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정권이 탈세와의 전쟁 일환으로 미국인 고객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며 비밀금고를 운영하고 있는 스위스 은행에 고강도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에대해 스위스 법원과 정부,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강력 반발하고 나섰는데요. 강대국인 미국의 일방적 외교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우파 성향의 스위스 최대 정당인 스위스인민당(SVP)의 성명이 상당히 눈길을 끕니다. "미국의 관타나모수용소 폐쇄에 따른 구금자 이감을 거부하고 미국과 외교관계가 없는 국가에서 미국을 대리하는 외교정책도 재검토하라"는 내용인데요.
성명서 발표에 이어 긴급 의회 토론회를 열어 외부 위협으로부터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추가발표를 했습니다. 노란색 형광표시를 한 두줄이 정말 의미심장합니다. 이것을 잘 해석해 보면 스위스의 움직임을 대략 예측할 수 있을듯 합니다.
"미국과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라는 표현은 북한, 이란등 미국과 적대적인 대치관계에 놓여있는 나라를 뜻합니다. 간간히 나오는 짤막한 국내 신문기사에서 스위스의 다국적 기업들이 북한 진출을 타진하거나 이런저런 지원을 하고있다는 것이 읽혀지고 있었습니다.
이란에 대해서도 그러한 관계모색을 해왔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러한 사실과 스위스 최대 우파정당의 성명서를 조합해 보면 북한등에 대해서 미국을 대리하던 스위스의 외교적 역할의 방향을 재설정 할수도 있다는 일종의 협박성 성명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이어진 긴급의회 토론회에서 "외부 위협으로부터 스위스 비밀금고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겠다"라는 결의를 도출해 발표한 것은 미국의 적성국들에 대한 외교적 대리역할로 다져진 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국의 비밀금고를 지키기 위한 관계설정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다는 화룡정점입니다.
다시 설명하면 미국이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를 해체하려고 할경우 미국의 질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대체질서를 찾아보겠다는 것입니다. 그 대상이 북한, 이란과 같은 미국의 비외교국 이라는 것인데요. 이러한 성명이 현실화 될지의 여부는 미국과 북한, 이란등의 기싸움 결과로 결판이 날듯 합니다.
물론, 다급한 스위스측의 일방적인 엄포일수도 있겠지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비밀금고 공략이 성공할지 아니면 엉뚱하게 국제단위의 비밀자본들이 북한, 이란등과 한배를 타게될지는 지켜보면 알게 될겁니다. 바늘과 실 같았던 자본주의 산맥들이 서로 다투는 것을 보면 재편되는 질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것 같습니다.
스위스에 비밀예금된 자금이 2조달러 규모라고 합니다. 이정도면 현재의 경제위기를 약간 지연시킬 수 있을텐데요. 오바마 대통령의 비밀금고 공략이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어쩌면 경제위기에 대한 마땅한 해법이 없어 여론을 돌리기 위한 전시행정 일환일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저 2조달러 중 미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자금이 상당할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처럼 단순무식하게 강압할 경우 해당 자금들이 스위스를 이탈해 다른곳으로 달아나려고 할겁니다. 덩어리가 커서 쉽게 움직이기는 힘들겠지만 전세계가 경제위기에 빠진 지금 스위스를 대신해 어물쩍 숨겨줄 나라들은 아주 많습니다.
스위스 은행이 꼼수를 써서 북한같은 핵보유국에 지점을 개설하고 거기에 모든 계좌와 자료를 이동시켜 버리면 마땅히 손쓸 방법도 없겠지요. 미국이 국가단위에서 자랑하던 기술적 운용이 자본단위에서는 더 무궁무진 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적당한 타협선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사안인것 같습니다.
북한에 개설된 지점으로 누가 돈을 맏기겠냐는 반문이 있을수 있습니다. 그런데 투명한 합법적인 돈이면 누가 비밀자금으로 스위스에 은닉시켜 놓겠습니까? 떳떳하지 못한 자금주들은 계좌의 비밀과 돈만 안전하게 보관해줄 나라가 있으면 그어떤 나라라도 마다하지 않을겁니다.
저돈을 찾을때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도 있을수 있겠지요. 북한 외부로 이체할 때 미국의 감시망에 걸리겠지만 이게 철통같은 차단망이 될 수 없습니다. 투자명목으로 북한의 법인이나 개인을 내세워 유출시킨후 적당히 분산시켜 빼돌리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카지노등을 운영해 역자금 세탁을 해도 됩니다.
가장 시급한 것이 스위스가 위기도피처 최우선 순위로 감안하고 있을 북한과의 파격적인 관계개선입니다. 퇴로를 차단해 놓아야 유리한 입장에서 스위스와 타협점을 찾을 수 있겠지요. 미국의 경제난에 숨통을 트기 위해서는 가급적 2조달러 전체를 활용하는 방법을 써야 할겁니다.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국제공조를 통해 비밀금고에 있는 자금을 동결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후 국적, 소유주를 불문하고 미국의 부동산에 다 쏟아붇게 만드는 겁니다. 비밀자금주들이 운영위임 각서를 제출하게 만든후 스위스 은행이 투자주체가 되어 미국의 부동산을 싹쓸이 하는 방법입니다.
투자종결 시한은 3년~5년 정도로 하되 경제회복이 가시화 되는 시점에 자금동결을 해제한다는 단서조항이 있어야 비밀자금주들의 이익도 담보할 수 있겠지요. 이 이후에는 이들 자금을 모두 합법화 시켜 이것을 모국으로 회수해 가도 소속국가들이 문제삼지 않는다는 국제합의도 전제되어야 합니다.
종국엔 도덕적인 문제만 숙제로 남게 되겠지요. 물론, 스위스 비밀금고의 존치를 전제로 하는 경제해법인 만큼 비밀자금으로 되돌려도 될겁니다. 이러한 방법이면 전세계 모든 나라들과 비밀자금주들까지 손해보는게 하나도 없겠지요. 이렇게 해서도 미국경제가 회복되지 못하면 비밀자금이 쪽박을 차는 것이겠지만...
이리 재보아도 그렇고 저리 들여다 보아도 그렇고 오바마가 살길은 북한에 있습니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하루라도 빨리 할수록 그것도 파격적으로 할수록 미국경제의 활로찾기가 더 수월해 질겁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국제공조가 아니고서는 해결하기 힘든 것입니다. 그 해법의 쐐기돌이 바로 북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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