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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266,267,268

266,267,268

“딴은 그렇습니다만...”, “그나저나 시조님의 안배만 아니라면 벌써 현신해 있을 자네들 아닌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인데... 이세상에 두고 현신하는 것이 마음 아프겠지...”, “저 아이가 이해만 해준다면... 저희들은 이미 속세의 애증을 덜어 놓은지 오래 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깨어난 마플은 전에없이 개운한 느낌을 받으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자신의 침대옆에 팔베개를 하고누워 잠들어 있는 박쥐를 보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박쥐야...” 살며시 일어나 이불을 덮어준 마플은 상쾌한 공기를 가슴깊이 들이 마시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젠 전처럼 옆구리가 시큰거리지 않습니다. 전력을 다해 하늘 연못가로 달려간 마플은 수정같이 맑은 물을 손으로 떠마신 후 몸을 일으켰습니다. “전엔 조금만 달려도 숨이 찼었는데... 이젠 박쥐나 다이아몬드와 신나게 뛰어 놀 수 있겠네!”


일주일 사이에 천양지차로 달라진 자신의 건강이 쉽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창문가에서 마플의 모습을 지켜보던 부모님은 정성을 다해 음식을 차린후 거의 밤을 새운듯 곤히 잠들어 있는 박쥐를 깨웠습니다. “깨워서 미안하구나... 아침 식사를 해야지...”


눈을 비비며 일어난 박쥐는 마플이 보이지 않자 두리번거리며 물었습니다. “마플은 어디 있어요?”, “음, 벌써 일어나 산책중이란다. 호숫가에 있으니 가서 데리고 오너라...”, “그래요? 나를 깨워서 같이가지...” 호숫가로 달려간 박쥐는 하늘 연못을 바라보고 있는 마플을 불렀습니다.


“이봐 알! 아침 준비 다되었대... 식사하러 가자...” 이말에 뒤돌아선 마플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박쥐에게 말했습니다. “박쥐야... 누가먼저 도착하나 내기해 볼까?”, “그래? 나야 늘 이겼으니까 자신 있지! 한번 해보자...”, “준비, 간다~” 한걸음에 내달리는 마플을 쫓아 박쥐도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집에 도착한 두 어린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하하하, 정말 다 나았구나! 전엔 조금만 뛰어도 숨가빠 하더니..." 박쥐는 자신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고 뜀박질을한 마플을 보며 기쁜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응, 이젠 너희들하고 같이 뛰어놀 수 있어... 그러니까 앞으론 일부러 천천히 뛰기 없기다?”, “헤... 다이아몬드와 내가 일부러 천천히 뛴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저녁에 헤어질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며 집으로 뛰어가는 다이아몬드의 속도가 나랑 뛰어놀때 보다도 무척 빨랐었는 걸..."

 

"그래서 나를 위해 일부러 그런다는 것을 알았지... 정말 고마웠어...”, “뭘~, 우린 친구잖아... 다이아몬드도 튼튼해진 네모습을 보면 무척 기뻐할 거야...”, “... 다이아몬드가 보고 싶다.”, “이제 치료가 끝났으니까 너희 삼촌한테 빨리 내려가자고 그러자...”


마플을 쳐다본 박쥐는 그간 빛의 나라 일을 간략히 말해 주었습니다. “은하파괴 무기라는 것 때문에 하나동굴을 막고 있는 문들을 열어줄 수밖에 없나봐...”, “곧 전쟁이 시작 되겠구나... 그렇게 되면 이곳에서 꼭 해야할 일이 있어... 제대로 해낼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해낼 때까지는 이곳을 내려갈 수 없는데...”


“그래? 뭔지는 모르겠지만 넌 해낼 수 있을거야... 내가 도울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아, 배고프다... 그치?”, “응, 빨리 식사하러 가자...”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고 일어선 두 어린이는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식탁에는 금속 열매로 만든 여러가지 음식들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 그대로의 형태에서 말리거나 갓 따서 음식으로 쓰기 때문에 맛은 덜하겠지만 건강에는 더없이 좋은 식단이란다.”, “흠, 맞아요. 그런데 오늘이 바로 마플이 태어난 5월 5일이지? 생일을 축하한다.” 뜻밖에 생일상을 마주한 마플은 부모님의 사랑에 가슴이 뭉클해 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축하한다. 알!”, “고맙다. 박쥐!” 식탁위에 있는 접시들을 모두 비운 마플과 박쥐가 동시에 소리쳤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음식이 입에 맞는가 보구나?” 자신들이 장만한 음식을 맛있게 먹은 아이들을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은 부모님들은 식탁을 치운후 자리에 앉았습니다.


“얘야... 이제 엄마 아빠는 아주먼 곳으로 떠나야 한단다. 그곳에 가면 쉽게 돌아오지 못할것 같구나... 박쥐처럼 다정한 친구들도 있고 자상하게 보살펴 주시는 박쥐 제일기사님도 있으니 우리를 못보게 되더라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겠지?”


“이제 치료도 다돼서 건강해 졌는데... 저와 같이 지혜의 탑에서 사시면 안 되나요?” 부모님은 밝은 얼굴로 제일기사들을 따라가던 예전과는 달리 처음으로 속내를 드러내며 부모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마플을 보니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이런...! 그렇게 수행을 했는데도... 역시 부모자식간의 사랑은 마음대로 어떻게 해볼수 있는 것이 아니로구나...’ 한숨을 집어삼킨 아버지가 마플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얘야, 엄마와 아빤 아주 가는 것이 아니란다. 다만 이곳과는 조금 다른세계라 자주 볼수는 없지만 가끔은 너를 찾으마...”


가슴에 손을 모으고 눈망울이 촉촉히 젖어든채 마플을 바라보며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부인을 돌아본 마플의 아버지는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는 너를 한없이 사랑한단다. 항상 너를 지켜보고 있을 거야...”, 할아버지처럼 가끔 저를 보러 오신다면 멀리 떠나셔도 괜찮아요.”

 

“할아버지라니? 박쥐 원로께서는 너와 항상 함께 계셨지 않니?”, “저와 이름이 같으신 분 있잖아요. 밤에 제 방에 들려 마법의 십자가 사용법도 알려 주시고 그랬는데...”, “시조께서 너를 찾아 가셨었단 말이냐?”, “예, 제가 많이 아플때마다 찾아오셔서 손으로 배를 쓰다듬어 주시곤 했었는데... 그러면 거짓말처럼 다 나았어요.”


“그랬었구나... 그래서 만년메탈을 일년의 시차로 각각 복용하고서도 목숨을 잃지않았던 것이데 그저 운이 좋다고만 생각을 했으니...” 그제서야 말문을 연 어머니가 자상한 음성으로 나직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린 바로 그 마플 할아버지께서 계신곳으로 가는거야... 기회가 된다면 할아버지와 함께 너를 만나러 갈게...”


“정말 할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신단 말이죠?”, “그럼!”, “에이, 멀리 떠나신다고 해서 잔뜩 걱정했잖아요. 보름 전에도 할아버지를 만났었는걸요. 전쟁이 나면 빛의 연못에 있는 태초의 빛을 지혜의 탑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하시던데... 할아버지가 사시는 곳이 바로 지혜의 탑 꼭대기라고 하셨어요.”


“그곳은 가끔 들르시는 곳이고 저 하늘을 보아라... 저기저 까마득히 높은 곳이 할아버지와 엄마 아빠가 앞으로 살 곳이란다.”, “저 높은 곳까지 어떻게 올라가세요?”, "음, 우리 알 마우스에겐 튼튼한 날개가 있지 않니... 너도 건강을 회복했으니 곧 날개가 나오기 시작할거야..."

 

"나는 연습을 많이해 날개가 튼튼해지면 네가 놀러와도 된단다." 극초미립자 현신에 대해 마플이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 해줄 방도가 생각나지 않은 부모님은 날개를 가지고 이해시켰습니다. “야, 저도 날개가 생겨 하늘을 날수있단 말씀이예요?”


“그래, 진짜 알 마우스가 되는 거지... 얼마 안있으면 어깨죽지가 가려워지기 시작할 게다. 날개가 돋아나려고 그러는 것이니 잘 참아야 한단다. 그리고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하거든 틈나는 대로 날개짓을 해서 날개를 움직이는 근육을 단련 시켜야 빨리 날 수 있게되지...”


“하하, 박쥐랑 하늘을 날을수 있게 된다니...” 옆에서 조용히 듣고있던 박쥐도 뛸듯이 기뻐합니다. “이봐 알! 다음번엔 누가 더 빨리 날수 있는지 내기하는 거다!”, “알았어 박쥐! 지는 쪽에서 한달동안 술래 하기다!” 역시 아이들은 다릅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명랑해진 마플을 보며 그동안 마플의 병세를 보살피며 극초미립자 현신을 미리 보여주어 전혀 다른 생명체로 다시 만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해준 시조마플의 배려가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닙니다.


마플을 꼭안아준 부모님은 알 제일기사와 박쥐에게도 작별인사를 한후 빛의 연못으로 날아올라 갔습니다. 잠시후 푸른색과 붉은색 두개의 빛이 빛의 연못 위를 감싸더니 황금빛 기둥 두개가 치솟아 올라 하늘로 사라졌습니다.


“삼촌, 엄마 아빠는 하늘나라로 올라가신 건가요?”, “그렇단다. 너도 마음을 갈고 닦으면 저곳으로 올라갈 수 있어...”, “저도 마플과 함께 올라가도 되나요?”, “그럼, 너희들처럼 착한마음을 가진 마우스는 누구나 하늘나라로 올라갈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