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279,280,281

279,280,281

가끔 서너대가 앞으로 나서 보았지만 그때마다 수십발의 포탄세례가 퍼부어져 벌써 다섯대가 기동불능 상태가 되었습니다. 초승달을 반으로 쪼갠듯한 모양으로 양쪽에서 사막기지를 가로막고 있는 모래산 사이 계곡의 접전지엔 치열한 포격전이 치루어지고 있습니다.


선발대 1백대와 후속 지원부대 200대를 포함해 총 300대의 전차를 동원한 검은군단의 파상공세는 삼일동안 쉬지 않고 퍼부은 포탄에도 빛의 나라가 끄떡없자 두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모래산 전체가 요새화 되어있어 그야말로 난공불락 이로군...”


모래산 능선 위에는 빛의 나라 전차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포탄을 발사해 계곡입구에 접근하는 검은군단의 전차를 공격합니다. 사막기지 쪽에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형성된 이 모래산은 급격한 경사면을 이루며 바닥에 닿아있어 검은군단 쪽에서는 계곡입구 외에는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곳이 없습니다.


거의 칠년동안 사막에서 살다시피 한 빛의 나라 전차군단과는 달리 만년겨울이 다시 시작된 어둠나라에서 건너온 검은군단은 무더운 사막의 열기에 숨이 턱에 차오릅니다. 여기에 이렇다할 그늘이 전혀 없는 곳에서 여러날 동안 달구어진 전차는 그야말로 손을 데일 정도입니다.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전차 내, 외부에 각종 방열장치를 한 전차군단은 아주 시원한 전차 내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부랴부랴 보급대에서 보내온 차양을 전차위에 설치하고 나서야 더위를 식힐수 있게 된 검은 군단은 계곡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진지를 구축하고 전열을 재정비 했습니다.


대평원으로 기동전단을 쫒아가던 검은군단은 멋모르고 경사면을 내려가다가 20대의 전차가 모래 경사면에 빠지거나 전복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일제히 진군을 멈추고 경사면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병사들은 전동차에 있는 기중기를 이용해 전복된 전차에서 동료들을 구해내고 있습니다.

 

빛의 나라가 지나간 바퀴 자욱이 나있는 곳 외엔 모래 비탈이어서 차량 통행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검은 군단은 찾아낸 다섯 군데의 정상 통행로를 지나 대평원으로 내려갔습니다. 차량한대가 겨우 통과할 정도의 정상통행로 다섯곳을 이용하다 보니 대평원으로 내려가는 데만 꼬박 하루반이 걸렸습니다.

 

대평원의 토양은 금속성분이 아주작아 금속나무가 서식할수 없기 때문에 푸릇푸릇한 잔디와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져 시계를 가리는 것이 하나도 없는 드넓은 초원지대입니다.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는 수많은 종류의 식물들은 다양한 성분으로 약재역할을 해줍니다. 의료병단의 약초채취가 주로 이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알맞게 따스한 햇살과 꽃향기를 가득담은 미풍이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안락한 곳이었지만 지나가는 검은군단의 전차와 전동차들의 바퀴에 짓눌려버린 꽃과 풀들이 전쟁이 몰고 오는 주검의 처참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평원을 가로질러 맞은편 산악지대로 진군한 검은군단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숲속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살기를 감지하고 전열을 정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빛의 나라의 동태를 탐지하기 위해 십여대의 전차를 정찰조로 편성해 숲쪽으로 진군시켰습니다.


숲가까이 갈때까지 쥐죽은 듯 조용했던 빛의 나라 진영에서 수백발의 포탄이 정찰조를 향해 퍼부어졌습니다.
폭발로 자욱해진 먼지가 서서히 걷히자 포신이 구부러지고 포탑이 날아가 여기저기 파괴된 처참한 몰골의 정찰조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끄응, 전멸 이로군...” 예상외로 강력한 화력이 쏟아져 나오자 견인되어 있던 포들을 모두내려 숲쪽을 향해 방열한 검은군단은 곧바로 본대로 연락해 지원대를 요청했습니다. 이미 사막기지로 모든 병력이 이동했기 때문에 어둠나라에서 새로 건너온 200대의 전차들이 대평원으로 투입되었습니다.


전력보강을 마친 검은군단은 즉시 전 전선에서 총공격을 개시했습니다. 아무리 전력차가 나도 길목만 막고 있으면 서너달을 버틸 수 있는 사막계곡과는 달리 대평원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험준한 양쪽산맥은 중간에 넓은 금속나무 숲을 만나며 끊어져 있기때문에 방어하는 쪽이 상당히 불리합니다.


이를 눈치챈 검은군단은 이제막 하나동굴을 건너온 기사단을 모두 대평원으로 이동시켰습니다. 숲 끝에서 드넓게 병력을 분산 배치한 검은군단은 접전을 치루며 파악된 빛의 나라의 취약 지점인 좌측면에 병력의 1/3을 집중시켰습니다.


전차를 앞세워 전진 포격하며 후방의 포들과 함께 집중포화를 퍼붓자 빛의 나라 진영에서 날아오는 포탄이 뜸해 집니다. 이틈을 타 100대의 전차가 일제히 숲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질주하는 전차들의 중간 지점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면서 자욱한 흙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오릅니다.


채 숨돌릴 틈도없이 두번째 폭발음이 들리더니 단 오분만에 전진 공격하던 100대의 전차가 모두 흙먼지에 휩싸여 버렸습니다. 급히 공격을 멈추고 뒤로 후퇴한 검은군단은 서서히 가라앉은 흙먼지에 뒤덮인채 파괴되어 있는 전차들의 처참한 몰골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병력이 밀집된 검은군단의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멀리서 희미하게 쿵... 쿵...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즉시 퇴각하기 시작한 검은군단은 계속해서 떨어지는 거대한 포탄에 상당한 장비와 병력을 희생시키고 서야 간신히 대평원 끝까지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부지불식간에 전력의 태반을 잃었지만 뒤늦게 합류한 기사단만은 후방에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전차 150대가 완파 당했고 50대가 부분 파손되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 대평원의 검은군단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무시무시한 포탄에 이를갈며 더이상 진격할 엄두를 내지못했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해안선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막계곡을 제외한 모든곳이 같았습니다. 대부분 절반 정도의 전력손실이 있었고 큰산 아랫자락을 따라 해안선과 근접한 지점까지 전진했던 가장 좌측의 검은군단은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습니다.


너무나도 어이없게 전력의 태반을 잃어버린 검은군단은 각 진격지의 상황을 점검하며 본국에 연락해 추가 파병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동굴의 중문이 막혀있어 진격해 들어올 수 없다는 연락을 받은 검은군단은 사막계곡의 병력을 빼내어 교신이 되지않고 있는 하나동굴 쪽으로 급파했습니다.


사막에서 출발한 검은군단이 도착해보니 이동충전 차량에 충전을 해주던 중앙전력공급 장치가 파괴되어 있고 이곳에 주둔하고 있던 전차 20여대가 전파된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습니다. 그리고 동굴 안쪽엔 붉은색 전차가 검은군단을 향해 포탑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즉시 다섯대의 전차를 동원해 공격을 개시하려는데 붉은 전차에서 전파가 날아왔습니다. “하나동굴 안쪽엔 이 곳을 매몰시키기에 충분한 양의 폭약이 전동차에 실려있다.” 이내용을 전달받은 검은군단의 지휘관은 주먹으로 전차의 벽을 쳤습니다.


“이런... 빛의 나라가 짜놓은 작전에 보기 좋게 휘말려 버렸군...”, “전력의 우세를 너무 과신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빛의 나라에 갇혀 은하파괴 무기도 사용할 수 없게 되는데...”, “하나 동굴에서 멀찌감치 피해 있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니! 은하파괴 무기는 너무 강력해... 비록 방사폭을 최소로 설정한다고 해도 하나동굴을 관통한 에너지가 앞에 있는 모든물질을 순식간에 우주 최소물질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찰나로 발생하는 진공상태가 주변의 모든 물체들을 빨아들여 가루로 만들어 버릴거야..."

 

"우리가 빛의 나라에 들어온 이상 어느누구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더구나 최고 사령관인 검은장군까지 이곳에 건너와 있는 상황이라 선택의 폭이 더욱 좁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예, 그렇군요. 빛의 나라가 그러한 것을 꿰뚫어 보고 일부러 도주해 우리를 유인했던 것이 로군요.”


"그렇지... 이젠 섣불리 움직일 수 없게 되었어... 전기 동력으로 움직이는 모든 장비가 전력공급 단절로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으니... 더구나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대형 포탄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이 전쟁은 이길 수 없을 것이네..."

 

"지금즉시 모든 통신병을 총동원해 빛의 나라에 십년 전 잠입시켜 두었던 첩보병들과 교신을 시도해서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끌어 모으도록 하게...” 모든 전선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전파를 이용한 첩보전은 오히려 더한층 치열해 졌습니다.


검은군단이 모든 통신병력을 투입해 첩보병들과의 교신을 시도했지만 박쥐 제일기사가 후방에 두텁게 배치한 방해전파 부대의 전파교란으로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사막계곡의 전투 또한 전황수습을 위한 검은군단의 후퇴로 팽팽한 긴장감만 사막의 열기로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제법 쓸만한 정보조각을 수신하는데 성공한 검은군단은 즉시 정보분석에 들어갔습니다. 한편 빛의 나라는 후방 각지에서 발신되는 전파들을 추적한 끝에 상당수의 적 첩보병들을 생포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을 심문해 암호체계를 알아낸 빛의 나라는 즉시 허위정보를 발신해 검은군단을 혼란에 빠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눈과 귀 역할을 해주는 전파싸움 에서만큼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빛의 나라입니다.


결국 전체 적정세를 파악 하지는 못했지만 바다에 떠있는 거대한 전함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포탄을 발사 했다는 것과 빛의 나라 전역이 전시체제로 들어가 이동이 자유롭지 않고 방해전파 때문에 전파교신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검은군단이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자신들의 움직임을 모두 꿰뚫고 아주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에서 포탄을 발사해 명중시키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곳곳에 관측기지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검은 군단은 일부러 다섯대의 전차를 출동시켜 보았습니다. 이 전차들이 빛의 나라 진영 가까이 다가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형포탄이 날아와 폭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