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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기마플의 이마를 짚어보며 큰산을 올려다 본 박쥐 제일기사가 아직도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는 비비들의 시체로 뒤덮인 숲속을 돌아다 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간단한 식사로 체력을 보충한 제일기사들은 다시 대형을 갖추고 숲으로 진입했습니다.
이번엔 철갑 제일기사가 공중을 맡아 나무를 차오른 반탄력으로 쏟아져 내리는 갈색 비비들을 도륙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무와 나무사이를 날아다니는 철갑 제일기사의 움직임을 따라 갈색 비비들의 시체가 낙엽처럼 떨어져 내리며 선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땅위에 있는 흰색 비비들을 닥치는 대로 베어 나가는 푸른 제일기사의 절제된 움직임 하나하나가 검과 어우러집니다. 양손에 거머쥔 쌍검이 현란한 빛 무리를 뿌리며 지나간 자리엔 미처 눈을 감지 못한 흰색 비비들이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쓰러져 있습니다.
치명적인 급소만 그어 나가는 푸른 제일기사의 검은 그 빠르기와 정확함이 한결같아 어디를 공격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멀쩡해 보이는 흰색 비비들을 나무토막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두 제일기사의 파상공세에 일방적으로 밀려가는 비비들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제일기사들은 두 제일기사가 휩쓸고 간 뒤를 곧바로 따라가며 남아있는 비비들을 제거하는 와중에도 피 한방울 흘러나오지 않는 깨끗한 시체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기가 막힌 솜씨로군... 검신합일의 경지가 이토록 대단한 것인가?”
무려 세시간 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 숲을 벗어난 철갑 제일기사와 푸른 제일기사는 예상했던 하얀 비비들의 삼각대형을 만나자마자 단도를 꺼내들어 제일 앞장서서 달려오고 있는 대장 비비를 향해 던졌습니다. 공력이 실린 단도는 빛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갑니다.
양쪽에 포진해 두 제일기사를 향해 달려들던 대장비비들은 빠른 속도로 마주 달려오며 던진 두 제일기사의 단도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가슴에 그대로 맞은 채 앞으로 쓰러졌습니다. 대장비비가 엎어지자 나머지 비비들도 동시에 앞으로 쓰러지는 동작을 취합니다.
불과 3M 전방에서 무방비 상태로 엎어져있는 비비들을 향해 몸을 날린 두 제일기사는 검을 휘둘러 비비 열다섯 마리를 간단히 해치우고 뒤이어 달려오는 다음 삼각대형을 같은 방법으로 제압했습니다. 숲속에 뒤처진 박쥐 제일기사 일행은 남아 있던 비비들을 제거하며 앞선 두 제일기사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습니다.
숲에있는 비비들을 모두 제거했다고 생각한 제일기사들이 안심하고 막 숲을 빠져 나가려는 순간 금속나무 위에서 하얀 비비 한마리가 푸른 발톱을 곧추 세우고 소리없이 활강해 내려와 박쥐 제일기사를 덮쳤습니다.
다른 세 제일기사들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비비의 푸른 발톱이 박쥐 제일기사의 등에 가 닿아버린 상태였습니다. 아기마플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칼을 뽑을 여력이 없는 박쥐 제일기사가 자신의 몸으로 흰색 비비의 공격을 막아선 것입니다.
곧이어 펑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박쥐 제일기사가 있던 자리를 뒤덮었습니다. 세 제일기사들은 잠깐 방심한 사이 단 한마리의 예기치 못한 기습이 박쥐 제일기사와 아기마플의 목숨을 앗아가자 넋을 놓고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최전방에서 흰색 비비들과 사투를 벌이느라 뒤돌아 볼 겨를도 없는 푸른 제일기사와 철갑 제일기사는 아직 이 사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공격해 들어오는 비비들을 향해 쉴새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정말 끝도없이 밀려오고 있는 비비들의 공격입니다.
잠시후 검은 연기가 걷힌 자리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기마플을 다시 품속에 끌어안는 박쥐 제일기사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 이게 도대체... 자네 괜찮나?” 연기로 변해 버렸던 박쥐 제일기사가 멀쩡히 살아있자 믿기지 않는 표정이 역력한 세 제일기사 모두 박쥐 제일기사에게 다가갔습니다.
등쪽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어느 곳도 상처가 없습니다. 다만, 박쥐 제일기사의 몸 근처에 손이 가까이 갈수록 타닥타닥 하는 푸른 전기 불꽃이 일어날 뿐입니다. 깜짝 놀란 제일기사들은 따끔따끔한 손을 휘저으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검은연기로 사라진 것은 하얀 비비였지만 박쥐 제일기사의 몸에서 발생하는 전기가 어떤 작용을 했는지는 아직 알수가 없습니다. 궁금증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워낙 치열한 싸움을 펼치고 있는 와중이라 소소한 것에 신경쓸 여력이 없습니다.
네 제일기사와 아기마플이 하얀 비비가 뛰어내린 금속나무를 지나 숲을 막 빠져나올 무렵 300M 전방에 있는 두 제일기사들의 머리위로 솟아있는 절벽 중턱에 하얀 비비들이 나타나더니 일제히 뛰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광경을 뒤에서 본 네 제일기사들은 소리를 질러 비비들의 공중 공격을 알려주었습니다.
머리위를 힐끔 쳐다본 후 뒤를 돌아본 두 제일기사는 네 제일기사들이 있는 숲 가장자리에서 햐얀 눈처럼 쏟아져 내리는 비비들을 발견하곤 경악성을 터뜨리며 달려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머리위로 쏟아져 내리는 하얀 비비들의 공격에 막혀 단 한발자욱도 전진하지 못합니다.
앞선 두 제일기사가 손짓으로 알려준 하늘을 올려다 본 네 제일기사는 일제히 무지개 검을 빼어 들었지만 하늘을 가득 메우고 활강해 내려오는 비비들의 엄청난 숫자에 최후의 결전을 장렬히 마칠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해두었습니다.
휘두르던 검을 내던지고 무지개 검을 빼어든 푸른 제일기사와 철갑 제일기사는 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 가며 머리위로 떨어지는 하얀 비비들을 베어 나갑니다. 다행히 무지개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주변에 있는 우주의 빛을 증폭시켜 비비들의 눈을 부시게 만들어 쉽게 제압해 나갈수 있었습니다.
두 제일기사가 검을 세 번째 휘두르는 순간 뒤쪽에서 “콰콰쾅” 하는 귀에 익은 굉음이 숲속에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옵니다. 뒤들 돌아보니 네 제일기사들이 있던 바로위 상공에 시커먼 연기들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아래 멀쩡히 서 있는 네 제일기사를 발견한 두 제일기사는 다시 뒤돌아서 닥치는 대로 비비들을 도륙하며 빠른 속도로 전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번개 소리와 함께 하얗게 덮쳐오던 비비들이 연기로 변해 버리자 입을 다물지 못한 제일기사들은 박쥐 제일기사의 품에 있는 마플을 바라보았습니다.
다시 혼절해 있는 아기마플이 작은 손으로 움켜쥐고 있는 마법의 십자가가 아직도 파란 불꽃을 타닥거리며 하늘을 향하고 있습니다. "비비들의 파란 맹독손톱이 번개에 터져 버렸나봐... 아까 나를 덮치던 하얀 비비가 연기로 사라진 것도 그것 때문인 것 같고..."
"평상시 마플의 벼락세례로 몸속에 축적된 전기막이 비비의 손톱을 폭발시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상상해 보지도 못했던 아기 마플의 능력을 목격하자 예언에 대한 강력한 믿음이 생긴 제일기사들은 앞선 두 제일기사와의 거리를 빠르게 좁히며 비비들을 공격해 들어갔습니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비비들에게 벼락세례를 퍼부었던 아기마플은 너무 심한 체력소모가 있었던 탓인지 상태가 더 안좋아 졌습니다. 다행인 것은 마플을 안고 있어 검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박쥐 제일기사에게 달려드는 비비가 한마리도 없다는 것입니다.
비비들은 박쥐 제일기사의 몸에 손을 대었던 비비가 연기가 되고 그 품속에 있던 아기 마우스가 뿜어낸 무시무시한 번개로 인해 수많은 비비들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리자 박쥐 제일기사를 피해 나머지 제일기사들만 공격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쥐 제일기사와 아기마플을 보호 하느라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지 못하던 은빛, 금빛, 다이아몬드 제일기사는 그냥 휘두르기만 해도 강철보다 단단한 비비들의 푸른 손톱을 무 베듯 쉽게 잘라버리는 무지개 검의 위력을 십분 발휘해 수많은 비비들을 검은 연기로 만들며 전진했습니다.
뒤에있던 세 제일기사들이 가담하자 지상에 있는 비비들은 이들에게 맡기고 공중에서 공격해 내려오는 비비들만 집중 공격해 들어간 두 제일기사는 대지위에 두발을 굳게 디딘채 커다랗게 심호홉을 한 뒤 기합과 함께 칼로 허공을 그었습니다.
그러자 “슈우우웅” 하는 소리가 검끝에서 뿜어져 나오며 철갑 제일기사의 검에서는 붉은 빛 줄기가, 그리고 푸른 제일기사의 검에서는 푸른 빛 줄기가 대기를 가르며 뻗어나가 활강해 내려오는 하얀 비비들 바로 아래에서 충돌했습니다.
고막을 찢는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주위로 흩어진 검기는 하늘을 뒤덮고 있던 하얀 비비 대부분을 검은 연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어 공중의 지원공격이 끊긴 지상의 비비들은 다섯 제일기사의 검을 피하기 위해 뒷걸음질치기 시작했습니다.
파죽지세로 큰산으로 올라가는 계단 1KM 지점까지 전진한 제일기사들은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털을 가진 다섯 마리의 비비들이 계단 입구를 막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의 좌우에는 천마리가 족히 넘는 하얀색 비비들이 양쪽으로 도열해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앞에있는 다섯 마리의 새하얀 비비들은 눈동자까지 하얗고 손톱은 푸른색이 아닌 황금색으로 번쩍이고 있습니다. 이다섯 마리의 황금손톱 비비들이 좌우로 갈라서자 황금빛 눈썹이 선명한 비비 한마리가 앞으로 나섰습니다.
“저 녀석이 비비들의 왕 이로군...”, “드디어 비비들의 주력이 나타난 것인가?” 검기는 그 위력만큼이나 사용하는데 체력소모가 심합니다. 벌써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지만 두 제일기사는 수백배가 넘는 수적열세를 타개하기 위해 다시한번 진기를 모아 검에 주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두기사가 검기를 뿜어냈던 조금 전의 동작을 취하자 재빨리 거리를 좁혀온 비비들의 대응에 끌어올리던 내기를 갈무리해 단전에 모아 두었습니다. “정말 영리하군... 근거리에서 검기를 시전해 폭발 시키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잘알고 있어...”
하는수 없이 백병전을 치루게 된 제일기사들은 닥치는 대로 베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비비들의 최정예는 역시 다른 것 같습니다. 무조건 달려들던 공격형태를 보이지 않고 그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사방에서 간헐적인 공격으로 주의를 빼앗은 후 빈틈을 공격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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