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21,222
제일기사들은 하는수 없이 박쥐 제일기사와 아기마플을 보호하며 수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녀석들 별다른 공격이 없는 것을 보면 시간 끌기로 우리를 지치게 만들려는게 분명해...”, “수적 차이가 워낙 크니 어떻게 손쓸 방도가 없잖아...”
간간히 공격해 들어오는 비비들을 막아내던 제일기사들은 어느새 계단 바로앞 계곡입구에 도착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공격을 막아내며 움직이는 와중에 녀석들이 포위망을 계곡쪽으로 서서히 움직여갔군...”
걱정대로 계곡 중턱에는 수많은 하얀색 비비들이 자신들을 향해 덮쳐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남아있는 체력을 쥐어짜 두어번 검기를 시전 한다고 해도 그이후엔 제대로 움직이기 조차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판단한 두 제일기사는 난감한 표정을 교환했습니다.
“콰콰쾅” 두번째 비비들의 공중공격을 검기로 박살낸 두 제일기사는 숨이 턱에 차오르자 칼로 땅을 짚으며 가까스로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지친 두 제일기사를 예의주시 하던 황제 비비가 손을 들어 절벽에 있는 비비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일제히 뛰어내려 활강공격을 개시했습니다.
공중방어를 포기하고 측면을 뚫어 벗어나고자 했지만 겹겹이 에워싼 비비들의 포위망은 좀 체로 뚫리지 않았습니다. 당황한 기사들은 거의 다 내려온 비비들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천천히 원을 그리며 활강해 내려오던 비비들이 하나둘씩 그대로 떨어져 급강하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기사들은 갑자기 공격형태를 바꾼 비비들의 교활함에 치를 떨면서도 무지개 검을 들어올려 떨어져 내리는 비비들을 공격했습니다. 이상한 것은 이들의 검에 공격당하지 않은 비비들도 그대로 땅바닥에 곤두박질쳐 버리는 것입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의아한 생각에 하늘을 쳐다본 제일시사들은 하늘을 하얗게 메우고 있던 비비들이 낙엽처럼 땅으로 떨어지고 있는 그 위쪽에 긴창을 휘두르며 하얀 날개를 펄럭이고 있는 일곱 명의 알 마우스들을 발견했습니다.
“아... 알 마우스 족이다!” 몸전체의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가고 숨이 차오를 대로 차오른 여섯 제일기사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절망감에 빠지는 순간 나타나준 뜻밖의 구원 군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원형진을 구성해 공격해 들어오는 지상의 비비들을 베어내며 방어에 치중했습니다.
절벽위에는 아직도 천마리가 넘는 하얀 비비들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지만 긴창을 비스듬히 비껴내리고 천천히 공중유영을 하고 있는 알 마우스 기사들의 위세에 눌려 감히 뛰어내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비로소 끝없이 이어지던 싸움이 소강상태로 들어갑니다.
커다랗게 원형진을 형성한 여섯 알 마우스들이 절벽에 있는 비비들의 공격을 저지하는 동안 가장 아래쪽에서 창하나를 휘둘러 수백마리의 비비들을 단 일분만에 낙엽처럼 떨어뜨린 알 마우스가 고도를 낮추어 제일기사 일행과 비비들 사이에 사뿐히 내려섰습니다.
기다란 창을 어깨에 걸친 알 마우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비비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수백 마리의 하얀 비비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황금 손톱을 가지고 있는 다섯 마리 비비들이 서 있는 어깨 높이의 평평한 바위까지 길이 열렸습니다.
바로 이바위 뒤에 절벽을 깎아만든 가파른 계단이 현기증을 일으키며 하늘에 맞닿아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하늘 연못으로 올라가는 유일한 길인 것 같습니다. 새하얀 황금손톱 비비들 10여미터 앞에서 멈추어선 알 마우스는 어깨에서 천천히 내려 치켜든 창을 황제 비비에게 겨누며 펼치고 있던 날개를 접었습니다.
감정이 전혀 담겨져 있지 않은 차가운 미소를 소리없이 머금던 황금손톱 비비 중 한 마리가 앞으로 한발 걸어 나왔습니다. 그순간 오른쪽으로 팔을 뻗은 알 마우스의 창에 심장이 관통된 바로 그 황금손톱 비비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매달려 있습니다.
여섯 제일기사들은 비비가 한걸음 떼어 놓은 이후 벌어진 이광경을 탄성을 지르며 바라보았습니다. 신검합일의 경지에 오른 두 제일기사도 한발을 내딛은 황금손톱 비비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돌아 우측면을 공격해 들어가는 것은 간신히 보았지만 알 마우스의 창이 비비를 공격하는 것은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어... 언제 앞을 겨누고 있던 창을 거두어 비비를 공격한거지?” 숨을 거두어 사지를 늘어뜨린 황금손톱 비비의 주검을 땅에 내려놓은 알 마우스는 다시 창을 겨누었습니다. 하지만 황제비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한번 한쪽손을 들어올렸습니다.
이번엔 나머지 네마리 황금손톱 비비가 자리에 일어서는 것 같더니 어느새 알 마우스를 네 방면에서 포위했습니다. “알 마우스가 더 빠르기는 하지만 저 네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은데...”, “더구나 저 황제 비비의 능력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인 걸...”
자신들이 모두 나서도 황금손톱 비비 한 마리조차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기를 뿜어내고 있는 막강한 적들에게 둘러싸인 알 기사가 걱정이 된 여섯 제일기사들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앞으로 전진해 알 마우스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때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아기 마플이 게슴츠레한 눈을 깜빡이다 네마리의 황금손톱 비비들과 대치하고 있는 알 마우스를 발견했습니다. 박쥐 제일기사의 날개위로 빼꼼히 얼굴을 내민 아기 마플은 까르르 웃으며 알 마우스를 향해 손짓을 해댑니다.
이를 내려다 본 박쥐 제일기사는 동족을 알아보는 아기 마플의 영리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순간 이제까지와는 달리 공포에 질린 표정을 감추지 못한 황금손톱 비비들이 황제 비비와 함께 뒷걸음질치더니 한마리도 남지 않고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어리둥절해 하던 알 마우스는 박쥐 제일기사의 품에 안겨 자신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는 아기마플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동안 잘 있었니? 이 삼촌도 네가 많이 보고 싶었단다.” 아기마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상하게 말을 건네던 알 마우스는 오른손으로 꼭 쥐고 있는 마법의 십자가를 발견했습니다.
“아하, 네가 깨어나자마자 비비들이 줄행랑을 친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빙그레 웃은 알 마우스가 여섯 제일기사들에게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알 마우스 족의 제일기사입니다. 여러분이 보호해서 데리고 오신 아기 알 마우스의 외삼촌 이지요.” 여섯 제일기사도 자신들의 소개를 간단히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푸른 제일기사의 소개가 끝나자 적잖이 놀란 알 제일기사가 다시 한번 푸른 제일기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푸른 마우스를 뵙다니... 시조 마플께서 남겨주신 기록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어둠나라 건국전쟁 때 흉폭한 백색 마우스족을 섬멸한 일곱 기사들의 후예가 아니십니까?”
문득 삼일동안 빌렸었던 검들을 무지개 빛이 영롱한 칠색 보검으로 만들어 되돌려 주었다는 날개달린 알 마우스에 대한 물속마을 원로의 이야기가 떠오른 푸른 제일기사는 오래된 지기를 만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미 선대에서 인연이 있었던 알마우스와 푸른마우스의 만남입니다.
“계곡아래 흉폭한 비비들이 살고 있어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마른벼락 소리를 듣자마자 이 곳으로 날아왔던 것입니다. 그 벼락 소리가 아기 알 마우스가 마법의 십자가를 사용해 일으킨 번개 소리인줄은 생각하지 못했었지요.”
이렇게 말하고 푸른 제일기사와 철갑 제일기사를 번갈아 쳐다본 알 제일기사는 아까 공중에서 목도한 두 제일기사의 검기가 충돌해 폭발했던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두 분의 무예는 신체적 한계를 벗어나 기를 마음대로 운용하는 경지에 달해있군요?”
이말에 겸연쩍은 표정을 지은 철갑 제일 기사는 푸른 제일기사의 동의를 구하는 듯 힐끔 보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아직 그 정도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내부에 축적시킨 진기를 운용했을 뿐입니다. 신체의 한계를 벗어나 우주의 기를 운용 한다면 검기를 아무리 시전해도 체력이 소진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신검합일을 이루셨으니 우주와 하나 되는 무아지경을 꼭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무아지경이요?”, "예, 우리 마음속에 있는 자신을 해체하다 보면 결국 자신의 생명을 이루고 있는 우주의 본질을 만나게 됩니다. 그것을 인정하게 되면 우주와 나의 경계가 사라지게 되지요."
"바로 그순간이 물질인 신체에 얽매여 있던 정신이 기로 해탈하게 되는 시점입니다. 기는 물질 내부에 갇히기도 하지만 물질 외부를 가득 메운 북극행성의 공기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 내부에 갇힌 기를 끌어내어 검기로 발산해 외부로 내보낼 수 있듯 정신도 신체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아지경이란 우리의 정신이 물질인 신체에서 벗어나 우주를 가득 메우고 있는 기와 하나가 되는 경지를 말합니다.", “그야말로 생명체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로군요”, “알 마우스 족은 무아지경에 이른 마우스가 아주 많겠군요?”
“구체적인 답변을 드릴 수 없는 저희 알 마우스 족의 계율이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이미 알고 계신 시조마플께서 바로 그러한 이치를 터득한 분이십니다.”, "아! 극초미립자 몸체로 현신했다는 이야기가 바로 무아지경을 말하는 것이로군요."
"우주를 가득 메우고 있는 기... 다시 말해 우주의 기초 물질인 극초미립자들과 어우러진 다른 형태의 기인 정신이 결합되어 태초의 하나 행성과 같은 순수 기초물질과 에너지의 결합 형태를 띤 가장 완전한 존재로 탈바꿈하는 과정, 즉, 해탈을 이룬 분이 시조 마플이시란 말씀이 군요."
이 말에 깜짝 놀란 알 제일기사가 되물었습니다. “시조마플께서 극초미립자로 현신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계시지요?”, "바다 폭풍속에 은둔하고 있는 황금빛용에게서 들었습니다. 그이후 지혜의 탑지기인 박쥐원로께 말씀드려 사실이라는 확답을 얻었지요."
'이야기와 시 > 마우스 창세기 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우스 창세기 226,227,228 (0) | 2009.01.13 |
---|---|
마우스 창세기 223,224,225 (0) | 2009.01.12 |
마우스 창세기 217,218,219 (0) | 2009.01.12 |
마우스 창세기 214,215,216 (0) | 2009.01.12 |
마우스 창세기 211,212,213 (0) | 2009.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