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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하루동안 열개도 더되는 황금빛 기둥이 빛의 연못에서 솟아올라 하늘로 사라졌습니다. 자신이 살던 집을 깔끔히 정리한 알 제일기사는 벽에 걸어두었던 무지개 검을 집어든 후 밖으로 나왔습니다. “자, 이제 빛의 나라로 내려가자 꾸나...”
하지만 자신의 말에 좋아라 앞장설줄 알았던 마플과 박쥐가 고개를 저으며 서있자 이유를 물어 보았습니다. "시조마플께서 태초의 빛을 지혜의 탑으로 보내라고 하셨단 말이지?", “예, 전쟁이 나면 꼭 그렇게 하라고 말씀 하셨어요”
“그래? 그분께서도 당신이 직접 무언가를 하시기 위해 억겁의 세월을 준비하고 계셨었군...” 나즈막히 중얼거린 알 제일기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두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수호기사들도 모두 하늘나라로 올라간단다."
"나또한 전쟁이 시작될 빛의 나라로 내려가야 하니 이곳엔 전투력이 없는 몇몇 알 마우스들과 너희들만 남게 될 텐데... 다른 알 마우스들이야 튼튼한 날개가 있으니 혹여 비비들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충분히 대항할 수가 있지만 마플은 아직 날개가 생기지 않았고 박쥐 또한 오랫동안 날수없기 때문에 이곳은 너무 위험하단다."
"더구나 일을 마치고 빛의 나라로 돌아가려면 비비들의 서식지를 지나야 하는데 너희 둘을 이곳에 남겨 놓는다는 것이 영 마음 놓이지 않는 구나...", “염려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께서 비비들이 습격해 오면 대처하라고 몇가지 알려주신 것이 있어요.”
“제가 통신이 가능하니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전파를 보내겠습니다. 그때 도와주러 오시면 되잖아요.”, “글쎄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니 아무리 빨리 날아온다고 해도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텐데...”, “계곡 입구에서 비비들의 습격을 받던 날 기억 하시죠?”, “그럼, 기억하지...”
“비비들이 검은색 고무 같은 것으로 손을 보호하고 있으면 지열에너지로 녹여버린 후 번개를 사용하면 된다고 할아버지께서 알려주신 거예요.”, '아! 그래서 그 절체절명의 순간을 눈하나 깜짝 안하고 해결해낸 것이로구나? 그렇다손 치더라도 일러준 방법대로 침착하게 대처하는 것이 저나이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마플의 능력을 상기한 알 제일기사는 일급암호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박쥐 또한 보통은 넘는 아이라 유사시 즉시 연락할 것을 당부하고 날개를 펼쳤습니다. "이곳에 있는 동안 부모님이 계시던 집을 사용 하거라... 너희들이 당분간 이곳에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하니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준비해 놓고 떠났을 게다."
"내집에도 적지않은 식량이 있으니 모자라면 그곳에 있는 것도 가져다 먹거라... 몸조심해야한다.” 단 한번의 날개짓으로 솟구쳐 오른 알 제일기사는 같은고도를 유지하며 철갑성으로 날아갔습니다. “이야 대단하다. 단 한번에 저렇게 높이 날아오를 수 있다니...”
감탄한 박쥐는 알 제일기사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날도 빛의 연못에선 황금빛 기둥이 솟구쳐 올라 하늘로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나흘째가 되어서야 알 마우스들의 승천 행렬을 끝낸 하늘 연못은 적막에 휩싸여 스산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둘만 덩그라니 남게된 마플과 박쥐는 우선 절벽에 만들어진 계단을 살펴보았습니다. “아직 비비들이 올라오진 않는데? 분명히 황금빛 기둥이 솟구쳐 올라가는 것을 보았을 거야...”, “맞아, 내가 이곳을 지키며 빛의 나라에서 들어오는 전파를 수신하고 있을 테니 빨리가봐...”
마플이 빛의 연못으로 올라간지 얼마 안되어 알 마우스 셋이 박쥐를 향해 날아와 내려섰습니다. “네가 마플과 함께온 박쥐로 구나?”, “예!”, "전투력이 있는 알 마우스들은 모두 승천하여 이 곳엔 비비들과 맛서 싸울 수 있는 이가 없단다."
"우리들은 하늘연못 저 끝자락에 있는 절벽위에 아기마우스들을 데리고 피신해 있는 중이야... 하늘계단의 망을 보는것은 우리들이 번갈아가며 할테니 가서 마플을 도와 주거라...”, “? 저희들이 이곳에 남은 이유를 어떻게 아셨어요?”, “음, 조금전 마플의 부모님이 다녀가셨단다.”, “마플의 부모님이요?”
“그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아이가 있어 치료해 주기 위해 잠시 하늘에서 내려 오셨었단다.”, “그런데 마플은 왜 안 만나셨나요?”, “너희들을 믿기 때문이지... 시조마플께서 당부하신 일을 너희들의 힘으로 해내기를 바라기 때문에 마플의 집중력이 떨어질 것을 걱정해서 그냥 올라가신 거란다.”
“예... 그래도 마플이 알면 서운해 할텐데...”, “하하하, 친구를 위하는 마음이 정말 예쁘구나...”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박쥐가 하늘연못으로 올라가 보니 빛무리 속에서 가부좌를튼 마플이 마법의 십자가를 잡은 손을 다른 쪽 손바닥으로 떠받치며 좌선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루 이틀... 간단한 식사만 하고 계속 정신을 집중한 마플은 마법의 십자가로 빨려 들어간 빛을 앞으로 뿜어내 조금씩 밀어내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마법의 십자가에서 뿜어져 나온 빛의 기둥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빛의 나라로 날아간 알 제일기사는 되도록 높은 고도를 유지해 일반 마우스들의 눈에 띠지 않게 조심하며 철갑성에 도착했습니다. 박쥐가 일급 암호문을 사용해 미리 연락해 놓았기 때문에 백야의 자정시간 이기는 하지만 무슨 조치가 있었는지 마우스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철갑성에서 가장 높은곳인 전망대에서 여섯 제일기사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알 제일기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까마득한 상공에서 제일기사들을 발견한 알 제일기사는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활강해 내려갔습니다. 전망대에 사뿐히 내려선 알 제일기사는 제일기사들과 악수를 하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속세의 일을 저희 힘으로 처리하지 못해 알 제일기사께 누를 끼치는 게 아닌지 모르겠군요.” 철갑 제일기사가 무거운 표정으로 알 제일기사와 악수를 하며 말했습니다. "이우주 전체가 하나인 것을 속세와 선계가 따로 있겠습니까?"
"더구나 하나행성이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모두가 이로운 우주를 만들기 위한 것이니 뜻이같은 우리가 생사를 함께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알 제일기사는 칠년전 빛의 연못에서 무지개 검을 뽑아 약속의 기사가 되기로 맹세했던 일을 상기시키려 무지개 검을 들어보였습니다.
제일기사들의 안내를 받아 전망대를 내려가자 계단이 끝나는 부분에 제법 널찍한 방이 나왔습니다. “이 곳이 알 제일기사께서 사용하실 옥탑 방입니다. 이앞에 있는 계단으로 한층 더 내려가면 통합 사령실이 나옵니다. 내려가 보시죠.”
제일 기사들이 통합 사령실로 들어서자 상황병들이 가볍게 목례를 하다말고 뒤따라 들어오는 알 제일기사를 발견하고는 넋을 놓고 있습니다. “이... 이런 세상에...”, “전설의 알 마우스를 보게 되다니!”, “저 하얀 날개 좀 봐... 너무 아름다워... 눈이 부시네...”
알 제일기사의 등장으로 상황실이 일제히 마비되자 박쥐 제일기사가 나서서 사태를 수습했습니다. "우주를 동시 파괴해 임의로 대통합을 이루려는 검은군단이 시조마플께서 예언하신 북극행성 최고의 위기를 몰고 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눈앞에 있는 알 제일기사님은 시조마플께서 약속하신 대로 우리와 힘을 합해검은 군단의 우주파괴를 막고자 빛의 나라로 오셨습니다. 앞으로 우리와 함께 하실 분이니 그만 놀라고 상황업무를 계속 하도록!" 박쥐 제일기사의 엄한 명령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제일 기사들이 상황실에 있는 각종 현황판들을 알 제일기사에게 설명하는 동안 전파를 수신하며 상황판을 정리하는 짬짬이 통신병들의 눈길은 알 제일기사에게로 향했습니다. 알 제일기사가 등장한 이후 분위기가 어수선 하던 통합 사령실은 사흘동안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식사도 하게 되어 익숙해지자 차츰 가라앉았습니다.
“병사들이 전 보다 더 활기차진 것 같은데?”, “음, 전설로 알고 있던 알 제일기사의 등장이 막강한 적을 맞아야 하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희석시켜 주는 것 같아...”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가는 효과를 목격하게 된 제일기사들은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그만큼 적에게 주는 심리적 타격도 크겠지?", "당연히 그렇겠지..."
"우리가 준비한 전략이 주효해 검은군단의 전력이 비등한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그때부터 작은변수가 승패를 좌우하게 될 거야... 그 미묘한 시기에 전설의 알 마우스가 우리와 함께 한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공표 하며 사기충천한 아군의 총공세를 개시한다면 적의동요를 증폭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
저녁식사를 마친 제일기사들은 이맘때가 되면 늘 옥탑방에 올라가 좌선에 몰입하는 알 제일기사 이야기를 하며 하루 일과로 누적된 피로를 풀었습니다. 한편 빛의 연못에서 좌선에 들어가 우주의 빛을 움직이던 마플은 단 30cm정도에서 며칠동안 진전이 없자 난감한 표정으로 박쥐를 돌아보았습니다.
“후, 이 이상은 힘들겠어... 곧 전쟁이 시작되겠지?” 마플의 물음에 귀를 쫑긋 세우고 전파를 수신하던 박쥐가 고개를 끄떡입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지체없이 우주의 빛을 지혜의 탑으로 보내야 하는데... 정말 큰일이네...” 마플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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