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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정치언론

과유불급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충격적인 자살로 정치인생을 마감한 노무현 대통령을 그지경으로 몰아세웠던 언론의 보도 태도와 확정되지 않은 혐의를 유출시키며 여론재판을 시도했던 검찰이 비난의 중심에 놓이게 된것도 흥미위주의 카더라 보도와 무리한 수사시도 때문입니다.

 

이러한 잘못을 저지른 언론과 검찰이 비판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 공세빌미로 지나치게 앞세울 경우 대한민국이 돌이키기 힘든 지경에 놓이게 될수도 있을듯 합니다. 적당함을 몰랐던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마찬가지 무리수들 둔다는 것은 공범이 되겠다는 것이겠지요.

 

사법살인이라는 범죄단정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정권 비판세력들이 거꾸로 상황조장이라는 똑같은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시기인듯 합니다. 엇그제 국민일보 창사특집 여론조사 기사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가족들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표현이 뼈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내세워 이명박 정권과 보수언론들을 공격한다면 여기에 대한 방어 내지는 역공격으로 건드릴 수 있는 치명적인 급소가 유가족입니다. 국민일보의 여론조사가 그 발판이 될텐데요. 상황이 악화되어 위기감을 느끼게 되면 보수언론들이 자체조사 결과를 내세워 대서특필하기 시작할겁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이현령비현령인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항목을 어떻게 구성하고 단어배치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나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세우는 여론조사는 노무현 대통령과 유가족의 책임이 크다는 식이 되겠지요. 그럴경우 둘로 갈라진 여론이 유가족의 양팔을 잡아 당기게 될겁니다.

 

정부여당측을 지지하는 여론은 유가족에게 몰매를 가할 것이고 반대측은 정부여당의 치졸한 책임전가라고 맛설텐데요. 이럴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야당과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측에서 정부여당측의 유가족 공격을 막아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검찰도 박연차 수사결과 발표에 노무현 대통령쪽을 포함시키려 하는 것 같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커다란 충격을 받아 안정을 찾으려면 수년이 걸릴 유가족들이 아직 삼오제도 지내지 못한 시기에 여론이 잘잘못을 지적하고 나설경우 과연 가볍게 넘길 수 있을까요? 보수언론들의 논조를 강제로 바꾸거나 아예 보도를 못하도록 가로막아야 하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게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유가족들의 안위를 배려하는 적당한 선에서 절제를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태도일 것입니다. 만약 적정선을 넘어 유가족이 견뎌내지 못하는 지경으로 치닫는다면 이명박 정권은 물론이고 반이명박 세력또한 도덕성이 완전히 파탄나는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될것이 분명합니다.

 

권력이란 한번 물러서면 곧바로 단죄의 칼이 날아오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못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면 내몰수록 반작용이 커다라 질수밖에 없는데요. 노무현 대통령을 내세워 압박할 경우 유가족의 책임문제를 꺼내들지 않을 수도 없고 주저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가장 커다란 잘못을 저지르는 쪽은 노무현 대통령을 내세우는 쪽이 될수밖에 없습니다. 노통의 서거를 이용해 가볍게 움직이다가 완전히 파산해 버리는, 자멸이 불가피한 수순이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살리려는 과욕은 버리는게 좋습니다. 그러다가는 유가족이 다쳐 노통만 확인사살하게 될겁니다.

 

살릴수 있다면 그의 진정성, 양심, 도덕성이겠지요. 유가족을 위험한 상황으로 내모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의 양심이요 도덕성일까요? 노무현 대통령이 분신처럼 사랑했던 손녀의 눈망울이 참 맑더군요. 그 아이가 어둠에 휩싸인 세상을 평생 바라보고 살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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