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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먼저 박쥐 제일기사가 탁자를 살펴보았습니다. “자네들... 번개소리를 듣지 못했나?”, “번개소리가 났다면 우리가 못 들었을 리가 없지... 우선 아기마플을 찾아보자고...” 아기 마플의 방문을 열어보니 방바닥에 앉아 마법의 십자가를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새까맣게 탄 금속열매 겉 부분을 벗겨낸 다이아몬드 제일기사는 얼마 남지 않은 부분을 입속으로 털어 넣었습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로군... 혹시 이 아이가 소리 나지 않는 번개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생긴 것인가?” 태초의 빛으로 목욕을 했으니 새로운 능력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제일기사들은 다이아몬드 제일기사가 건네준 타다 남을 열매를 먹어보곤 감탄을 합니다. “세상에 기가 막힌 맛이 로군...”, “구운 금속열매 맛이 이렇게 좋다니...” 소란스러워진 응접실로 뛰어 들어온 박쥐원로도 한조각 먹어보더니 경탄을 금치 못합니다.
"정말 좋은 맛이군... 하지만 되도록 자연 그대로의 식량원으로 살던 우리가 금속열매를 구워 먹으려 한다면 대자연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게야... 빛의 나라 마우스들이 모두 소비할 구운 열매를 만들어 내려면 해마다 땔감 벌목으로 인해 산 하나가 벌거숭이가 될게 분명해..."
"혀의 즐거움을 위해 이러한 재앙을 불러들일 수는 없지... 구운 열매에 대한건 잃어 버리도록 하시 게나..." 박쥐 원로의 통찰력에 탄복한 제일기사들은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 탁자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십니까?”, “글쎄, 번개에 맞아 탄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된 노릇인지 통 알수가 없군...”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아기마플을 유심히 살펴보지만 마법의 십자가만 만지작거리며 천진난만한 눈동자로 왜 쳐다 보냐는 듯 싱글싱글 웃기만 합니다. “허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탁자가 망가진 이유를 알아내지 못 한채 깔끔하게 수리해 놓은 제일기사들은 아기 마플이 기어 다니는 곳마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분명히 뭔가가 있어...” 하지만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 되도록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제일기사들은 박쥐 제일기사와 박쥐원로 그리고 박쥐 제일기사에게 안겨있는 아기마플의 배웅을 받으며 전차에 올라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먼저 손잡이를 잡고 올라가려던 금빛 제일기사가 손바닥을 털어내며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 뜨거워~” 벌겋게 데인자국이 금방 물집으로 부풀어 올랐습니다. 전차의 표면에 손가락 끝을 살짝 대어본 철갑 제일기사가 인상을 찌뿌립니다.
“전차가 불에 달구어 놓은 것 같이 뜨거워...” 철갑 제일기사의 말에 조금 전 마법의 십자가를 앞으로 내밀던 아기 마플의 행동이 생각난 박쥐 제일기사는 심각한 얼굴로 아기마플을 쳐다보았습니다. “너 또 장난을 쳤구나?” 영문을 모르는 다른 마우스들이 박쥐 제일기사와 아기 마플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습니다.
아주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아기 마플이 손에 쥐고 있는 마법의 십자가 아랫부분을 만져보니 상당한 열기가 감지되었습니다. “이런... 이젠 지열 에너지도 조정할 수 있게 되었군...” 남감한 듯 지혜의 탑을 뒤돌아본 박쥐 제일기사가 나지막히 중얼 거렸습니다.
“지혜의 탑이 무사하려나?” 아기마플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달구어놓은 전차의 열기는 좀처럼 식을줄 모릅니다. “이런... 출발을 하루 늦추어야 하겠 군... 그나저나 잘못하면 번개에 맞아 기절해서 지열에너지로 통구이가 되어 버리겠는 걸...”
걱정이 앞선 제일기사들은 되도록 아기 마플과 멀찌감치 떨어져서 하루를 더 보냈습니다. 오늘은 아기 마플이 장난칠 것을 우려해 실내에서 인사를 나눈 후 박쥐 제일기사 혼자서 기사들은 배웅했습니다. “자네.. 괜찮겠나?”, “장난기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은데...”
“뭐, 통구이 밖에 더 될라고...” 박쥐 제일기사는 다른 기사들의 걱정에 아무 걱정도 없다는 듯 싱긋 웃습니다.
다섯 제일기사들이 탑승한 전차가 멀어지자 지혜의 탑으로 돌아온 박쥐 제일기사는 방마다 커다란 물통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이 정도면 불이나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박쥐제일기사가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아기 마플의 방은 그후로 세번이나 전소될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그것도 맹렬한 불길에 갇혀 있다 박쥐 제일기사에게 간신히 구출된 후에야 지열 에너지로 장난하는 것을 그만 두었을 뿐입니다.
이후 한동안 발 뻗고 자던 박쥐 제일기사는 잠들기만 하면 자신의 방으로 찾아와 우주의 빛을 내뿜어 환한 대낮을 만들어놓는 통에 매일 선잠을 잘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짬짬이 낮잠으로 모자라는 잠을 보충한 박쥐 제일기사는 이제 제법 걸어 다니는 마플이 마냥 귀엽기만 합니다.
“조금 더 크면 장난기가 없어지겠지...” 지혜의 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통신 교육대로 출근하며 특수 암호 체계를 완성한 박쥐 제일기사는 이를 이수한 통신병들을 각 부대에 보내 배치하고 새로운 통신병들을 맞아 들였습니다.
다른 제일기사들은 예의 훈련을 지속하며 문제점들을 보완해 나가는 한편 자신들이 입안한 통합전술전략을 적용하기 위한 전군 합동훈련 준비를 하나씩 해나갑니다. 조금씩 전군의 체계가 잡혀가고 유기적인 호홉이 이루어져 통합된 결집력이 발휘되기 시작합니다.
보리수열매로 식량을 쉽고 빠르게 대량 확보하게 된 다이아몬드 제일기사의 수송보급대는 24시간 3교대였던 근무를 주간 8시간 정상근무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젠 각 금속나무 농장마다 공병대가 지어놓은 창고에 민간 마우스들이 보리수 열매를 넣은 금속나무 열매를 가득히 쌓아 놓기 시작했습니다.
각 농장에 지어진 창고들을 살펴본 다이아몬드 제일기사는 흐뭇한 표정으로 부관을 돌아보며 말합니다. “식량생산은 민간 마우스들에게 맡겨도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해서 여유가 생기는 병력을 은빛 제일기사의 전함 건조에 투입해도 되겠군...”
바다폭포 가까운 곳에 수심 깊은 곳을 골라 시조악귀의 몸체가 접안할 수 있도록 준비한 은빛 제일기사는 다이아몬드 제일기사가 보내준 지원병들을 대형 기중기 가설에 투입했습니다. 공병단이 만들어 놓은 도로를 따라 대용량 전선이 매설되어 전기가 공급되기 시작하자 작업속도가 더욱 빨라집니다.
함대 사령부 건물이 완성되자 임시막사를 철거하고 이자리에 예정된 부속창고를 짖기 시작했습니다. 무려 여섯달에 걸쳐 모든 시설이 완공되자 바다폭포에 있는 발전소에서 충전한 여의주를 수색함에 싣고 필요물자를 보충한 후 함체 견인을 위해 악귀들의 무덤으로 출발했습니다.
용들이 알려준 해도를 따라 쉽게 바다폭풍을 통과한 수색함은 그 몇배나 되는 악귀들의 주검이 떠있는 곳에서 닻을 내렸습니다. 기중기를 이용해 갑판용 목재를 시조악귀의 입을 통해 안으로 들여와 설계 도면에 맞추어 아랫부분부터 한층 한층 갑판을 쌓아 올린 후 입에서 꼬리에 이르는 중간 갑판을 가설했습니다.
워낙 덩치가 큰 시조악귀의 몸체라 지난번 해안선에서 벌목해 쌓아놓은 목재를 운반하기 위해 수색함이 수도 없이 왔다갔다 했습니다. 중간갑판이 완성되자 기중기를 사용해 고무 절연체로 포장된 여의주를 시조악귀 몸체로 옮긴후 꼬리부분에 마련한 동력공급 장치에 장착했습니다.
그리고 동력 공급장치를 가동시키자 로얄메탈을 통해 감압된 전기가 흐르며 각층마다 달아놓은 수많은 다이아몬드 전구에 일제히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발광 다이아몬드를 들고 다니며 작업을 해야 했던 불편함이 해소되자 병사들의 몸놀림이 한층 빨라졌습니다.
선미에 구멍을 뚫은 후 대형 스크류를 장착한 마우스들은 동력축에 연결된 전동 모터에 전력을 공급했습니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스크류가 빠르게 돌아가자 거대한 시조악귀 함체가 서서히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야!” 여기저기서 병사들의 탄성이 터져 나오며 그동안의 고생으로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기쁨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추진동력이 완성되자 함체작업을 중단한 마우스들은 미리 골라 놓았던 세척의 중간규모급 악귀의 몸체를 시조악귀 후미에 쇠사슬로 연결한 후 함대 사령부로 출발했습니다.
바다폭풍 진입 전 쇠사슬의 상태를 점검한 마우스들은 무사히 이곳을 통과하자 전속력으로 항진해 동력장치의 성능을 점검하며 함대 사령부에 도착했습니다. 시조악귀를 비롯한 모든 전함의 건조가 순조롭게 진행되자 긴급 건조했던 수색함도 작업장에 진입시켜 개선할 부분을 찾아내어 보수에 들어갔습니다.
메탈젤리를 용매로 첨가한 특수용접기를 사용해 시조악귀 함체상단을 커다랗게 잘라내고 상갑판을 가설한 마우스들은 무기 공장에서 옮겨온 초대형 함포 세문을 부두에 있는 대형기중기로 들어올려 장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세세한 부분만 손보면 붉은 악귀함대가 완성되는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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