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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263,264,265

263,264,265

알 제일기사를 올려다 본 마플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싱긋 웃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괜찮아요. 삼촌...” 이말을 들은 박쥐가 마플을 쳐다보며 묻습니다. “이분이 너희 삼촌이시구나?”. “음, 우리 엄마의 오빠야... 정확히 말하면 외삼촌이지...”, “야, 만나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마플의 친구인 박쥐입니다.”


“그래, 마플에게 아주 좋은 친구가 생겼구나... 나도 만나서 반갑단다.” 아기 박쥐의 뛰어난 암호해독 능력에 감탄해 마지않던 박쥐 제일기사의 모습이 떠오른 알 제일기사는 씩씩한 박쥐가 여간 고마운게 아닙니다. "이곳이 우리 알 마우스족이 살고있는 하늘연못이란다."

 

"지금은 시간여유가 없지만 전쟁이 끝나면 나와함께 이곳을 둘러보도록 하자...” 이말을 들은 아이들은 기뻐서 어쩔줄을 모릅니다. 아기 마플도 눈코뜰새 없이 바쁜 제일기사들과 이곳에 와서 치료를 받느라 아직 구경을 못해 보았기 때문에 박쥐보다 더 신나하는 것 같습니다.


알 제일기사를 따라 마플의 집에 도착하니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마플의 부모님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박쥐가 빛의 나라에서 보았던 여느 마우스의 부모님들처럼 표현하지는 않지만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표정으로 아들을 대하는 모습이 더없이 보기좋습니다.


“반갑구나... 우리 마플을 위해 이먼곳까지 같이 와주어 고맙다.”, “마플은 제 친구인걸요.” 싱긋 웃으며 대답한 박쥐는 마플을 쳐다보았습니다. “다이아몬드란 친구도 있는데 무릎을 다쳐 오지 못했어요.” 마플이 아쉬운 듯 부모님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래? 우리 마플은 친구가 많구나...”, “마플은 오늘부터 칠일동안 저위에서 치료를 해야 한단다. 미안 하지만 이곳에서 기다려줄 수 있겠지? 그동안 마플의 삼촌께서 너를 돌보아 주실거야...” 마플의 어머니가 자상한 웃음을 머금으며 박쥐에게 말했습니다.


“그럼요. 여기 읽어야할 책도 있으니 염려 안하셔도 됩니다.” 박쥐 제일기사가 준 일급암호책을 들어보인 박쥐는 가장 시급한 일을 해결할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자 혼자 있게 될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박쥐야 같다 올께...” 미안한 표정이 역력한 마플이 부모님의 손을잡고 빛의연못으로 출발했습니다.


“전엔 하루 한시간씩만 치료를 받았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하면 되나요?”, "얘야! 이번 마무리 치료가 가장 중요 하단다. 여러해에 걸쳐 태초의 빛에 용해된 푸른메탈과 붉은메탈을 완전히 중화시켜 네몸속에 있는 단전이라는 곳에 한데 모아두기 위해선 힘든 과정이지만 꼬박 칠일을 치료에 전념해야 한단다."

 

"그러니 박쥐는 잠시 잊으렴...” 알 제일기사와 함께 남은 박쥐는 시야가 탁트여 빛의 나라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앉아 귀를 곧추 세웠습니다. “치... 칙...” 거리가 너무멀어 잡음이 들리긴 했지만 장애물이 없는 곳이라 비교적 전파가 잘 잡힙니다.


하나동굴 중앙 철갑문까지 진입한 검은군단이 문을 열지 않으면 은하파괴 무기를 사용하여 빛의 나라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는 이급전파가 박쥐의 귀에 잡혔습니다. “은하 파괴무기? 뭔지는 모르지만 아주 무서운 무기인가 보내?”


이외에도 전시동원령이 내려진 빛의 나라 곳곳에서 부대의 재배치와 이동, 그리고 통합 사령실에서 각지에 보내지는 명령을 담은 수많은 전파가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그중 몇몇 전파들은 박쥐가 알지 못하는 이상한 낱말로 되어 있어 일급암호라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즉시 책을 펼쳐든 박쥐는 조금 전 수신한 암호문을 되기억해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암호를 해독해 나갔습니다. 30분이 지나서야 간신히 짤막한 암호문을 해독한 박쥐는 비로소 일급암호의 구조 일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더 시간을 끌다 적들의 최후통첩이 오면 하나동굴을 개방해야 하겠어...”


최전방인 하나동굴 입구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금빛 제일기사가 통합 사령실에 보낸 일급 암호문 이었습니다. 산과 들의 윤곽만이 어렴풋이 보이는 하나동굴 입구쪽을 내려다본 박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붉은 전차를 볼수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일급 암호문을 제대로 구사해야 빛의 나라가 돌아가는 정확한 사정을 알수있고 또한 제일기사들과 대화를 나눌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박쥐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속에 빠져 들었습니다.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는 박쥐 곁에서 좌선에 들어간 알 제일기사는 가끔 먹을것을 챙겨주고 잠잘시간을 일러주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빛의 연못으로 올라간 마플은 태초의 빛속에 몸을 담그고 부모님이 일러주신 자세로 앉아 눈을 감았습니다.
온몸을 휘감은 빛 무리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마플의 모습을 감추었다 드러내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삼일동안 좌선에 빠진 마플곁에 다가선 어머니가 마플의 뒤에앉아 두손을 뻗어 등에가져다 대었습니다.


잠시 후 마플 어머니의 몸에서 푸른 광채가 뿜어져 나와 전신을 휘감아 돌더니 손끝으로 몰려가며 점점 짙어집니다. 이어 마플의 등에 댄 손바닥을 중심으로 서서히 퍼지더니 몸 전체를 감쌌습니다. 한시간이 지나자 마플의 몸에 서려있던 푸른빛이 서서히 사라지며 단전으로 모아져 새파랗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비로소 눈을뜬 마플의 어머니가 전신에 서린 푸른빛을 몸속으로 거두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푸른 메탈이 가진 음의기운을 단전에 모으는데 성공했어요. 이제 사흘후 붉은 메탈만 다스리면 된답니다.”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아버지는 그힘든 치료를 신음소리 한번 내지않고 견디어낸 아들을 대견스럽습니다.

 

다시 우주의 빛 속에서 좌선을 계속한 마플은 사흘후 아버지의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전신이 붉게 변한 아버지의 손바닥에서 주입된 붉은 기운이 한시간 동안 마플의 몸을 휘감아 돌더니 서서히 응축되며 단전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러자 이미 단전에 있던 푸른 빛 덩어리가 붉은 빛 덩어리와 어우러져 형태가 틀어지며 빙글빙글 돌더니 서서히 멈추어 섰습니다. 마플의 단전에는 푸른빛이 아래를 떠받치고 붉은 빛이 위에 서려있는 태극 문양의 둥근 빛 무리가 태초의 빛을 빨아들이며 점점 작아져 가고 있습니다.


마지막 빛 무리가 빨려 들어가며 단전의 양태극 문양이 사라지자 붉은 빛을 거두어들인 마플의 아버지는 가볍게 아들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습니다. "장하구나... 이제 마지막 하루를 빛의 연못 속에서 쉬고나면 건강한 모습으로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단다."


여전히 좌선에 집중하고 있는 마플의 곁을 조용히 지키면서 하루를 보낸 부모님들은 탈진해 혼절해 버린 아들을 보듬어 안고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먼발치서 발견한 박쥐가 뛰어오며 물었습니다. “마플이 많이 아픈가요?”, “아니다. 잠시 잠들었단다. 내일 아침이면 깨어날 거야...”


다음날 아침까지 마플의 머리맡에서 친구를 지키고 있는 박쥐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부모님은 알 제일기사와 응접실에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벌써 전쟁이 시작되려고 하는군요.”, “그래, 마플의 건강이 완전해졌으니 보류했던 양태극 지체 완성을 서둘러야 하지 않겠나?”


“예, 저희들이 극초미립자 현신으로 마플의 곁을 떠나면 그어린 것이 견디어 낼수 있을지 염려스러웠었는데 마플 주변에 있는 마우스들을 보니 걱정을 접어도 될것 같아요.”, “그렇지... 박쥐 제일기사님도 그렇고 저 박쥐라는 친구도 모두 가족같이 마플을 대하고 있어요.”


“마플이 깨어나면 작별인사를 하고 서둘러 양태극 지체로 현신하게... 만약 은하파괴 무기가 사용된다면 지금 상태로는 목숨을 잃고말게 될거야... 가능하면 이곳의 모든 마우스들에게 이러한 사정을 알려 현신을 서두르도록 독촉하게...”


“형님께서는 언제까지 현신을 미루실 겁니까? 저희들이야 마플을 탄생시키기 위해 현신을 미루고 있었던 것이지만...”, “자네 부부나 나는 다른 이들과 달리 너무젊은 나이에 깨달음의 완성을 보았어... 지금 시점에서는 단 하나의 양태극 지체라도 더 시급히 완성시켜야 하지만 난 아직 이상태로 해야할 일이 남아있네...”


“우주를 통합 시키려는 저들을 막으려 하시는 겁니까?”, “음, 그렇기도 하고... 지금 빛의 나라에는 제일기사를 비롯한 아주 훌륭한 양태극 지체들이 싹을 틔워가고 있네... 그들의 완성을 도울수만 있다면 내가 현신을 못한다손 치더라도 보람 있는 일 아니겠나?”

 

“차라리 안전하게 현신하신 이후 하계로 내려가시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극초미립자 현신으로 불사의 존재로 거듭나 다가오는 전쟁을 보다 수월하게 막아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 마플의 부모님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입니다.


“아니야, 현신한 모습을 하계의 마우스들이 보게 된다면 그들에게 새로운 욕심을 잉태시키는 결과가 될 거야... 모든 생명체는 보다나은 생명체로 발전하려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네... 내가 현신한 모습을 보여 저들의 욕망에 불을 지를순 없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