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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전략전술

정치 - 그 최후의 전장

4. 평화협상

 

군의 정신적 중심이었던 야전사자들이 흔들리자 제국군 전체가 뒤숭숭해져 있었다. 제국에 침투해 있던 정찰조장 일행이 안심하고 빠져나왔을 정도였다. 무사히 돌아온 일행에게 자세한 보고를 들은 작전처장은 어둡던 얼굴을 활짞폈다. 암살은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립 동기들의 기쁨이 더했다. 암살에 대한 책임을 지게될 경우 작전처장이 군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도 모두 무탈한 최상의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즉시 평화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에 들어간 회의실에 희망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다음날 우국 언론들은 대문짝 만한 작전처장의 사진을 일제히 게시했다. 직선장군의 권총을 두손으로 모아잡은 경건한 모습이었다. 특수부대를 선두에서 이끌던 직선장군의 주검 옆에 놓여져 있던 것을 보관하다 추도식이 열리는 제국 국립묘지에 되돌려 주었다는 짤막한 기사가 보도되고 있었다.

 

애초에 찍은 사진은 다른 모습이었다. 전술 일행이 암살에 성공할 경우 일체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해 직선장군의 총을 앞으로 겨누고 있는 호전적인 연출이었다. 암살을 직접적으로 시인하는 사진인 것이다. 다른 나라사람이 암살한 사실을 전해듣자 즉시 폐기해 버리고 다른 사진을 사용한 것이다.

 

우국에서도 대서특필 되었지만 제국을 강타하는 실로 어마어마한 소식이었다. 완승을 눈앞에 두었던 번영기업 아류들이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떨어졌다. 기세등등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언론을 피해다니기 급급했다. 포장이 벗겨진 거짓은 퇴로없는 무덤이었다.

 

이렇게 되자 야전사자들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100할에 육박했다. 여론은 자신의 잘못을 이런식으로 정당화 시키는 손바닥 뒤집기인 것이다. 야박하게 말하면 기회주의 였다. 하지만 이러한 속성을 내치면 대중을 적으로 돌리게 된다. 국가라는 전체의 틀로 배알 없이 포용하는 큰마음이 필요한 대상이었다.

 

작전처장이 점찍은 야전사자들의 그릇이 제격이었다. 하지만 이상태로 방치할 경우 제국 국민들의 지지가 어떤 방향으로 튀게될지 몰랐다. 군에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마냥 받아들이기만 할 경우 외부로 등을 떠미는 팽창력에 굴복해 승전보를 알리는 데 급급해질 우려가 있었다.

 

제국의 흥분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을 때 우국의 일방적인 평화협상 제의가 들어왔다. 중앙전선에서 바로 다음날 협상을 벌이자는 것이었다. 응하지 않을 경우 강국이 개발하고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도입해 제국의 산업단지 전체를 사정권안에 가두어 버리겠다는 경고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찬물이었다. 제국의 심장이 완전히 노출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평상심을 되찾은 제국의 여론은 야전사자들이 본연의 위치로 돌아갈 수 있을만큼 차분해 졌다. 부담없이 회담장으로 향한 야전사자들은 정치인 암살사건에 대한 추궁을 벼르고 있었다.

 

회담장은 양국의 전선 중간지점에 마련되어 있었다. 야전사자들이 들어서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선 중립 동기들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연장자들에 대한 예의를 표했다. 전략과 전술 그리고 일격과 공병소년도 참석하고 있었다. 영문을 몰랐지만 함께 가야 한다는 작전처장의 권유에 따라 동행한 것이다.

 

예상대로 협상을 뒤로 제치고 암살에 대한 해명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불같은 야전사자들의 항의가 진정되자 작전처장이 입을 열었다. 첫번째 정치인은 제국의 피해기업주가 보복한 것이고 두번째는 점령지 수탈에 대한 해당지역민의 반발로 추정된다며 잠시 뜸을 들였다.

 

야전사자들의 귀가 집중되자 세번째 정치인 암살은 국적만 모를뿐 전문가의 소행이었고 여기에 와있는 소년병들이 당시의 정황을 증언할 수 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더불어 소년병중 세명이 직선장군의 권총을 돌려준 당사자라고 말하며 전술과 일격, 그리고 공병소년을 호명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소년병들은 산중턱에 있는 공원에서의 목격담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암살을 목적으로 제국에 침투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작전처장의 사전교육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직선장군의 유품을 동료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갔었다는 정도로 말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다. 알려져 봐야 전쟁만 부추기는 도화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록은 다 믿을수 없는 미완으로 마주해야 정확한 것이다. 그것이 다라고 믿을 경우 숨겨진 여지를 도려내버리게 된다. 그러면 훗날 비슷한 상황을 맞이할 때 마땅히 밟아야 할 계단 하나를 건너뛰다 실족해 버린다.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강국처럼 체제를 재편해 전력극대화를 추구할 수 밖에 없다는 말로 협상을 상기시킨 전략처장은 내친김에 제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모든 나라들을 전시경제로 편입시켜 버릴수도 있다는 엄포를 놓았다. 이렇게 될 경우 제국도 가만히 있을수 없게 된다.

 

전시경제로 돌입해 맞대응을 해야 하는데 제국의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기업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잘못하면 제국이 양분되어 내전으로 치달을수도 있는 치명적인 구상이었다. 그렇게 되기 이전에 한시적으로 군이 정치를 장악해 모든 나라들과 평화협정을 체결해 버리자는 제안이었다.

 

그럴듯한 말이었지만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 야전사자들이었다. 전략을 호명한 작전처장은 직선장군의 권총을 발견한 소년병이라고 소개를 했다. 그리고 제국의 특수부대 십만을 전멸시키다 시피했던 전술이 소년병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부연설명을 했다.

 

반신반의하던 야전사자들은 즉발식 수류탄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간략하게 설명하는 전략의 말이 끝나자 충격에 휩싸여 버렸다. 역시 그랬던 것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렇게 쉽게 무너질 직선장군과 제국의 최정예들이 아니었다. 죽마고우의 권총을 꺼내든 한 야전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숨쉴틈도 없이 전술을 호명한 작전처장은 일선 지휘부가 모두 호출당한 상태에서 어떻게 2차 전차대전을 승리로 이끌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열다섯 소년이 암호유출을 간파하고 확인절차 까지 거쳐 전장을 이끌었다는 사실도 엄청난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주저앉은 제국전차를 방패로 활용하며 구사한 전술이 1차 전차대전때와 같았지만 탄착점을 전차의 크기보다 작게 잡는 일제사격으로 종심을 절단시킨 사전공격이 전술의 독창적인 것이었다는 소리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었다. 두번의 참패 이유를 시원하게 알았지만 그 주역이 소년들 이라는 청천벽력이 강타한 것이다.

 

여세를 몰아간 작전처장은 일격과 공병소년의 능력을 말해주었다. 회담장 밖으로 나가 저격용 소총을 거머쥔 일격이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나무에 앉아있던 새의 발치를 쏘았다. 깜짝 놀라며 날아오르는 새의 발가락이 거머쥐고 있던 작은 나무가지가 정확하게 절단나 있었다.

 

총을 들어 올리자 마자 방아쇠를 당겼는데도 불구하고 표적을 명중시키는 장면을 망원경으로 확인한 야전사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공병소년의 능력은 확인시켜 주지 않아도 믿어야 할 상황이었다. 분위기가 만들어 졌다고 판단한 작전처장이 부대장을 쳐다 보았다.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소년병들을 집중 육성한 결과 이들 만으로 지휘부를 꾸려도 현재의 전력이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우국이 전시경제로 돌입해 모든 인적자원을 징집할 수 있게 될 경우 수비에서 벗어나 제국을 공격할 수 있는 병력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말을 이어받은 부대장의 주장이었다.

 

이미 삼세대까지 육성한 우국의 실체를 목격한 야전사자들은 아직까지 충격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제국병이 골수에 침투한 지금 이런 잠재력을 가진 나라를 적으로 계속 두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제국의 무리한 공격이 비슷한 악재를 양산하고 있던 정치권을 초토화 시켜주어 약점마저 없는 우국이었다.

 

정신을 수습한 죽마고우가 부관을 불렀다. 천천히 꺼낸 자신의 권총을 건네준 노장이 탁자에 놓아두었던 직선장군의 유품을 들고 일어섰다. 뒤에 도열해 있는 장교들에게 다가간 장성은 그중 한명에게 권총을 건네주고 되돌아 왔다. 그들의 퇴역식이 시작된 것이었다.

 

뒤이어 두사람이 더 권총을 건네주었다. "자네 혼자 가면 너무 외롭지 않나? 정치판을 뒤흔들려면 세사람 정도는 되어야지..." 완전한 종전이 요구되고 있는 평화협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반발을 잠재워야 했다. 제국의 안정을 위해 그토록 멀리했던 정치판을 향한 야전사자의 포효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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