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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정치언론

정중동의 정치

한 정치인의 반복되는 정치행보를 보면 그 동선이 어느쪽으로 향하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별명 만큼이나 직선적이어서 아주 쉽게 보이는데요. 최근 독대를 했었던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가 좀스럽다는 힐난을 하는 것이 이명박 정치의 결정체입니다.

 

정치란 권력을 나누는 것인데 쥐고있는 자는 내놓아야 하고 얻으려고 하는 자는 협력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회창 총재의 강력한 반발은 얼굴마담식 한두자리로 헐값에 협력을 얻어내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실질권력을 나누는 것이 아니면 어림도 없다는 뜻일 겁니다.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것이 총리직 제의설인데요. 노무현 전대통령의 자살로 제왕적 대통령의 극단적인 폐해를 보았다는 명분으로 범보수 진영이 이원집정부제등의 개헌을 꺼내들고 있는 마당에 있는지 없는지 존재도 미미한 총리라는 무권직을 가지고 흥정을 하면 먹혀 들어갈리가 없지요.

 

그동안 박근혜, 심대평, 또다시 박근혜, 심대평 순으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무권총리직을 제안해 여론을 누그러 뜨리고 상황을 반복해서 넘겨왔던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유형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해서 결론을 내린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절대로 권력을 나눌 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러한 양치기 소년식 제안을 반복하는 것일까요? 단순하게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서 일까요? 이명박 대통령의 반복되는 행동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그 자신이 가장 우려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인데요.

 

정치권 전체가 이명박 세력에게 등을 돌려 고립무원 상태에 빠져 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쪽에 손을 내밀었다가 저쪽에도 손을 내밀고 있는 것입니다. 실질적인 권력은 주지 않으면서 상대 세력들이 반이명박 전선을 구축하지 못하도록 권력을 나눌수도 있으니 그리하지 말라는 정지작업을 하는 것이죠.

 

어제의 신문기사를 보니 친박연대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경남 양산에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더군요. 이런 양상으로 간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 하던 상황이 도래할 것 같습니다. 만약 다른 세력들이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지역 갈라먹기로 나올경우 모든 선거에서 참패를 모면키 어렵겠죠.

 

영남엔 친박세력이, 중부지역엔 자유선진당이, 호남엔 민주당이 후보 단일화를 하고 수도권도 일정하게 나누어 후보를 내면서 반이명박 전선을 구축한다면 백전백패라는 악몽을 꾸게될지도 모릅니다. 민심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다면 그렇게 나올수 밖에 없는 결과입니다.

 

이런 조짐이 보일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권력은 너무 쉽게 와해될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친이명박 노선을 추구하는 의원들이 추풍낙엽을 감수할수 있을까요? 이탈하는 의원들이 기하급수로 늘어날 것이고 그에따라 이명박 정권의 정책추진을 뒷받침 해주는 법안 통과가 사실상 마비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일회성 제안을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번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이었지만 반복되는 형식적 제안이 만들어 낸 각 세력내의 반이명박 정서는 이제 돌이키기 힘든 수위로 올라선듯 합니다. 이러한 정치는 스스로 퇴로를 차단해 버리는 자승자박이 될수 있습니다.

 

정권 말기에 발생하는 권력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협력해야 할 우호세력과의 관계개선 여지를 다 잘라버렸기 때문입니다. 올해안에 지지율이 10%대로 내려앉고 민심이반이 위험수위를 넘어설 가능성이 없지않아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손을 내밀수 있는 명분도 내밀어도 맞잡을 세력이 없는 상황을 자초한 것입니다.

 

정치란 정중동입니다. 정치판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권력이 쓸데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불필요한 일들을 만들어 냅니다. 즉, 대통령은 움직이지 않고도 정치판을 움직일 수 있는 우월적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지나치게 무의미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을 많이해서 손해를 보았는데 이명박 대통령도 그리 다르지 않은것 같습니다. 그것도 그날 거두어 들이는 말들이 많은것 같은데요. 이렇게 행동하면 권위가 떨어지고 곧 권력약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미 권력누수가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정중동의 정치를 잘 보여주고 있는 정치인이 박근혜 인데요. 몇마디 안해도 몇날 며칠동안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위력을 발휘합니다. 말을 안하고 침묵하면 그게 또 기사거리가 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말실수가 거의 없고 뒷감당 해야할 거리들이 발생하지 않아 정치피로 상황에 빠져들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완벽한 정중동의 정치를 보여준 사람은 강태공입니다. 강태공에 관해 전해지는 이야기가 정설인지 낭설인지 좀 분분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정설이라는 가정하에 정중동의 정치가 어떠한 것인지를 살펴 보겠습니다. 이사람은 강가에 홀로앉아 세월을 낚은 것으로 유명한데요. 세상을 낚은 것이라고도 합니다.

 

강태공이 군사, 재상으로서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었던 데에는 바늘없는 빈 낚시대 처신이 주효했습니다. 만약 제자를 기르고 사람을 모아 세력을 만들고 주변에 신세를 졌었다면 과연 공명정대하고 공평무사한 정치를 펼칠 수있었을 까요? 자리를 만들어 측근을 앉히고 챙기다 보면 바른 기준을 제대로 세울수가 없게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정치가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람사는 세상이었는데요. 강태공이 펼쳤던 공명정대하고 공평무사한 정치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실패를 했을까? 그 자신이 정중동으로 정치를 시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정당성을 굳건하게 확보하는데 실패했던 것입니다.

 

이 연장선에서 볼 경우 박근혜도 진정한 정중동의 정치를 보여주기는 힘들다고 단정할 수 있습니다. 지지세력이 상당하고 그들을 챙겨야 권력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대한민국의 한계죠. 정치구조 자체가 바른 기준으로 세상을 이끌어 갈 수 없는 왜곡에서 시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불세출의 영웅이 나타난다고 이것이 해결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인물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법과 원칙이 철저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유전무죄, 유권무죄인 사회에서 실현될 수 없는 이상일 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이후에 그 누구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정치마비 상태는 지속될 수 밖에 없을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환생한다고 해고 마찬가지 일 것이구요. 정치권에 강태공식 정중동의 정치가가 한사람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시대가 그것을 허용할런지 그게 또 미지수로군요. 이게 대한민국의 한계라면 그러려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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