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차원의 (핵)군축
북한이 지난 2월 총참모부 성명을 통해 핵군축을 제안한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난 12일 열린 유엔총회 64차 회의에서 "최대 핵보유국들의 핵군축"을 요구한 데 이어 18일 언론매체를 통해 "지구 상에서 핵무기의 전면적이고도 완전한 철폐를 주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6자회담의 틀속에서 진행되던 핵협상을 북미 양자간의 협상으로 발전시키는 데 성공한 것에서 머물지 않고 핵무기 없는 지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인데요. 지구차원의 (핵)군축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국제정세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핵무기
핵무기 하면 핵폭탄을 떠올립니다. 2차세계 대전 말미에 인류사상 최초로 일본에 투하되었던 각인효과 때문인 것 같은데요. 폭격기에 실려 투하되던 원시적 방법에서 탈피해 대기권을 벗어나 대륙을 이동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한 미사일에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핵탄두가 실린 미사일도 핵무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또다른 유형의 핵무기도 존재합니다. 위와같은 정의는 폭발동력을 기준으로 한 것일 뿐입니다. 이동동력을 기준으로 삼으면 핵추진에 의존하고 있는 항공모함이나 잠수함도 핵무기중 하나가 됩니다. 북한이 말하는 핵무기 없는 지구는 폭발동력 + 이동동력을 망라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기의 전시성과 은닉성
미사일이나 잠수함등은 적이 탐지하지 못하는 곳에서 더 커다란 위력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항공모함 만큼은 다르죠. 항공모함은 그 자체로 초국적 전력을 자랑하고 전장에 투입된 지상전력을 뒷받침 하는 전시효과가 탁월합니다. 그래서 언론매체를 통해 적국이 귀를 틀어막아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선전을 합니다.
항공모함은 하나의 군사기지 입니다. 움직이는 영토 역할을 하죠. 군사기지 설치에 제약을 받지 않는 자국영토 방어를 위해서는 항공모함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다른나라 영토에 다가가 군사력을 투사하기 위한 침략무기일 뿐입니다. 이 항모전단을 11개나 보유하고 7개를 상시운용하고 있는 것이 미국입니다.
미국해체시 군사력의 분산문제
제국주의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미국을 멸망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 또한 실현성이 있는지를 떠나 미국 해체의 의미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세계 곳곳에 군사력을 투사하고 있는 미국이 당면한 경제위기등으로 해체될 경우 저 막강한 군사력은 어떻게 될까요?
가까운 일본에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주일미군 전력이 있습니다. 그 뒤로 괌, 호주등도 있고 유사시 영국이나 프랑스, 이스라엘등도 해체되는 미국의 군사력을 흡수하기 위해 나누어 먹기를 시도할 게 분명합니다. 미국이 일괄적으로 통제하던 군사력이 사방으로 나뉘어져 어디로 튈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겠지요.
경제위기가 만들어낼 군사위기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의 경제위기를 쉽게 넘기기 힘들다는 분석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항모전단 처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군사력이 경제위기를 만날경우 전쟁으로 돌파하며 다른 나라의 부를 흡수하지 않는 이상 해체를 하거나 군벌로 떨어져 나가며 다른 나라에 의탁하게 될겁니다.
이렇듯 공황이 거론되는 경제위기 하나 만으로도 미국의 군사력을 연착륙 시켜야 하는 필요성이 드러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항모전단을 미국의 경제력이 축소되는 규모에 걸맞도록 줄여야 하겠지요. 북한이 꺼내든 핵무기 없는 지구는 이러한 상황까지 감안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경제력과 군사력의 연착륙
미국의 경제패권은 항모전단을 앞세운 지구장악에 힘입은 것입니다. 또한, 군사패권은 국제 상거래와 에너지 결제에 연동된 달러의 기축통화 능력을 올라탄 것입니다. 이 두가지는 상호 보완적인 것이라서 어느 하나가 상승하면 같이 날아 오르지만 추락할 경우 동시에 떨어지게 되는 비행기의 두 날개와 같습니다.
한마디로 공동운명체라는 것입니다. 이 두 날개가 경제위기와 북핵으로 인해 서로를 동시에 끌어내리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석유결제 통화변경 및 대안통화 구축등의 경제적 대체 움직임과 전방위 군축을 요구하는 북한의 핵무기 없는 지구주장은 미국의 연착륙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