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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알! 다이아몬드에게 내인사 전하는 거 잊지마!” 커다랗게 소리친 박쥐는 멀어지는 마플을 보며 아주작게 중얼거렸습니다. “안녕...”, “박쥐야!” 비록 어린 마음이지만 꼭 해야할 일을 부여받은 마플을 위해 자신의 손을 놓아버린 박쥐입니다.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박쥐를 애타게 부르던 마플은 간신히 하늘을 날수있는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리고 점점 뜨거워지는 가슴에서 결연한 의지를 뿜어내 날개에 모든힘을 끌어모았습니다. 그러자 가슴에 붙어있는 마법의 십자가에서 찬란한 빛무리가 흘러나와 날개를 감쌌습니다.
날개를 두어번 펄럭여 머리를 땅쪽으로 향한 마플은 있는힘을 다해 급강하하기 시작했습니다. 땅에서 불과 백미터밖에 안되는 상공에서 박쥐의 발목을 붙잡는데 성공한 마플은 날개를 최대한 넓게펼쳐 공기의 탄력을 받아 아슬아슬하게 땅에 부딪히는 것을 모면한후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습니다.
목표물의 추락을 지켜보며 사격을 멈추었던 검은전차들이 또다시 포탄을 쏘아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제법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꾸게 된 마플은 검은전차가 들어가 있는 경사면 반대쪽으로 날아올라갔습니다. 이렇게 되자 그리 높지않은 곳에 있는 마플을 향해 포탄을 겨냥할 각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마플이 숨을 고르고 있는데 밑에서 박쥐의 날카로운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이봐 알! 머리에 피가 쏠려 미치겠어...” 밑을 내려다보니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채 거꾸로 매달려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박쥐가 보입니다. “어... 미안해...” 마플은 얼른 손을뻗어 박쥐의 한쪽손을 붙잡았습니다.
마플이 내민 손을잡고 몸을 일으키던 박쥐의 눈에 마플의 등뒤에서 펄럭이고 있는 커다란 깃털의 하얀 날개가 들어왔습니다. “이봐 알! 니 날개가... 아까까지만 해도 투명했었는데...” 이 말에 힐끗 눈을 돌려보니 다른 알 마우스들이 가지고 있던 탐스런 깃털이 촘촘하게 나있는 하얀 날개가 펄럭이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아! 나도 이제 완전한 알 마우스가 된 것이로구나...” 날개를 가지고 태어나는 다른 알 마우스들과는 달리 우주의 빛이 어둠나라에 갇혀 날개를 생성할 자양분을 생명의 나무로부터 공급받지 못한 마플이 이제서야 알 마우스 족의 날개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여전히 마플의 가슴에 붙어있는 마법의 십자가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황금빛 빛 무리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마플의 도움으로 균형을 잡은 박쥐는 마비가 풀린 날개를 펄럭이며 말했습니다. “이봐 알! 빨리 검은군단의 중앙동력 공급장치를 파괴 해야지!”
마플을 공격할 수 없게된 검은전차들은 일제히 경사면을 빠져나와 방향을 돌리고 마플을 겨냥했습니다. 깜짝 놀란 마플과 박쥐는 재빨리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 검은전차 바로 위쪽 하늘에서 가슴에 있는 마법의 십자가로 강력한 번개를 떨구었습니다.
정확히 떨어져 내린 번개는 푸른불꽃으로 폭발을 일으켜 중앙동력 공급장치를 고철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목표를 달성한 마플은 날개근육의 마비가 풀린 박쥐와 함께 지혜의 탑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동굴 상공을 벗어날 무렵 한대의 검은전차가 아주 천천히 사막을 지나 하나동굴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마플과 박쥐가 사막 중간까지 날아갔을 무렵 하나동굴 근처에 도착한 검은전차는 큰산 아래에 있는 바위를 옆면으로 긁으며 불안한 전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멈출듯 멈출듯 하면서도 앞으로 계속 느리게 느리게 달려가고 있는 한대의 검은전차 입니다.
이무렵 동굴안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계철선 도면을 완성해 이것을 보고 역순으로 끊어가기 시작한 폭약해체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마지막 인계철선을 끊어 버린 검은 마우스들은 폭약을 가득 실은 전동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제 차량들만 동굴밖으로 이동시키면 통로가 확보되어 후방에 대기하고 있는 추가병력과 물자들이 대거투입될 예정입니다. 예기치 못한 기습을 당해 하나동굴을 점령당한 어둠나라로서는 천신만고 끝에 막혔던 보급로를 다시 확보하는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동굴입구 제일 앞쪽을 막고 있는 붉은 전차에 들어간 검은 마우스는 운전석에서 기능을 알수없는 손잡이를 잡고 엎드린채 죽어있는 금빛 장교의 시신을 치우기 위해 손을 떼어 놓으려 했지만 어떻게된 일인지 손가락을 풀어 버릴수가 없습니다.
보통 마우스 같았으면 그대로 시신을 잡아당겨 치우려고 했겠지만 조심성이 몸에 밴 폭약 전문가라 더이상 건드리지 않고 동력장치를 가동했습니다. “위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각종 계기판에 불이 들어오자 출발 손잡이를 당겼습니다.
천천히 전진한 붉은 전차가 서서히 동굴 입구로 나가고 뒤를따라 전차와 폭약을 가득실은 전동차 다섯대 그리고 후미 방어용 전차한대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사막을 빠져나온 검은전차 한대가 술에 취한 듯 큰산 옆쪽 바위벽을 긁으며 다가오자 각종 신호와 전파를 보내며 정지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고 "꽥꽥"거리는 이상한 소리만 들려오자 전자포로 파괴하려고 하다가 폭약이 가득 들어있는 하나동굴 입구로 가까이 다가온 탓에 전차로 앞을 막기위해 속력을 내었습니다.외부에서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오자 불안함을 이기지 못한 비비가 속도조절 손잡이를 후려쳤습니다.
그바람에 동굴을 막 빠져나온 붉은 전차와 정체불명의 검은전차가 충돌을 해버렸습니다. 이충격으로 심하게 흔들린 붉은 전차의 요동으로 자폭 손잡이를 잡고있던 금빛 장교의 시신이 옆으로 기울어지며 자폭 손잡이가 앞으로 당겨졌습니다.
“콰콰쾅” 요란한 폭발 소리와 함께 붉은 전차와 부딪힌 검은전차까지 화염에 휩싸이고 뒤따라 나오던 전동차들이 연쇄폭발을 일으켰습니다. “콰콰콰쾅" 멍멍해진 청력이 회복될 무렵 땅으로 가라앉은 흙먼지 너머로 보이는 하나동굴은 거대한 폭발로 매몰된채 어둠나라로 이어지는 길을 완전히 막아버린 상태입니다.
빛의 나라쪽 하나동굴 입구에 있던 검은군단은 망연자실 넋을 놓고 있다가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하고 이사실을 대평원에 있는 작전참모에게 통보했습니다. 다시 이어질것 같았던 보급로가 완전히 끊겨 버리고 어둠나라로 돌아가는 길마저 완전히 사라진 셈입니다.
중앙동력 공급장치가 파괴되고 하나동굴이 매몰 되었다는 소식에 다급해진 작전참모는 공격대형을 정비한 기사단으로 사생결단의 정면승부를 치루려던 계획을 변경해 검은전차의 충전시간을 벌기위해 방어진 구축을 명령했습니다.
중문 앞까지 들어와 폭약이 제거되기를 기다리던 수십대의 검은전차를 비롯해 물자와 병력을 가득 싣고있던 수송차량 태반이 폭발로 인해 매몰되거나 파괴되어 어둠나라쪽 후미에 있는 차량 일부만 무사히 동굴을 되돌아 나갈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빠져나온 이후에도 어둠나라쪽 하나동굴 입구는 먼지구름을 계속 토해내고 있습니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전장으로 예비병력을 투입하려다 막대한 피해를 입게된 왕궁수비대는 어둠나라 전역을 통제할 능력을 사실상 상실해버린 상태입니다.
큰산 꼭대기에서 뻗어 내려온 무지개 빛줄기가 힘의 탑에 걸친이후 미친듯이 쏟아져 내리는 번개에 의해 내부 통제가 불가능해 졌고 외부에서 접근하기엔 더더욱 힘들어졌습니다.
따라서 중앙 변전소에 충전된 전기로 전국에 산재한 주요시설 일부와 백색마우스를 통제하기 위한 죽음의 평원 수용소 철책에만 전기를 공급하며 버틴다고 해도 한달을 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왕궁 수비대는 검은군단이 수립해 놓은 마지막 임무수행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철두철미한 작전참모는 최악의 경우 왕궁 수비대가 은하파괴 무기등 주요 물자와 이것에 관련된 문헌등을 가지고 금빛 제일기사도 들어가 보았던 지하세계로 사라져 버리라는 지침을 마련해 놓았었습니다.
얼음 공주와 아기를 제일먼저 피신시킨 왕궁수비대는 분해한 은하파괴 무기를 뒤따라 보내고 모든시설과 무기들을 파괴하고 해체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전병력을 지하세계로 집결시킨후 다른 곳으로 가는 전원을 모두 차단하고 남은전력을 수용소 철책으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대여섯달은 전기철책이 기능을 발휘해 백색 마우스들의 준동을 막아줄 것입니다. 검은 마우스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자 어리둥절한 어둠나라 마우스들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왕궁 수비대가 퇴각하며 지하왕궁에 갇혀있던 어둠왕과 원로들도 모두 데리고 갔기 때문에 어둠나라를 이끌 모든 구심점이 사라져 버렸지만 어둠나라 어느곳을 가보아도 어제와 달라진 것이 없는 아주 평온한 상태입니다. 검은 마우스들의 움직임이 철저한 보안속에서 기민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철책에 공급되는 전기동력이 떨어지면 이러한 평화를 일시에 뒤엎을 백색 공포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단 한가지 달라진 것은 점점 거세지는 번개계곡의 천둥소리였습니다. 쉴새없이 떨어져 내리는 번개줄기가 서로 뒤엉켜 계곡전체가 일렁이는 번개불꽃의 파도에 휩싸였습니다.
“꽈르르....릉” 계곡을 가득채운 번개가 이것을 뚫고 힘의탑 전망대 창에 걸쳐있는 무지개 줄기를 타고 오르더니 빠른 속도로 큰 산을 넘어가 버렸습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충전이 완료된 지혜의 탑 쪽과 대 평원의 검은 전차들이 일제히 굉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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