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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297,298,299

297,298,299

이제 빛의 연못에있는 모든 빛들이 마법의 십자가에 감응되어 마플을 감싸안아 호수가에 앉아있는 박쥐의 눈엔 너울거리며 춤추듯 움직이고 있는 황금빛 물결만 보입니다. 마법의 십자가는 물론 마플의 몸속으로도 스며들기 시작한 우주의 빛이 등을 따끔거리게 합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우주의 빛을 보내는데 정신을 집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깨죽지가 갈라지고 생살이 돋아나는 느낌이 주는 고통은 무어라 표현하기 힘들만큼 고통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집중하면 지혜의 탑으로 우주의 빛을 보내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던 마플은 양쪽 어깨 죽지가 갈라지기 시작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렸습니다. “으아아악!” 빛 무리 속으로 사라졌던 마플이 비명을 질러대자 깜짝놀란 박쥐는 황급히 빛의 연못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극심한 고통에 마플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자 우주의 빛이 서서히 흩어지며 지혜의 탑에 거의다 다가갔던 빛줄기가 사라졌습니다. 아직도 마플의 몸을 감싸돌고있는 밝은빛 속에 통증을 참기위해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감고 있는 마플의 모습이 뿌옇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통증이 가라앉자 천천히 눈을 뜬 마플은 하늘연못에 뛰어들어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는 박쥐를 바라보았습니다. “이젠 괜찮아...”, “아... 알, 네 등에 날개가 생겼어...”, “날개?”, “그래! 날개...” 마플의 등에는 투명하고 얇은 날개두개가 우주의 빛을 반사시키며 반짝이고 있습니다.


“나한테도 다른 알 마우스와 같이 날개가 돋아났다고?” 어깨 죽지에 정신을 집중하자 자신의 등에 새로 돋아난 양쪽날개가 느껴집니다. 아직 서툴긴 하지만 조금씩 움직이는 것도 가능해 날개짓을 할때마다 우주의 빛을 흩뿌려 이광경을 바라보는 박쥐를 황홀경에 빠뜨렸습니다.


“아... 정말 아름답다. 늘보던 우주의 빛이지만 저투명한 날개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빛무리 속에있는 마플의 모습이 마치 천사같아...” 지혜의 탑에 거의 도달했던 우주의 빛이 갑자기 사라지자 탑근처에서 이것을 바라보고 있던 빛의나라 마우스들이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조기에 수습한 것은 때맞추어 도착한 은빛 제일기사와 다이아몬드 제일기사였습니다. 제일기사들이 빛의 나라 국민들에게 주는 정신적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입니다. 검은장군의 검을 막아내던 금빛 제일기사와 알 제일기사는 새로 가세한 두 재일기사의 힘이 보태지자 한걸음 뒤로 물러섰습니다.


금빛 제일기사의 주황검, 은빛 제일기사의 노랑검, 다이아몬드 제일기사의 초록검, 알 제일기사의 보라검이 각기 다른 빛을 뿌려대며 제왕검을 막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검은장군의 시간끌기로 팽팽한 균형을 이룰뿐 유불리가 따로없는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검은장군의 속셈을 간파하고 있는 제일기사들도 나름대로 시간을 끌어 마플이 검은군단이 전기동력을 회복하기 전에 우주의 빛으로 지혜의 탑을 깨울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는 사이 지혜의 탑 근방에서 몰려온 민간 마우스들이 도끼와 몽둥이 등을 들고 합류하고 큰산에서 빛줄기가 다시 뻗어오자 안정을 회복한 빛의 나라는 전방을 제일기사들이 맡고 후방을 민간 마우스들이 받혀주는 방어진을 형성했습니다.


지혜의 탑을 지키기 위한 견고한 방어진이 갖추어지자 부담을 덜게 된 제일기사들은 검은장군의 제왕검을 적당히 막아내며 압박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우주의 빛이 지혜의 탑에 거의 다가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도가 맞지 않는지 오미터나 비껴나 지혜의 탑을 지나친 빛줄기가 점점 길어지기만 할 뿐입니다.


지금 막 도착한 박쥐 제일기사는 통합 상황실에서 같이 온 아기 박쥐의 아버지를 불렀습니다. “박쥐에게 연락해서 우측으로 5미터 정도 빛줄기를 이동시키라고 하세요” 모든 상황 통제를 박쥐의 아버지에게 맡긴 박쥐 제일기사는 남색검을 빼어들고 네 기사와 합류했습니다.


“흠, 저친구는 박쥐 제일기사로군... 빛의 나라 다섯부족의 제일기사와 알 마우스족을 합한다 해도 모두 여섯인데... 나머지 한 개의 검을 가진 자가 도대체 누구지? 이 곳에 없는 것은 철갑 제일기사 뿐인데?” 총 일곱자루인 무지개검을 가지고 있을 기사들의 수를 헤아린 검은장군은 머리속이 복잡해 집니다.

 

검은 장군이 이러한 의문을 가진 것은 박쥐통신대의 철저한 전파방해로 푸른 마우스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대평원 전투에서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 철갑 제일기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사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던 것입니다.


박쥐 제일기사의 말을 그대로 이급 암호화해 하늘연못으로 전파를 보낸 박쥐의 아버지는 우주의 빛이 조금씩 지혜의 탑으로 이동하자 남은 거리를 계속 통보해 주었습니다. 하늘연못은 분지로 이루어져 있고 지혜의 탑이 아닌 대평원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습니다.

 

또한 양측면에 암석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은 1미터를 좁히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박쥐로부터 이사실을 통고받은 박쥐의 아버지는 난감한 표정으로 검은장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다섯 제일기사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때 아까부터 도끼를 들고 달려가는 아버지를 뒤따라 지혜의 탑에 도착해 박쥐원로를 부축하고 있던 다이아몬드가 박쥐의 아버지를 알아보고 달려와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음, 박쥐 친구 다이아몬드로 구나?”, “예...”


이때 민간 마우스 무리속에서 걸어 나온 다이아몬드 마우스가 다이아몬드의 어깨를 감싸며 박쥐 아버지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박쥐의 아버지시로군요? 다이아몬드의 아버지 되는 마우스입니다.”, “예...” 잠시 밝아진 표정으로 인사를 받은 박쥐 아버지의 굳은 얼굴을 보며 다이아몬드의 아버지가 다시 말을 건네 왔습니다.


“전세가 불리해 지고 있는 겁니까?”, “예, 그런 것도 있지만... 저위에있는 빛줄기가 지혜의 탑에 가 닿아야 이번 전쟁을 끝낼수 있습니다. 그런데 빛을 보내오는 쪽의 지형으로 인해 더이상 방향을 틀수 없다는 군요.” 빛줄기를 유심히 살펴본 다이아몬드 아버지는 다이아몬드 마우스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지혜의 탑 근처에는 금속나무 농장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는 다이아몬드 마우스 족과 박쥐 마우스 족이 예부터 거주해 오던 곳이라 이곳으로 달려온 민간 마우스들의 태반이 다이아몬드 마우스들입니다. 이들 중에는 다이아몬드와 같이 아버지를 따라온 어린 다이아몬드 마우스들도 상당수 눈에 띠고 있습니다.


“저 빛줄기의 좌우각도를 조절하기 힘들다면 아래로 조절해서 우리 다이아몬드 마우스족의 몸을 이용해 지혜의 탑으로 반사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가능할 까요?”, "우리가 있는 이곳으로 우주의 빛을 내려 보내 준다면 우리의 생체반사력으로 충분히 지혜의 탑으로 꺾어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번 우주의 빛을 빼앗긴 암흑기에 금빛 마우스 족의 생체발광을 반사해 넓은 지역을 밝혔던 적이 있으니 그렇게 해 봅시다." 박쥐의 아버지가 생체전파로 이것을 알리자 빛의 연못으로 뛰어내린 박쥐가 마플을 잡고 날아오르려 했습니다.


하지만 아기 박쥐의 체력으로는 조금밖에 들어올릴 수 없음을 깨닫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마플이 새로 돋아나 아직 힘이 붙지않은 투명한 날개를 펄럭이며 비상을 시도하지만 우주의 빛만 흩날릴 뿐 공중에 뜰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봐 알! 날개를 옆으로만 움직이지 말고 땅바닥으로 바람을 보낸다는 생각으로 펄럭여봐...” 날아본 경험이 있는 박쥐의 조언에 따라 날개를 땅바닥과 수평으로 펼쳐올린 후 펄럭이자 우주의 빛들이 밀려 내려와 바닥에 부딪힌 후 하늘로 흩어집니다.


날개 짓이 빨라질수록 마치 빛 무리가 땅에서 솟구쳐 올라가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키며 마플의 몸을 조금씩 하늘로 올려 보내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봐 알! 진짜 올라가는 거니?”, “어... 발이 땅에서 떨어 졌어...” 
살짝 떠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날아올랐다는 사실에 감격한 마플은 있는 힘을다해 날개를 펄럭여 보았습니다.


날개짓에 흩뿌려진 우주의 빛이 마플을 가리자 빛 무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줄기가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십여 미터를 솟구쳐 오른 빛 무리는 마플이 마법의 십자가를 천천히 앞으로 숙이자 지혜의 탑 윗부분 높이에 있던 빛줄기가 서서히 아래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파를 이용한 박쥐 아버지와 박쥐의 원거리 조정으로 다이아몬드 마우스들이 서있는 곳으로 우주의 빛이 내려오자 다이아몬드의 아버지가 동료들을 독려해 마우스들의 몸으로 탑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제일아래 가장 덩치가 큰 다이아몬드 마우스들이 자리를 잡고 그 위에 많은 다이아몬드 마우스들이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칠단 높이의 다이아몬드 마우스 탑을 만들어낸후 탑정중앙에 우주의 빛줄기가 들어오자 천천히 지혜의 탑쪽으로 각도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본 검은장군은 한차례 공격을 퍼부어 제일기사들과의 거리를 확보한뒤 다이아몬드 마우스 탑을 향해 제왕검에서 검푸르게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검광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