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성 비용과 수익성 비용
우리가 투자라고 말하는 것이 좀 불분명한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과가 좋게 나와 수익을 가져오면 투자라고 말하고 나쁘게 나와 원금을 탕진하면 투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지면 투자란 수익을 발생시키기 이전에는 순수비용일 뿐입니다.
그래서 비용이라는 개념을 소모성과 수익성으로 구분해야 명확해 지는데요. 이익을 발생시키기 시작하면 그때까지 들어간 비용은 수익성으로 전환되지만 그 이전에는 소모성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군사분야를 바라보면 경제개념으로 군사비용을 따져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대상을 비교해 보아야 하는데요. 북한과 미국이 비교하기 가장 좋은 반대위치에 있는것 같습니다. 외부로 뻗어나가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력과 방어를 위해 내부로 웅크리고 있던 북한의 군사력은 경제적 비용관점에서 아주 잘 대비가 됩니다.
수익성 군사비용 단계에 있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패권을 유지하며 지구상의 막대한 기회들을 점유해 국가의 부를 창출해 주고 있는데요. 천문학적인 군비를 투입하고 있지만 국가가 망하지 않을만큼의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군대 무용론이나 축소여론이 아직 형성되고 있지 않습니다.
소모성 군사비용 단계에 있는 나라는 북한입니다.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막아내기 위해 60년동안 전시경제를 유지해 왔다고 하더군요. 그 60년동안 군사분야에 투입된 비용을 경제쪽으로 돌렸다면 북한의 경제력 또한 남한에 커다랗게 뒤처져 있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한 나라의 군사비용이 수익성 단계에 있는가 아니면 소모성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가에 따라 일반경제에 미치는 결과가 판이하게 나타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유리해 보이는데 진짜 문제는 여기서 부터 시작됩니다.
대공황이 거론될만큼 악화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인해 미국의 재정상태가 천문학적인 군사비용을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 지고 있는데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수출로 군사활동 영역이 축소되기 시작하면서 지속적인 수익발생이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제 미국의 군사비용은 수익성에서 소모성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군사비용 소모성 단계로의 강등은 재정적자를 더 가중시킵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군사비용 축소로 이어지고 이것이 미국 패권축소로 발전해 전세계로 뻗어나가 있던 미국의 경제영역이 오그라 들면서 국익감소로 악순환 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북한은 60년 동안 소모성으로 투입해왔던 군사비용이 핵미사일 확보후 수익성으로 발전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공식기사와 미국 의회의 발표에 따르면 상당한 액수의 무기수출이 매년 이루어져 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손익분기점 확인이었고 군사적 팽창이 경제에 어떤 이익을 추가로 가져오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내부에서의 부담이 가능해 외부로 팽창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한 군사력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내에 있는 국가들과의 교역 및 교역에 따른 결과보장이라는 확실한 시장 확보를 가능하게 만들어 줍니다.
미국의 경제력 확장이 이러한 형태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군사력 투입-해당국가의 방어력 무력화-경제적 기회 점유-투자-투자이익 회수-거부시 군사력 재투입-투자이익 완전회수... 아무리 국가가 수출을 잘해도 대금을 떼이면 손해만 보게 됩니다. 군사력 팽창은 이렇게 완벽한 기회를 보장해 줍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 군사력이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를 살펴보면 절대강국 이었던 미국의 급격한 쇠락과 그에 눌려 바닥경제에 머물고 있던 북한의 쾌속한 성장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외 영향력이 축소되면 될수록 북한이 확보하게 될 대외적 기회가 급팽창하게 되겠지요.
경제 하나만으로 선진기술을 지난하게 확보해 나가야 하는 방향에서 보면 북한이 얻어내게 될 기회의 크기가 아주 작습니다. 하지만 군사력에 올라탄 경제로 바라볼 경우 미국이 누렸던 우월적 지위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국가의 경제행위 유형
국가의 경제행위를 크게 전시경제와 평시경제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것이 하나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서 전시경제에 놓여있는 나라들이 여럿 있는데요. 대표적인 나라가 북한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내전이나 외침을 당한 나라들이 그러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문제입니다.
지구상에서 전시경제를 꾸려가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입니다. 통계로 나와있는 사례들을 보면 미국이 전쟁에 놓여있지 않았던 시기가 그리 많지가 않더군요. 미국은 군사력을 기반으로 경제를 운영하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구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것을 패권이라는 말로 순화시켜 표현하고 있을 뿐이죠.
이러한 미국식 전시경제를 육식성 경제라고 달리 표현할수 있습니다. 순수경제 경쟁에 의해서 수출입 행위를 통해 경제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들은 초식성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한국은 어김없는 초식성 경제 국가입니다. 일본도 마찬가지고 독일도 그렇습니다.
동물성 경제를 흔히 제국주의라고 합니다. 힘으로 다른 나라들을 강점하거나 잡아먹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등이 그러한 나라들입니다. 이런 나라들은 오로지 경제에만 매달리는 초식성 국가들이 넘보지 못하는 상위급 기회들을 누리고 있습니다. 자원을 헐값에 가져가고 시장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나라의 경제력은 일반경제 분야만 가지고 비교할 수 없는 이면이 존재합니다. 바로 군사경제죠. 군사경제라는 관점에서 육식성 전시경제 단계에 있지 않는한 그 어떠한 나라도 완성된 경제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해 줄수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자본주의 시장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는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체제전환입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자국이 누리고 있는 육식경제의 먹이단계인 초식경제를 받아 들이라는 것이죠.
북한은 무슨소리냐 우리는 우리체제를 고수하면서 육식경제로 나가겠다고 대치하면서 한반도에 국한되던 북핵협상의 범위가 점점 확장되어 가고 있는 상태인데요. 이란이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의 육식경제 영역을 축소시키면서 북한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만약 북한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경우 과연 제국주의식 육식경제인 전시경제를 무조건 배제할 수 있을까요? 확보한 경제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기존 제국주의 국가들 보다는 덜하더라도 일정한 비용조달은 있어야 할겁니다.
국가간의 관계는 피도 눈물도 없습니다. 아주 냉혹하죠. 자칫 감상을 부리다가는 국민들을 사지로 내몰고 노예로 전락시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을 외치던 사람들도 자국이익을 위한 대외적 인권유린 수단인 전쟁등에 대해서는 예외를 둡니다.
이러한 국제 생태계가 만들어낸 정점이 제국주의고 그것이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국가방어 수단인 현재로서는 어떠한 나라가 모범이 되고 도덕성을 갖추려고 하는 움직임이나 그러해야 한다는 시각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것으로 볼수 있습니다.
이란이 지금이야 북한과 보조를 맞추지만 만약 중동의 패자로 등극한다면 과연 거기에 만족하며 자중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선거에 의해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나라인데 말입니다. 자칫 패권주의자가 당선될 경우 더한 국가적 욕심을 부릴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 대해서는 도덕성을 들이댈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제국주의를 추구한다고 해서 도덕적 비난으로 평가절하해 버리기엔 국가가 놓여진 생태계가 정말 살벌하죠. 개인과 국가를 바라보는 기준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똑같을 수 가 없는 것입니다.
흥망성쇠라는 국가가 놓여진 위치에 따른 차이
대부분 대립하고 있는 나라를 비교할 때 거의 같은 기준에서 바라봅니다. 일면 타당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완전히 다른 저울을 똑같은 것으로 생각하면서 양쪽의 무게를 각각 재는 오류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국가를 바라보는 정확한 저울의 정밀도 설정은 흥망성쇠입니다.
성장기에 있는가 아니면 쇠락기에 있는가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은 기준으로 두 나라를 비교해 보면 엉뚱한 답이 나올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미국은 최고의 정점에서 쇠락기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북한은 반대로 최저점에서 성장기에 진입해 가고 있는데요.
올라가는 나라와 내려가는 나라 사이의 간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줄어듭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가장 커다란 문제는 흥망성쇠에 대한 국가구성원의 인식차이에 있습니다. 흥하는 나라의 결속력은 점점 강해질 것이고 쇠락해 가는 나라의 결속력은 급격히 와해될 것입니다.
현재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는 북한의 상황은 상당히 차분합니다. 하지만 경제쇠락에 접어든 미국은 시시각각 다투는 목소리가 여과없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두 나라가 핵문제로 대치하고 있는데 국가가 놓여진 위치에서 바라보면 북한이 점점 유리해 지고 미국이 점점 불리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듯 보입니다.
한반도의 반쪽인 대한민국은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듯 합니다. 구한말 청나라와 일본 그리고 서구 열강들중 택일을 해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쇠락기에 접어든 미국과 성장기에 돌입한 북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사상과 이념을 앞세우기 이전에 냉혹한 국제관계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우리민족 끼리라고는 하지만 남북은 엄연히 다른 나라입니다. 막연히 민족 내부문제로 고착된 반공만 내세우다가 정작 절실하게 필요한 국가간 관계를 면밀하게 살피지 못할 경우 보수들이 설 자리가 더이상 없을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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