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작용과 반작용_3
그렇게 사태가 수습되었다. 수도로 진격한 전차부대가 안전을 확보한 후 되살아난 일선 지휘관의 기지개가 시작되고 있었다. 거대 기업들의 전쟁거래에 대한 조사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였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치적으로 움직인 보안대가 깊숙하게 개입되어 있었다.
위상이 축소되어 표면에서 활동하지 못하는 대신 제국의 첩보망을 물밑 지원하며 우국의 통신암호 체계까지 몽땅 넘겼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통신암호가 넘어간 것은 우국기업도 모르고 있었다. 전쟁거래 과정에서 오염된 보안대 간부중 한명이 제국 첩보원의 덫에 걸려 암호를 넘긴 것이었다.
보안대장을 역임했던 우국기업 2세의 장악력이 존재하는 것처럼 유지해 주면서 제국의 준조직으로 흡수해 버린 탓이었다. 상호 팔아먹을 만큼 적당히 파괴하면서 지휘권을 장악해 중립 동기들을 몰아내자는 거래로 알고 있었던 우국기업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애초 제국기업과 우국기업의 계급이 달랐던 것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제국기업의 거래는 우국기업 수준에 맞추어준 것 뿐이다. 우국기업이 바라볼 수 없는 단계에 제국기업이 가장 바라고 있는 이익이 있었다. 그것은 무기장사 같은 자잘한 것이 아니었다.
거래를 하는 척 하면서 우국을 사분오열 시켜 가장 꺼림직한 중립동기들을 제거하는 동시에 서부전선을 돌파하고, 이미 흡수한 보안대를 앞세워 주요시설을 장악한 후 전략전술과 정찰조장이 보여주었던 조치를 통해 우국 전체를 최단시간 내에 점령하겠다는 것이 제국기업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우국에 대한 우선권을 제국기업이 확보하게 된다. 우국의 모든 경제자원이 제국기업 차지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나라를 점령할 국력을 갖추지 못한 우국의 기업으로서는 꿈조차 꿀수 없는 차원이었다. 권력이라 해도 같은 권력이 아니라는 것을 우국기업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제국의 수중에 떨여져 있는 것은 보안대 뿐만이 아니었다. 정치인 다수가 제국의 손아귀에 있었다. 이런저런 비리나 비행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 폭로협박으로 포섭한 것이다. 점령후 신속하게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유력한 방송언론계 인사들도 장악한 상태였다.
이렇게 치밀했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이러한 사실을 마주한 제국기업의 전략기획 실장은 쓴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서부전선까지 나와 전황을 살피던 제국기업 간부의 어두운 표정을 마주한 제국의 지휘관은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제국기업의 정치적 위상이 군부를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전략기획 실장의 입안에 따라 전쟁이 시작되었고 수많은 승리가 있었다. 그 급부로 점령지에 대한 권리 대부분을 제국기업이 차지해 적자로 돌아선지 오래인 국가재정에 자진해서 막대한 세금을 납부하고도 해마다 이익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유일한 걸림돌 이라면 군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전폭적인 신망을 받고있는 야전사자들 뿐이었다. 이번 기습을 통해 심복들을 군의 중심으로 밀어 올리며 야전사자들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려했던 전략기획 실장의 계획이 산산조각 난 상태였다.
생각보다 심각한 전차손실로 상당한 이익을 확보했지만 그 것은 새발의 피에 불과한 것이었다. 제국이 특수부대를 모두 투입했다 몰살을 당한지 얼마 안되어 전차기습을 무리해서 강행했던 것은 그만큼 다급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국이 사거리를 대폭 늘린 미사일 개발에 나선 것이다.
전쟁 당사국중 유일하게 전시경제로 돌입한 강국은 제국과 정면으로 맞서도 밀리지 않을만큼 강력한 전력을 갖추게 되었다. 모든 자원과 힘을 최적화 시켜 전쟁에 대응한 강국의 군사적 성장은 제국이 해결책을 세우기도 전에 건드릴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해 있었다.
그런 강국이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앞두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이 일년 전이었다. 그것이 실전배치 될 경우 주변 국가들의 주문이 쇄도할 것이고 제국경제를 볼모로 삼고있는 우국의 미사일 기지에 배치되는 것은 시간문제 였다. 최악의 경우 우국의 미사일 공격에 제국의 핵심산업이 깡그리 잿더미로 변할 참이었다.
공군력을 총동원해 폭격을 하고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폭파도 시도해 보았지만 강국의 미사일 개발 시설은 철옹성에 가까운 난공불락 이었다. 하는 수 없이 방향을 돌린 제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국을 공략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제국기업의 두뇌들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에 우국의 첩보대도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었다. 모든 조직은 계획성을 기본으로 출발하게 된다. 제국이 보여준 이러한 움직임은 국가 조직이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관성이었다. 이것을 혹자는 음모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일반화 시키면 목적을 향한 모든 조직의 움직임이 음모로 전락해 버린다.
작용에 따른 반작용, 그리고 여기에 접촉한 또다른 작용과 반작용이 증폭시켜 사태를 끌어가는 것이지 어느 한쪽이 계획한 대로 한줄기 작용과 반작용 만으로 세상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타래 처럼 복잡하게 얽히는 것이다. 이것을 모두 담기엔 사람의 두뇌용량이 모자라다.
또한, 주어진 시공간이 제한된다. 어느누가 세상사의 전후좌우 심지어 초단위 까지 모두 인지하고 기록해 놓을 수 있을까? 따라서 인간의 기록은 유한한 것이다. 발생한 현상의 극히 일부분만 기록한 것으로 어찌 제한할 수 있을까? 현상을 전차원으로 기록해 인지부조화를 없앨만큼 과학이 발전하지 못한 이시대에 말이다.
자연을 보자... 생존을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육식동물만 사냥을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초식동물의 풀뜯기도 일종의 사냥이다. 발없는 식물 또한 도망만 안갈뿐 생존을 위해 독을 품기도 하고 열매속에 씨앗을 심어 동물의 뱃속에 침투시키기도 한다. 배설을 할때까지 동물은 한시적 숙주로 전락하는 셈이다.
도대체 누가 먹고 먹히는 것인가? 육식동물의 사냥은 잔혹하고 초식동물의 풀뜯기는 평화로워 보이는가? 밥을 먹으면 부처이고 고기를 먹으면 간접적인 생명 해치기 일까? 거름으로 여문 쌀을 먹으면 이것도 살상이 되는 것이다. 논에 고인 물속에도 수많은 생명들의 주검이 해체되고 있지 않은가?
이렇듯 우리의 인식은 부조화 덩어리다. 조금만 파고 들어도 엇물린 논리부실이 뚝뚝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식을 찾는다. 늘 정의와 원칙을 꺼내 현상을 재단한다. 생명활동의 기본인 사냥... 사냥이 집단화 된 전쟁을 그런 잣대로 비난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당성, 고결함, 우월감에 허우적 거리고 있다.
사냥(전쟁)은 인간이 출현하기 훨씬 이전인 태고적 부터 있었던 것이다. 생명의 움직임 그 자체다. 홀로 사냥하다 집단으로 발전하면서 보다 더 커다란 힘을 추구한 것이 권력이다. 그래서 권력의 본질은 사냥(전쟁)이다. 권력이 개인을 넘어 집단으로 전이되어 진화를 거듭한 오늘날 모습이 기업이었다.
이 원초적 본능에 충실한 것이 제국기업이었다. 가장 커다란 사냥감인 국가를 한입에 집어 삼킬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한 최상위 권력이었다. 이런 권력은 나눌수 있는게 아니다. 독점을 위해 되도록 말을 아낀다. 그래서 일반 기업에 대해서만 교육과정이 상세하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저 알려주지 않을 뿐이었지만 절대다수는 교육이 알려준 상식선을 벗어난 기업을 비정상 적인 것으로 단정한다. 죽음의 상인은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간 사람은 기업권력이 하는 모든 일을 음모론적 시각으로 맹비난 한다.
하지만 어찌할까? 기업권력이라는 기둥 위에 국가가 얹어져 있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이 본성에 충실한 것을 비정상 적인 행위라고 비난하는 음모론은 논리 부조화에 빠지게 된다. 음모를 획책하는 권력을 제거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또다른 권력을 만들자는 쳇바퀴를 돌리기 때문이다.
기존 권력을 제거한다고 태초의 본성이 사라질까? 수많은 세력이 그런 명분으로 권력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달라진게 있었나? 결과적으로 기회주의의 손을 들어준 것 뿐인데 말이다. 더 희극적인 것은 음모론자들의 기승에 기업권력의 본질로 다가서는 인식의 길목이 가로막혀 버린다는 것이다.
전차대전때 제국기업과 우국기업간의 전쟁거래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된 중립 동기들은 권력의 본질인 전쟁을 장기간 잠재우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던 것이다. 국제정세가 들어올리기에 알맞은 모양을 갖추어 가고 있었고 그 무게중심에 2차 전차대전이 받침돌로 놓여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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