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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곧이어 벌어진 검은 기사단의 거센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3에 달하는 생명 손실을 대가로 치루게 되었습니다. 곧바로 숨돌릴새 없이 이어지는 어둠나라 최정예 검은 기사단의 공격에 중앙까지 돌파당했습니다.
이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운데로 검은 기사단을 대거 투입한 검은군단은 양쪽으로 압박해 들어가며 포위망을 완성하려 했습니다. 이때 일단의 민간 마우스들이 나지막한 능선을 넘어 격전지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흥, 도끼와 몽둥이로 무엇을 한다고...”
이미 더많은 숫자의 민병대가 합류한 빛의 나라 기사단을 단 두차례의 공격으로 양단해 버린뒤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검은군단은 이들을 무시하고 포위망을 조이기 시작했습니다. 최고 검객들이 양성한 최정예 기사단 이었지만 실력이 비슷한 검은 기사단의 수적 우세에는 어쩔도리 없이 수세에 몰릴수 밖에 없었습니다.
약간의 병력을 다가오는 민병대쪽으로 배치한 검은 기사단은 공격에 박차를 가해 싸움을 마무리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달려오던 민병대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전신을 붉은 갑옷으로 무장한 붉은 기사단이 나타나 검은군단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검술의 상식을 무시한 육탄 돌격에 검은 기사단의 예리한 공격이 단숨에 무력화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찌르고 베어도 온몸을 보호해주는 악귀 철갑으로 인해 상처하나 내지 못했습니다. 주먹과 무릎, 팔꿈치 및 검을 뒤섞어 육탄돌격하는 붉은 기사단의 파상공세에 그나마 완성 되었던 포위망이 와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재빨리 다시공세로 전환한 푸른 기사단과 철갑 기사단의 반격으로 후방 포위에 들어갔던 검은 기사단이 갇히는 형국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세 기사단의 연합공격으로 상당한 병력을 잃고 퇴각한 검은 기사단은 때맞춰 도착한 이동충전 차의 동력공급선을 검은 전차에 연결해 전기동력을 충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붉은 기사단을 이끌고 온 수색함장은 제일기사들이 빠진 푸른 기사단과 철갑 기사단을 모두 모아 붉은 기사단을 군데군데 배치해 전체 전력의 취약지점을 해소하고 부상병들을 후방으로 이송해 푸른 기사단 소속 의무병단에게 치료를 맡겼습니다.
푸른 깃발이 나부끼고 있는 의무병단 막사엔 검상에 신음하고 있는 검은 마우스들도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의무병단은 응급조치를 받은 부상이 경미한 검은 마우스들을 측면 방어진지를 우회시켜 돌려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빛의 나라에서 자국의 부상병을 치료해 돌려보내자 검은 기사단도 빛의 나라 병사들을 치료해 돌려보낸 후 중상자들은 모두 후방으로 이송하고 전열을 정비해 최후의 승부를 준비했습니다. 이때 십여미터 상공의 빛 무리 속에서 떨어져 내리던 마플은 다시 균형을 잡고 날개를 펄럭여 무사히 땅위로 내려설 수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온 박쥐는 마플의 몸을 살펴보며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다친 데는 없니?”, “응, 그런데 우주의 빛은 어떻게 된 거지? 무지개가 쏟아져 들어와 하마터면 마법의 십자가를 놓칠뻔 했어...”, “아! 방금 아빠한테 연락을 받았는데 제일기사님들의 일곱개 검에 닿아 무지개로 변한 우주의 빛이 지혜의 탑과 연결 되었대...”
“그래? 휴... 다행이다. 손끝이 막 저려... 우주의 빛을 보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야...” 기진맥진해 있는 마플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박쥐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이봐 알! 검은군단이 특공대를 전멸시키고 하나동굴을 다시 차지했대..."
"마법의 십자가로 전기가 공급되는 것을 막을수 있을까? 이대로 가면 포탄이 떨어진 우리나라가 상당히 불리하다는데...", “그래? 빨리 가보자...” 앞장서 빛의 연못을 벗어난 마플이 제자리에 멈추어 섰습니다. “이봐 박쥐!”, “왜?”, “여기서 하나동굴까지 걸어서 가려면 이틀이 넘게 걸리겠지?”, “응...”
“나한테 나는 방법을 가르쳐 줄래?”, “흠, 그럴까? 날아서 간다면 서너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날개를 가진 생명체는 하늘을 날수있는 능력을 본능으로 물려받기 때문에 이미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수 있는 박쥐의 요약설명을 들은 마플은 삼십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나는법을 터득했습니다.
다만 날개가 돋아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날개의 힘이 어느정도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과감하게 하늘연못 끝에서 뛰어내린 마플은 바로 옆에서 날아오며 자세를 잡아주는 박쥐와 함께 산중턱에 걸린 구름을 지나 비비들이 서식하고 있는 계곡위로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고도가 너무 높아 금속나무 조차 희미하게 보일뿐 비비들을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천천히 바람을 등지고 활강에 들어간 마플과 박쥐는 쌍둥이 계곡을 넘어 이십여대의 검은 전차가 여기저기 새까만 점으로 놓여져 있는 사막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유유히 하늘을 날며 세상을 내려다보는 지금 마플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커다란 기쁨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아! 하늘을 나는 기분이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땅에 발을 딛고 살아야 했던 신체적 제약을 벗어나 가슴이 탁 트이는 하늘에 떠있자 새로 태어난 느낌입니다.
"이봐 알... 어깨의 힘을 좀 빼봐..." 초보인 마플이 어깨에 너무 힘을주어 나는 자세가 부자연스러운 것을 박쥐가 지적해 주었습니다. 박쥐의 조언에 따라 힘을 뺀 마플은 날개 죽지의 뻐근함이 사라지자 한결 편안하게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늘 연못이 워낙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날개를 활짝펴고 활강해 내려가다 보니 별힘들이지 않고 예상보다 빨리 두시간 만에 하나동굴 상공에 도착했습니다. 각도를 낮추긴 했지만 여전히 고도가 높아 할수없이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내려간 마플과 박쥐는 원하는 높이에서 하강 속도를 줄였습니다.
그리고 마법의 십자가를 아래로 겨누어 번개를 뿜어냈습니다. “콰콰쾅”하는 소리를 뒤로하고 땅으로 쏟아져 내려간 푸른 섬광이 중앙동력 공급장치를 맞히지 못하고 근처에 있는 전동차에 격중되었습니다. 백발백중이던 마플의 번개였지만 하늘에서 날개로 균형을 잡으며 정조준 하기엔 거리가 상당히 멀기 때문이었습니다.
“콰앙~, 치지직...” 전동차의 앞뚜껑이 폭발해 떨어져 나가고 전기불꽃이 전동차를 휘어감고 있습니다. 깜짝 놀라 하늘을 쳐다본 검은군단은 위에 떠있는 마플과 박쥐를 발견하고 검은전차의 포신을 최대한 하늘로 올려 포탄을 쏘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머리위에 떠있는 목표물을 맞히기에는 각도가 턱없이 모자라 발사된 포탄은 엉뚱한 곳에서 폭발할 뿐입니다. 서둘러 땅을 파내고 전차를 후진시켜 경사면으로 내려가 땅에서 거의 직각으로 포격이 가능해지자 마플과 박쥐가 떠있는 곳으로 포탄이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검은군단이 가지고 있는 포탄은 모두 지상목표물 타격용인 충격신관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포탄이 날아왔다 떨어져 땅위에서 터질 뿐 공중에서 폭발하지는 않습니다. “”슈우웅“ 귀청을 찢는 굉음과 함께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 포탄이 바로 옆으로 지나가자 몸의 균형을 잃은 마플이 땅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옆에있던 박쥐도 잠시 균형을 잃었지만 능숙하게 자세를 바로잡은 후 급강하해 떨어져 내리는 마플의 발목을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날개짓을 해보았지만 마플의 몸무게를 이겨낼 만큼 다 성장한 날개가 아니기 때문에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마플의 발을 잡은채 빠르게 끌려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박쥐의 날개에 부딪히는 공기의 강도가 거세져 뒤로 젖혀진 날개를 움직이기 조차 힘들어 졌습니다. 마플은 여전히 자신의 발을 붙잡고 있는 박쥐에게 커다랗게 소리쳤습니다.
“발을 놔! 안그러면 같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눈을 질끈 감은 박쥐는 마플의 발을 놓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가다간 둘 다 땅바닥에 떨어져 즉사를 면치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발을 놓칠 새라 두 손으로 꼭 붙잡고 죽음의 하강을 마다않는 박쥐입니다.
이모습을 바라보는 마플의 가슴 저 밑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폭발하며 눈물이 치솟게 만들었습니다. “박쥐야...” 친구를 죽음으로 끌고 가는 자신의 무능함이 싫어진 마플은 가슴에 끌어 모아 보듬어 안고있던 마법의 십자가를 버리고 두손으로 균형을 잡기위해 가슴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가슴에 들러붙은 마법의 십자가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할수없이 두팔을 벌려 대충 균형을 잡은 마플은 어깨에 힘을 주어 날개를 펼쳤습니다. 활짝 펼쳐진 마플의 날개가 공기의 저항을 받아 낙하속도를 떨어뜨리자 위에 있던 박쥐의 몸이 아래로 내려가 마플의 발목에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날개를 펼쳐 움직이려던 박쥐는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날개가... 날개가 느껴지지 않아...” 너무 무리해 날개를 사용해서 날개 죽지 근육이 마비된 것입니다. 이것을 깨달은 박쥐는 즉시 마플의 발목을 잡고있던 손을 놓아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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