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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열매를 이용해 식량 생산량이 배가 된다면 저희 제일기사들이 그동안 수립해온 대 검은군단 작전이 완성됩니다.” 다이아몬드 제일기사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 바로 식량증산 이었습니다. 원활한 식량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투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작전입니까?”
“검은군단을 최대한 넓게 산개한 포진으로 종심깊이 끌어들이는 겁니다. 그후 하나동굴 근처에 매복시킨 주력으로 하나동굴 입구를 점령해 보급을 차단한 후 장기전으로 들어간다면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이작전을 채택하기 위해선 각 단위 부대마다 장기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보관성 강한 식량이 필요합니다.”
“예... 보리수 마우스께서 오늘의 난관을 수만년 전에 해결해 주신 셈이로군요?”, “저희들이 수많은 전략을 입안해 보았지만 지금 말씀드린 방안 외에는 백전백패의 도상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은빛 제일기사의 말에 고개를 끄떡인 알 제일기사가 말했습니다.
“저 또한 각종병법이나 전술전략에 흥미가 있어 많은 관심을 가져 왔으니 일년후에 제가 내려가거든 그동안 입안하신 전략과 각군의 상태를 알려 주십시오. 나름대로 의견을 보태겠습니다.”, “이번에 저희와 함께 내려가시는 것이 아닌가요?”
“예, 정황을 들어보니 일년 이내에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낮은 것 같습니다. 검은장군과 최정예인 검은군단을 대적하려면 수련에 매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니 아기 마플의 치료가 끝나는 대로 여러분 먼저 내려가 계십시오.”
“비비들이 있으니 전령을 보내지는 못할 것 같고 유사시 연기를 피워 신호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아기마플의 우주의 빛 목욕이 앞으로 닷새나 남았으니 제집에서 가까운 마음에 드는 곳에서 좌선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기초적인 호홉법은 익히고 있으니 좌선법을 가르쳐 주시면 틈나는 대로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앉는 방법과 손의 위치, 하나행성의 파동과 일치하는 심장 박동수에 맞추어 호홉 하는 법, 명상을 위해 머릿속의 잡념을 털어내는 법등을 간략히 전해들은 제일기사들은 5일치 식량을 받아들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5일동안 짧은 좌선을 마친 제일기사들은 알 제일기사의 안내로 태초의 빛이 뿜어져 나오는 빛의 연못으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일곱 제일기사들이 서약을 하던 바로 그 자리에 아기 마플의 부모가 좌선을 하고 있고 이제 막 눈을 뜨고 빛 무리를 털며 일어나 앉는 아기 마플이 보입니다.
아기 마플과 눈이 마주친 박쥐 제일기사는 건강을 되찾은 모습에 안도하며 동료들과 함께 치료에 방해가 되지 않게 되돌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막 세번째 걸음을 내딛음과 동시에 꽈광하는 소리가 귀청을 찢으며 제일기사들을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시커멓게 그을린 채 서있는 박쥐 제일기사와 그앞에 큰대자로 엎어져 혼절해 있는 은빛 제일기사와 금빛 제일기사, 그리고 다이아몬드 제일기사의 모습을 안타까운 표정이긴 하지만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알기사와 철갑 제일기사, 푸른 제일기사가 바라보고 서있습니다.
잠시후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박쥐 제일기사가 아기 마플을 바라보며 손을 흔듭니다. “이제 다 나았구나... 번개 강도가 예전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은데?” 아직도 서운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아기마플을 쳐다보던 박쥐 제일기사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너를 못본체 한게 아니란다.”
부모의 양해를 구한 박쥐 제일기사가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아기마플을 안아들자 그제서야 깨어난 세 제일기사는 아직도 푸른 전기가 타다닥거리며 튀어 오르는 몸을 일으켰습니다. “으~, 이런 무지막지한 번개를 일년 동안 맞고 살다니... 박쥐 제일기사 자네 참 대단 하이...”
“진심으로 사과하네... 조금만 더 강도가 높았으면 선계를 보기도 전에 생을 마감할 뻔 했어... 전에 자네를 놀린 것 정말 미안해...” 그 사이 좌선을 마친 부모들이 기사들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 치료가 다 끝났습니다. 앞으로 일년에 한번씩 해마다 이맘때쯤 마플을 보내 주십시오.”, “이렇게 헤어지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우리 아이가 돌아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을것 같으니 마음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부부는 좌선을 통해 희로애락을 덜어낸지 여러해 되어 마음의 동요가 없습니다.” 아직 어린 아기마플은 박쥐 제일기사의 품에 안겨 생글생글 웃기만 할뿐 부모님과 일년 동안 헤어져 있어야 함을 모르는 듯 마주 손을 흔듭니다.
아기 마플의 부모와 작별인사를 나눈후 큰산 아래로 내려온 제일기사들은 알 제일기사가 통솔하는 알 마우스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비비들의 영토로 들어섰습니다. 알 제일기사의 추측대로 푸른 손톱을 절연체 역할을 하는 고무나무 잎으로 감싼 일단의 비비들이 멀찌감치서 제일기사들 일행을 따라오기 시작 했습니다.
그렇지만 박쥐 제일기사의 품속에서 두눈을 말똥말똥 뜨고 자신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는 아기 마플을 본 비비들은 가까이 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사히 계곡을 벗어나 붉은 전차에 도착한 제일기사들은 작별인사를 한 알 마우스들이 날아서 큰산쪽으로 사라진 후 전차에 올라탔습니다.
단, 열흘 동안이었지만 너무나 많은일을 겪은 기사들은 큰산을 경건하게 바라본 후 박쥐원로가 기다리고 있는 지혜의 탑으로 출발했습니다. 돌아오는 길가에 보리수나무가 나타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지신호를 보낸 다이아몬드 제일기사가 해치를 열고 뛰어 나갔습니다.
보리수 열매 다섯개를 따서 붉은 전차로 돌아온 다이아몬드 제일기사는 미리 구멍을 뚫어놓은 금속나무 열매에 하나씩 넣었습니다. “참... 급하기도 하지... 그것 때문에 전차를 세운단 말인가?”, “헤~ 모르시는 말씀... 이것이 중화되어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려면 최소한 삼일은 기다려야 한다고..."
"지혜의 탑에 도착하려면 꼬박 이틀을 달려야 하는데 가는 동안 전차안에서 잠밖에 더 자겠나?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니 이렇게 짜투리 시간도 활용 해야지...“, “하긴... 우리도 바쁘긴 하지만 보급물자 확보에, 수송에, 도로망 정비, 군수공장...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다 감당하는지 놀라워...”
“나 혼자 일하나? 우리 수송공병단 병사들은 주야 삼교대로 전체가동되고 있어... 덕분에 삼년계획을 앞당겨서 달성했지만 채집된 금속열매를 바다까지 가지고 가서 바닷물에 절여 숙성시킨 후 창고에 보관하는 일에만 병력의 삼할이 매달려 있는 상태야..."
"보리수 열매를 활용해 식량을 대체 한다면 금속열매 농장 어디서나 창고만 지어 놓으면 되기 때문에 많은 병력과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되면 하루 열두시간으로 단축해서 다른 군단들과 동일한 근무 여건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거야..."
"얼마나 고생들이 심하다고... 전쟁만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혹사당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다이아몬드 제일기사의 마음 씀씀이에 숙연해진 일행은 전차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좌선에 들어가 운전하고 있는 금빛 제일기사 외에는 움직이는 이가 없습니다.
잠들어 있는 아기 마플을 품에 안은 채 좌선에 들어간 박쥐 제일기사는 가끔 뒤척이는 아기를 살피느라 눈을 뜨곤 할 뿐입니다. 건강이 완전히 회복된 아기 마플의 숨소리가 새근새근 규칙적으로 립니다. 약 한시간동안 이어지던 엄숙한 분위기는 드르렁거리는 코골음 소리에 깨져 버렸습니다.
모두들 눈을 뜨고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니 다이아몬드 제일기사가 큰 대자로 바닥에 누워 잠들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하하...” 잔뜩 분위기를 잡아놓은 당사자가 코를 골고있는 모습에 어이가 없어진 제일기사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커다란 웃음소리에 잠이 깬 다이아몬드 제일기사는 크게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습니다. “누가 재미있는 얘기를 했길래 이리 웃고들 있나?” 다이아몬드 제일기사의 이 말에 피식 웃으며 은빛 제일기사가 대꾸를 합니다. “누구긴 누구야? 바로 자네지...”, “나? 내가 잠꼬대를 했었나?”
“그럼, 코를 골아대며 이렇게 말했지... 자네들은 열심히 좌선하고 있게나... 이 몸은 아까운 시간을 잠으로 때우려 하네... 히히히~” 은빛 제일기사의 농조에 분위기를 파악한 다이아몬드 제일기사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무안해 합니다.
“한참 좌선을 하고 있는데 흔들거리는 전차의 요동에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든 것 같아... 아함~ 모처럼 단잠을 잤군... 아기마플은 아직도 잠들어 있나?” 슬쩍 화제를 돌린 다이아몬드 제일기사는 박쥐 제일기사의 품을 쳐다보았습니다. “음... 태초의 빛으로 치료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체력소모가 있었나봐...”
지혜의 탑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잠들어있다 시피한 아기마플을 박쥐 원로가 받아 안아 침대에 눕혔습니다.
“고생들 많았네... 아기의 건강이 거의 회복 되었는걸... ” 조용히 방문을 닫고 응접실에 둘러앉은 제일기사들은 박쥐원로에게 그간의 일을 요약해 들려주었습니다.
“흠... 알 기사가 일년후에 내려온단 말이지?”, “예...”, “많은 도움이 되겠군...”, “시조마플께서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으셨습니까?”, “음,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지만 지혜의 돌 구석구석을 다니시는 모양이야...”, “그분께서 돌아오시면 커다란 힘이 되어 주실 텐데...”
중얼거리던 다이아몬드 제일기사가 배낭에서 금속열매 다섯개를 꺼내어 탁자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이것을 보십시오. 내일 숙성이 완료될 보리수 열매가 들어간 금속열매입니다. 알 마우스족의 금속열매 절임법대로 만든 것입니다. 여기 놓아 둘테니 내일 드셔보십시오.”
여독이 쌓인지라 세상모르고 골아 떨어졌던 제일기사들은 다이아몬드 제일기사의 비명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소리가 나는 응접실로 들어간 제일기사들은 금속나무 탁자 윗부분이 연기를 피워 올리며 새까맣게 그을려 있자 벌린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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