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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전략전술

기갑전-종심절단 격파

2. 생화와 조화

 

여느때보다 일찍 일어난 전술은 아직 꿈나라에 있는 형을 확인하고 빙긋이 웃었다. 산행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간단한 군장을 꾸린 후 문가에 놓아둔 전술은 벌써 일어나 있을 사령관의 막사로 들어갔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는 사령관의 습관을 모르는 병사가 없을 정도였다.

 

하루 휴가를 준 전술이 여전한 시간에 들어오자 기지개를 켜던 팔을 내리며 돌아가 보라는 손짓을 했다. "형이 소속된 저격대가 내일부터 정찰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내일 하루 정찰임무를 체험해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근무를 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전술을 데리고 서부전선의 실제 지형지물 숙지정찰을 나가려고 했었던 사령관은 이번이 더없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쌓여있는 업무 때문에 좀체로 시간을 낼수 없기 때문이었다. "마침 잘 됐구나... 정찰도 네가 배워야 할 부분이니 오늘당장 출발하렴... 휴가는 일주일로 예정된 임무가 끝난후에 보내고..."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활짝웃으며 뛰어 나가는 전술을 바라보며 부관이 혼자말 처럼 중얼거렸다. "그런지도 모르지... 하지만 어쩔수 없네... 우리야 모자람 없이 마음놓고 지휘를 하고 있지만 그 다음을 뒷받침해줄 자네들 같은 군인을 기대하기 어려우니까..."

 

"저 아이들은 실전속에서 활짝필 살아있는 꽃이지... 사관학교는 벌써부터 정치권의 발판으로 전락해 버렸다네... 전쟁이 장기화 되면 군인이 최고의 직업이 되어 버려... 가장 좋은 직업은 경쟁이 치열해 지기 마련인데 여기에 권력이 자기몫을 커다랗게 금그어 버리면 조화만 피게 될거야..."

 

사령관 동기들이 가장 먼저 금긋기에 시달렸었다. 전력이 막강하거나 작전과 통신등 중추신경에 해당하는 요직은 정치권이 들이미는 인물이 차지해 버렸다. 한직으로 전전하던 동기들이 지금의 위치를 확보한 것은 오로지 실력과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

 

정치장교는 대부분 멀리 보는 전략적 안목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지휘권을 가지고도 휘하부대를 유기적으로 운용하지 못해 제국군과 만나면 거의 패배해 버렸던 것이다. 백전노장인 야전사자들이 육성한 제국군의 일사분란한 움직임과 자유자재한 상황대처는 한눈팔지 않고 노력을 해도 이기기 어려운 버거움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포탄이 휘몰아치는 전선의 지휘권이 동기들에게 주어졌다. 일신의 안위에 급급한 정치장교들이 뒷전에서 지휘할 때 앞장서서 열세를 타개해왔기 때문이다. 야전에서 활짝피는 생생한 꽃과 정치온실이 만들어낸 조화가 극명히 대비되는 시기였다.

 

그 고비를 함께 넘겨온 것이 부관이었다. 생사를 함께한 부관 또래의 군인들이 두텁게 지탱해 준 덕분에 우국의 현재가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미사일 기지를 통해 제국을 억제할 수 있게된 후 전쟁이 소강상태로 들어가자 기피하기 급급했던 정치권 연줄들이 대거 사관학교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자질과 소양을 갖춘 병사를 엄선해서 장교로 육성하기를 원하는 동기들의 바람이 멀어지고 있었다. 전략전술 또래가 임관할 즈음에는 정치권이 과반이상 모심기를 하게 될 상황이었다. 작전처장이 지휘관 자질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실전에서 솟아오른 기대주들에게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평시에는 무기의 성능과 내구성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험과정만 통과하면 그냥 배치되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벌어지자 옥석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정치권력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 납품했던 무기들에서 주로 문제가 발생했다. 보장했던 성능에 미달되어 수많은 병사들을 희생시키는 패전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처음에는 일선의 항의를 무시하며 쉬쉬했다. 하지만 전세가 급격하게 불리해 지자 군인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모두 잃어버리게 될 정치권의 이해관계까지 작동할 정도로 전선이 무너지기 시작할 즈음에서야 방산업체를 변경할 수 있었다.

 

무기 때문에 낭패를 보는 일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둔 기업들은 오로지 성능과 품질로 경쟁을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다행이었지만 3세대 장교들이 정치조화로 채워질 경우 도돌이표가 찍힐게 틀림없었다. 이익만이 목적인 정치기업들의 압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흐름을 타개하기 위해서 어린 병사들에게 지휘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려고 하는 것이 동기들의 생각이었다. 그 희망에 불을 붙인 것이 전략이었다. 그래서 전술을 눈여겨 보고 있는 중이었다. 전략전술에 기반한 지휘능력을 갖추게 될 경우 각 부대의 기대주들을 한데모아 사관학교로 보낼 생각이었다.

 

전시에 실전경험을 갖춘 병사가 입교할 경우 최대 2년의 월반이 가능했다. 2년만 다니면 임관이 가능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자신들이 해야할 일이었다. 그 이후는 2세대와 3세대가 책임져야할 시기인 것이다. 욕심 같아서는 전쟁을 끝내는 숙제까지 마무리 하고 싶은 것이 동기들의 속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