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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250,261,262

250,261,262

그제서야 표정이 밝아진 아기 다이아몬드 마우스가 손을 흔들며 말합니다. “알았어... 알, 박쥐. 잘갔다 와...” 시동이 걸린 전동차가 박쥐 원로와 아기 다이아몬드를 뒤에 남겨놓고 하늘 연못으로 떠났습니다. “이봐, 알... 하늘 연못이란 곳이 어디니?”, “응... 우리 부모님이 계시는 곳이야... 박쥐...”


 

“그게 너희들 별명이냐?”, “예, 얘는 알 마우스니까 ‘알’이고 저는 박쥐... 그리고 발을 다친 다이아몬드...”, “하하하... 부르기가 아주 좋은데.... 알, 박쥐, 아이아몬드라...” 두 아이는 사막끝 계곡 입구까지 가는동안 잠시도 쉬지않고 떠들어 댑니다.


“다이아몬드도 왔으면 진짜 좋았을 텐데...”, “맞아, 발만 안 다쳤으면 셋이서 하늘연못에 올라가 신나게 놀다올텐데...” 귀가 멍할 지경이었지만 전과 다르게 친구와의 동행으로 즐거워하는 마플의 모습을 보니 마냥 흐뭇하기만 합니다. “바쁘긴 했지만 짬을 내 이런시간을 자주 가질걸 그랬어...”


한편 뒤에 남아 멀어지는 전동차를 바라보며 다이아몬드가 박쥐원로에게 말했습니다. “박쥐 할아버지... 마플이 없어 심심하시죠?”, “음, 그렇구나...”, “그럼 제가 친구해 드릴 깨요. 오늘은 아빠가 하시는 금속열매 따는 일을 거들어 드려야 하니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하하... 아니다. 너희 부모님이 바쁘신 것 같으니 집에서 도와드리며 무릎치료도 해야 하지 않겠니?”, “아니예요. 금속나무 열매따는 일은 오늘 다 끝난대요. 마플이 부탁한 거니까 내일다시 놀러 올께요.”, “허, 마플이 이 할애비를 부탁했다고?”


“예, 자기가 없는 동안 할아버지 혼자 외로우실 거라고... 안녕히 계세요.”, “오냐, 내일 보자 꾸나...” 마플과 다이아몬드의 마음 씀씀이가 여간 고운 게 아닙니다. “허허, 기른 정이라더니... 할애비 대접을 다 받는구나...” 멀어지는 다이아몬드를 바라보며 서있자니 마플을 떠나보낸 적적함이 사그러드는 느낌입니다.


서둘러 불을지펴 연기신호를 보낸 박쥐원로는 하늘연못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번 치료만 끝나면 마플의 건강이 완전해지겠군... 녀석, 멀리 떠나서 그런지 벌써 보고 싶어지네...” 빛의 나라에서 연기 신호가 올라오자 호위대를 소집한 알기 제일기사는 서둘러 계곡입구로 날아갔습니다.


아직 도착 하루전이지만 미리내려가 주변을 정찰하고 계곡입구에 경계병을 배치해 혹시모를 비비들의 기습에 대비했습니다. 다음날 도착한 박쥐 제일기사로부터 전후사정을 전해들은 알 제일기사는 마플의 치료가 끝나는대로 직접 철갑성을 찾아 가겠노라고 말했습니다.


서둘러 전동차에 탑승한 박쥐 제일기사가 창밖으로 손을 흔드는데 박쥐가 크게 소리칩니다. “아저씨! 검은 군단이 하나동굴로 들어오고 있다는데 전쟁이 일어나는 건가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아니?” 깜짝놀란 박쥐 제일기사가 되물었습니다.

“에이, 저는 박쥐 마우스가 아닌가요?”, “방금 들어온 전파는 일반 생체전파가 아닌 이급암호문으로 발신되어 온 건데...?”, “제 아빠가 통신학교 교관이라 매일 그곳에서 놀았어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급암호문은 전문 통신병들이 두달에 걸쳐 집중훈련 받아야 할 만큼 어려운 건데... 그걸 어깨너머로 배웠단 말인가?'


내심 감탄한 박쥐 제일기사는 배낭을 뒤져 작은 책한권을 꺼내들고 차에서 내려 박쥐에게 다가갔습니다. “글을 읽을 줄 아느냐?”, “예...” 박쥐 제일기사의 물음에 박쥐가 대답을 합니다. "이미 이급암호를 수신즉시 풀이할 정도의 실력이니 이책을 자세히 읽으면 일급암호 풀이가 가능할 것이다."

 

"이책에 수록된 일급암호는 나와 통합사령부, 그리고 제일기사의 통신병들과 박쥐원로님 외에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일급비밀 통신이 오갈때 사용하는 것이야... 앞으로 마플 또한 일급암호로 우리와 연락을 주고받아야하니 네가 이것을 익혀 도와 주었으면 하는데... 내 부탁을 들어주겠느냐?”


이말에 박쥐 제일기사가 건네주는 책을 두손으로 받으며 박쥐가 씩씩하게 대답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이것을 다익힌 후 반드시 책을 불태워 버리거라...”, “예, 알겠습니다.” 대답하나는 정말 똑부러지게 하는 아기 박쥐 마우스입니다.

 

뜻밖에도 하늘연못과 마음놓고 일급암호로 교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자 아이들만 하늘연못으로 보내는 것이 내심 미안했던 박쥐 제일기사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습니다. “일급암호를 다 숙지하면 즉시 내게 전파를 보내야 한다.” 싱긋 웃으며 전동차에 다시 올라탄 박쥐 제일기사는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알 마우스인 마플과 친구로 지내긴 했지만 아직 날개가 없는 터라 자신과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했던 박쥐는 알 기사들의 커다란 날개를 보자 비로소 전설의 알마우스를 만났다는 황홀한 느낌이 듭니다. 문득 다이아몬드도 함께 왔었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계곡양쪽으로 가파르게 솟아있는 산의 높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안고 수직상승해 날아오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알 제일기사는 좁게 나있는 계곡 길을 일렬로 걸어들어 가도록 지시했습니다. “계곡을 통과해서 평지에서 날아오르자... 거기라면 아이들을 안고 한번에 하늘연못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거야...”


하지만 알 제일기사의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천마리가 넘는 비비들이 계곡을 막 벗어난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들을 무시하고 날아오르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본 알 제일기사는 활강해 내려오는 비비들로 하얗게 뒤덮여 있자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마플이 마법의 십자가를 하늘로 들어올리자 파란 불꽃이 좌우에서 뿜어져 나와 비비들에게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번개에 맞자마자 검은연기로 변해 버렸던 전과달리 기절한 일부 외에는 “끼아아악”하는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떼거리로 공격해 내려옵니다.

 

고막을 울리며 발출된 마플의 번개가 연기로 만들어 버릴것이라고 믿었던 알 마우스 기사들 창을 들어올렸지만 효과적인 공격을 하기엔 너무도 촉박한 거리입니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비비들까지 동시에 공격해 들어오자 하늘과 땅을 동시에 막기엔 중과부족이라 낙담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무창에 기를 끌어모아 시퍼런 강기를 발출해 전방에 있는 비비들을 한차례 쓸어버리고 눈돌릴 여유를 만들어낸 알 제일기사가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비비들의 앞발은 검은색 고무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플의 번개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것을 마플도 눈치챘는지 십자가 아래쪽에서 붉은색 지열을 뿜어내 비비의 앞발을 감싸고 있는 고무를 녹여버린후 곧바로 번개세례를 퍼부었습니다. 일부는 지열에 의해 이미 새까맣게 타버렸고 나머지는 고무절연체를 잃어버린 맹독손톱을 번개가 터뜨려 버려 검은연기로 변해버립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뛰어내리는 비비들의 공격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씁니다. 치켜들었던 마법의 십자가의 윗부분에서 강력한 우주의 빛을 뿜어내자 일시적으로 시력을 상실한 비비들이 일제히 몸을틀어 뒤로 재주를 넘으면서 퇴각을 합니다.

 

비비들은 한참동안 손등으로 부신 눈을 비비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구사일생의 위기를 넘긴 알 마우스기사들은 그틈을타 방진대형을 갖추고 비비들의 다음공격에 대비했습니다. 비록 수많은 비비들이 검은 연기로 변해 버렸지만 산중턱이 아직도 공중공격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비비들로 인해 하얀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너무비벼 눈물을 뚝뚝 흘리는 비비들을 쳐다보던 마플이 빙그레 웃기 시작하자 눈 비비던 손을 얼른 몸뒤로 감추었습니다. 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마플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하며 다시 한번 비비들을 향해 마법의 십자가를 들어 올렸습니다.


그순간 전방을 가로막고 있던 수천마리의 비비들이 일제히 뒤로 재주를 넘기 시작하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틈을 타 재빨리 아이들을 안고 앞으로 내달리던 알 마우스들은 계곡산 중턱에 있는 비비들의 공격권을 벗어났다고 판단되는 지점에 이르러 일제히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그길로 하늘연못으로 날아간 알 마우스들은 아이들을 내려놓은 후 아무말 없이 자신들의 거처로 흩어집니다.
한참을 대견한듯 마플을 바라보던 알 제일기사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우리들의 방심으로 위험에 처할 뻔 했구나...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