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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전략전술

기갑전-종심절단 격파

6. 작용과 반작용_1

 

세상일이란 칼로 무를 자르듯 산뜻하고 간략한게 아니다. 인간의 능력은 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지 모든 것을 명명백백하게 알수 있는 것도, 속속들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만물의 영장이니 하는 소리는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린애 같은 주장일 뿐이었다.

 

이번 전쟁도 그랬다. 표면상으로는 제국의 전차가 기습을 했고, 이것을 역전시킨 것... 그리고 중립 동기들의 쿠데타 인지 정치권의 축출기도 였는지 의견이 분분할 뿐이었지만 상세한 내막을 들여다 보면 이모든 것들이 얽혀가며 만들어낸 작용과 반작용의 산물에 불과한 것이다.

 

흥미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제국의 음모, 우국 정치권의 음모, 중립 동기들의 쿠데타 음모로 커다랗게 나누어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모두 있을법한 이야기 였지만 2차 전차대전이 벌어졌던 하루를 전후해 일어난 모든 것들을 제대로 엮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한때 보안대가 군정보를 모두 관할하고 있었다. 그 수장을 우국에서 가장 커다란 정치기업의 2세가 노골적인 낙하산으로 차지해할 만큼 군에대한 통제력을 한손에 거머쥔 막강한 곳이었다. 정치와 경제 나아가 군까지 모든 권력을 제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랬던 그가 불명예 제대를 하게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무리한 폭격기 개발로 자금난에 빠진 우국기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기를 팔아야 하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때 그러한 사정을 자세히 파악한 제국 정보원의 제의가 들어왔다. 제국기업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으니 대규모 전투를 조장해 이익을 보자는 것이었다.

 

전쟁전 양국사이 교역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두 기업간의 거래가 전쟁터로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보안대장이 서부전선 기갑부대장에게 지시해 방어망을 느슨하게 풀었고 제국이 때를 맞추어 대규모 전차를 동원한 것이 전차대전의 내막이었다. 제국에 침투해 이런 사실을 알아낸 것이 저격대였다.

 

애초엔 보안대가 맡고 있었지만 전쟁이 격화되면서 첩보임무를 맡겠다는 보안대원이 갈수록 미달되자 할수없이 떠맡게 된 것이다. 목숨을 걸고 비밀을 지켜야 하는 특성상 전사자 처리로 이세상에 없는 인물이 되어 첩보임무에 나선 것이 바로 그림자 저격단 이었다. 서류상에는 300명에 불과한 첩보대가 공식명칭이었다.

 

전략이 산위를 제집처럼 드나들었던 것도 그림자 저격단의 실체가 첩보대라는 것을 귀뜸받았기 때문이었다. 제국의 우위를 상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극비리에 육성한 3천명의 저격첩보대라는 설명에 부대장과 그림단장이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알게 되었던 것이다.

 

어렵사리 제국에 구축한 첩보망이 가장 커다란 군수업체인 제국기업을 조사하다 주요 인물들의 서부전선 방문이 이례적으로 빈번해 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서부전선으로 제국 정보원이 침투해 우국의 보안대장을 극비리에 만나는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그림자 저격단은 사시사철 정찰을 통해 최적의 침투로와 귀로를 확보해 요소요소를 장악하고 있었다. 상황에 따라 바로 옆으로 갈리는 여러개의 활로를 열어놓았기 때문에 보안대때와 달리 제국에게 생포되거나 사살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바로 이 길로 제국 정보원이 침투해 들어오고 있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자연의 고정적 지형지물이라 특정목적으로 사용할 수있는 부분은 정해져 있던 것이다. 우국이 최적지라고 판단한 곳을 제국 또한 그렇게 평가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제국 정보원의 이동을 추적한 결과 수도에 있던 고정간첩망과 접선하는 것이 확인 되었다. 그들이 우국 보안대와 선을 댔고 보안대장이 우국기업의 간부와 함께 비밀리에 제국의 정보원을 만났다. 이 정보원은 한때 제국기업에서 우국과의 교역을 담당했던 사람이었다.

 

전쟁발발전 수많은 거래를 성사시켰던 담당자들이 전혀다른 거래를 위해 만나게 된 것이었다. 제국이 무리를 해서 정보원을 침투시킨 것은 제국기업의 거래제의가 사실임을 증거하기 위한 것이었다. 거래를 담보하는 인물을 보낼테니 지명한 간부를 데리고 나와 확인해 보라는 절차였다.

 

이 장면을 촬영한 첩보대가 그림단장에게 사실을 알렸다. 그즉시 보안대에 대한 첩보대의 독자적인 조사가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하지만 제국에 침투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자신들이 수집한 모든 정보를 보안대에 넘겨주기만 했었기 때문에 첩보 불모지를 개척하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결과에 다가설 무렵 전차대전이 터진 것이다. 시간여유가 조금만 더 있었다면 막대한 희생을 초래한 충돌을 막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 까지가 당시 첩보대의 역량이었다. 전차대전 직후 첩보대가 수집한 정보가 보안대를 거치지 않고 군수뇌부에 곧바로 보고되었다.

 

보안대장은 끝까지 부정으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만났던 사진속의 인물이 월경을 하다가 첩보대에 생포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자진예편해 버렸다. 뒤이어 우국기업을 중심으로 정치권 전체가 군 수뇌부를 압박해 들어왔다. 사건은 그것으로 일단락 되었고 결국 보안대가 유명무실 해졌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우국기업이 원하던 대로 막대한 물자손상이 발생한 후였다. 전멸에 가까운 포병부대와 전차부대를 회복하는 데 막대한 군비가 투입되었고 이것을 독식하다시피 한 것이다. 전투기와 폭격기만큼 남는 장사는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자금난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되어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첩보대가 국가정보의 중심이 되었다. 우국 내부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대외 첩보와 종합해 정확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림단장이 우회적 수단을 총 동원해서 대규모 그림자 저격단을 양성한 것이었다. 그림자 저격단... 서류명칭 첩보대가 국내외 정보수집을 위해 곳곳에 펼쳐진 시기였다.

 

당시 제국 정보원이 접선했던 고정간첩망까지 일망타진 하려고 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실패했다. 첩보대의 보고서가 군수뇌부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정보유출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것이 보안대장에게 흘러갔고 증거인멸을 위해 제국의 간첩망에게 알려 잠적하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이때 형성된 제국기업과 우국기업간의 연락망이 건재해 있었다. 그것이 다시 가동되어 만들어 낸 것이 이번 2차 전차대전 이었다. 이미 상호인증을 거쳐 복구된 양대기업의 연락망은 새로운 담보가 필요 없었다. 은밀하게 연락만 주고받으며 움직이면 그뿐이었기 때문에 첩보대가 포착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이번에도 사태발생 후에 몸통을 확인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표면 뒤에는 결정적인 두개의 작용이 더 있었다. 하나는 제국의 기습에 대응했던 우국의 이면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촉발시킨 제국의 이면이었다. 모든 것을 종합해서 작용과 반작용에 의한 순서를 제대로 나열해 보아야 진실이 드러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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