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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전략전술

기갑전-종심절단 격파

4. 전장의 어둠

 

일주일 동안 1차 방어선 지역까지 샅샅이 정찰한 대원들이 막사로 돌아왔다. 하얗던 전술의 얼굴까지 새까맣게 통일되어 있었다. 제법 군인 다워진 전술을 맞이한 사령관은 대견스럽다는 표정으로 짤막한 귀대보고를 들었다. 지도가 다 나타내지 못하는 실물지형을 제대로 익히는 과정을 마친 것이다.

 

자연은 어울림이다. 산이 나무를 품고 풀이 들에 안겨 있다. 그속에서 거리감을 없앤 정찰대와 전술은 십년지기가 되어 있었다. 계급으로 조직의 위계가 세워져 있는 군대였지만 이익을 다투지 않는 야전이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정을 감싸준 것이다. 말살해야 이익이 보전되는 인위와는 한참 달랐다.

 

정찰대와 함께 하루의 휴가를 즐겁게 보낸 형제는 전술의 숙소로 돌아와 차를 따라놓고 부모님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늦추었다. 군인의 기상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지만 아직 아이들 인 것이다. 그렇게 전장의 어둠이 깊어가고 있었다.

 

정찰대가 떠난후 여전한 일과로 돌아온 전술은 한층 밝아져 있었다. 보름후 그림자 부대에서 소년병을 보내왔다. 사격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소년이었다. 그림단장이 심혈을 기울여 각종 통신수단을 막힘없이 다룰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전술과 같은 나이였다.

 

전령이 되어 전술과 함께 하라는 사령관의 말에따라 숙소를 같이 사용하게 되었다. 각 병과별로 솟아오르는 기대주들을 함께 묶어 어울릴수 있게 하려는 중립 동기들의 배려였다. 늘 같이하게 되면 서로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저절로 높아져 조직 상층부에서 내려다 보는 안목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술에게는 하루하루가 새로운 나날이었다. 일과가 끝나면 숙소에 마주앉아 여러가지 통신수단을 다루어 보았다. 적진에 침투해서 상황을 알려야 하는 정찰대의 독자적인 방법도 완전히 습득하게 되었다. 지난번 정찰임무때 다 배우지 못했던 부분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소년의 이름은 일격이었다. 저격수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사령관 전령으로 지휘부에 상주하고 있었지만 틈틈이 전차를 익히고 있었다. 운전등 기본적인 것에서 더 나아가 간단한 정비까지 빠르게 알아가고 있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전술과 머리를 맞대고 밤을 새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여섯달 후 그동안 유야무야 시켰던 중앙전선의 훈포상이 결정되었다. 부대장에게 중앙 사령관직을 맡기기는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계급을 그대로 놓아두려고 했던 움직임이 뒤늦게 바뀐 것이다. 부대장까지 군의 중심에 설경우 이래라 저래라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정치권이 꺼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것이 있었다. 중립동기는 물론이고 맡고있는 해당부대의 지휘부 전체가 훈포상 행사에 참석하라는 것이었다. 전쟁중에 지휘부가 전선을 이탈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지만 군상층부는 정치권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제국에 침투해 있는 첩보대의 보고까지 검토해 본 결과 지휘부 전체가 참석해도 별탈없을 것이라는 주장에 더이상 어쩌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유사시 인근 부대의 지휘관들이 공백을 메울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며 지휘부 일부 잔류희망까지 일축당해 버렸다.

 

게다가 행사 주최측에서 보낸 단 한대의 차량에 지휘부 전체가 탑승해 이동할 것을 강제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분산이동을 준수해야 할 기본 까지 어기고 있었다. 이렇게 중립 동기들의 지휘부가 소속 통신병 조차 대동하지 못하고 행사장에 실려가고 있었다.

 

행사 당일 아침에 촉박한 시간을 들이미는 바람에 각 부대는 이렇다할 대비책을 세우지 못하고 지휘부는 지휘부대로 얼떨결에 출발했고 남아있는 병력들 또한 어수선한 상태였다. 하지만 수많은 시간동안 실전을 치루며 오늘에 이른 병사들 이었다. 비상을 발령해 있을지 모를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지휘부가 자리를 비운 서부전선이 빠르게 안정되어 가고 있었다. 일선부대들이 전쟁즉응 태세를 갖추고 상황실과 실시간 교신을 시작했다. 상황실 또한 지휘부 자리만 비어 있을뿐 모든 기능이 최대한 가동되고 있었다. 언제든 원거리 지휘가 가능할 수 있도록 통신병들이 대기중이었다.

 

우국 수도에 있는 국영방송국에 행사장이 마련되어 있다고 했다. 거기까지 육로로 이동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한시가 촉박한 전시에 비교할 수 없이 빠른 항공이동을 생각하지 않는 것 또한 이상했다. 군으로서는 상상할수 없는 조치가 정치의 강압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한시간, 두시간... 더딘 시간이 흘러 긴장이 풀리는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한시간 전에 마친 점심이 식곤증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돌발상황 첫날인 만큼 부대 전체가 식사시간을 평소보다 한시간 앞당겼던 것이다. 졸음을 쫓으며 망원경을 들여다 보던 초병이 눈을 비볐다.

 

멀리서 가물거리는 흙먼지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상황실에는 1차 방어선 전역에 배치된 초병들의 보고가 빗발치고 있었다. 그 넓은 지역 전체에 흙먼지 선을 그어오고 있는 것의 모습이 점점 또렷해 지고 있었다. 새까맣게 보이던 점들이 확대되며 전차의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투태세에 돌입한 상황실은 긴급상황 발생으로 지휘부를 호출했다. 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전략사령부에 상황을 통고해 연락을 부탁해 놓은 상황실은 계속해서 지휘부를 호출하기 시작했다. 또한, 일선 부대에 연락해 그동안 대처해 왔던대로 실전에 임할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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