀라움 반에 휩싸였다.

 

경계병을 통해 이 사실을 접한 제국 정치권은 즉시 병력을 보내 해당 권총을 수거해 갔다. 야전 사자들은 세번째 정치인이 희생되었다는 소식에 이렇다할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인것이다. 전우의 유품이었지만 수상한 시기에 돌아온 것이 문제였다.

 

제국 수도 전체에 통금령이 내려졌다. 아무도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방송과 함께 확성기를 튼 경찰차가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의심되는 건물마다 군경의 수색이 벌어지고 있었다. 직선장군의 권총과 함께 수거된 녹화매체를 분석한 제국 경찰은 빵봉투를 들고 입장한 소년 셋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경찰 고위층을 압박하고 있는 정치권의 의견은 달랐다. 소년들을 용의자로 확정할 경우 직선장군의 권총은 정치인 암살과 전혀 무관해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에 대한 반감을 군부로 돌리고 싶은 강짜였다. 어린아이들이 아닌 거대한 세력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우국의 첩보대가 사용하고 있는 안가도 군경의 수색을 받았다. 이중건물로 되어 있었지만 녹화장치에 찍힌 세 소년병의 사진을 들고 인근 주민들에게 확인만 했어도 어김없이 의심대상에 올라갔을 상황이었다. 그에 대비해 예비안가로 미리 대피해 있던 첩보대는 의외로 허술한 제국의 치안망에 어리둥절 하고 있었다.

 

이렇게 엉뚱한 작용이 개입해 의외의 상황을 만들어 내는게 세상이다. 패권을 완성해 가고있던 제국도 이런 작용들에 의해서 구멍이 나고 있었던 것이다. 제국의 가장 커다란 누수구는 세번째 정치인이 운영해온 번영기업 이었다. 제국기업과 자웅을 다투고 있었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방법은 정반대였다.

 

산출된 액수보다 많은 세금을 자진납부하고 있는 제국기업은 할당된 점령지 관리도 적정선에서 하고 있었다. 전쟁 이전보다 낮은 가격이기는 했지만 생산지의 생활이 보장될 만큼 지불하며 거래형식을 유지해 주었다. 이러다 보니 제국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점령지는 이렇다할 분쟁이 없었다.

 

번영기업은 극을 달리고 있었다. 빼앗다 시피한 것이다. 이렇게 될수밖에 없었던 것은 전략기획 실장이 입안한 탁월한 전쟁계획이 맞아 떨어지면서 제국기업이 승승장구 했기 때문이었다. 경쟁기업이 일취월장 하자 다급해진 번영기업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추격에 나섰다.

 

점령지 운영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위원회에 막대한 뇌물을 퍼붇고 군인들까지 매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기업들을 끌어들이며 세를 확장하기 위해 꺼내든 방법이 오늘의 화를 만들어 냈다. 뒷거래로 할당받은 점령지를 싼 가격에 재불하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덩치가 큰 유력기업들까지 달려들었다.

 

그렇게 해서 제국기업과 맞설수 있는 세력을 확보한 번영기업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년단위로 계약한 점령지 사용권에 대한 가격을 터무니 없이 높인 것이다. 횡재하다시피 한 이권을 최대한 빼먹기 위해 광산 개발등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던 하부 업체들은 망하지 않기 위해서 재계약에 응할수 밖에 없었다.

 

결국 번영기업에 뜯긴 하부 기업들이 폭주했고 해당 점령지의 민심을 폭발직전으로 몰아세워 버렸다. 그에따라 제국의 점령지 유지비용이 급증했다. 제국기업이 관리하는 점령지에 비해 많게는 십여배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묶여버린 군전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제국기업이 입안했던 전쟁계획이 엿가락 처럼 늘어져 버렸다. 벌써 끝났을 전쟁이 세월을 베고 네월에 누워버린 것이다. 장기간의 경제침체로 붕괴 직전에 처해있던 제국을 기사회생 시키기 위해 단행했던 전쟁이었다. 어차피 치루게 될 전쟁이라면 최대한 빠르게 세계를 제패해 버리자는 것이 전략기획 실장의 생각이었다.

 

그랬던 것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책상위에 세상을 올려놓을 땐 모든 것이 자를대고 선을 긋듯이 명확했었다. 번영기업이 저런 수를 동원해 치고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복잡했다. 특히 이익을 앞에 놓고서 벌이는 경쟁은 밑도끝도 없는 나락이었다.

 

제국병의 핵심이 제거되었지만 더 커다란 화근 덩어리가 남아있었다. 번영기업의 공백을 차지하려는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중심이 사라진 시장에 아수라장이 펼쳐진 것이었다. 그렇다고 군에대한 공격이 수그러든 것은 아니었다. 세력다툼이 치열해지면 질수록 야전사자들에 대한 협공 또한 날카로와 지고 있었다.

 

그래야만 내부다툼에 칼부림이 등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만의 신사협정인 셈이다. 자칫 선을 넘으면 자중지란에 빠질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야수같은 본능이 알아차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익의 화신인 정치기업이 어느정도 까지 치달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시기였다.

 

이익으로 치닫는 정치권의 공격은 정말 대단했다. 방송언론을 총동원해서 야전사자들을 패대기 치고 있었다. 없는 비리까지 만들어 엮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내란 음모론 까지 흘리면서 매수한 증인들의 기자회견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역모를 성공시키기 위해 정치인들을 암살했다는 것이다.

 

반신반의하던 제국의 국민들도 점차 양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문제 였다. 국민들의 월급을 군대가 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국이 고용한 수많은 사람들이 여론조장에 앞장섰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기업 쪽으로 기우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었다.

 

제국기업도 야전사자들을 껄끄러워 했지만 이런 방법으로 군을 와해시키는 것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었다. 당장 군에대한 장악력을 높일수는 있었다. 하지만 억울한 것을 곁에서 지켜본 휘하 장병들이 정치기업의 낙하산이 지휘하는 것을 따를리가 만무했던 것이다.

 

이렇게 물불 안가리고 군을 자극해 놓으면 약간의 사태에도 제국이 휘청거리릴게 틀림 없었다. 전략처장은 이러한 제국기업의 거시적 판단습성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암살대상 명단에 제국기업을 올리지 않은 것이었다. 번영기업의 아류들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으면 평화협상에 딴지를 걸 세력이 전무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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